IPO통해 자금 확보한 카카오뱅크…서비스 확대하며 격차 벌리기
IPO진행 공식화 ‘케이뱅크·토스뱅크’…벤치마크 카뱅에 몸값 책정 고민

새해들어 치열한 경쟁을 이어가는 인터넷전문은행 3사. 연합뉴스 제공.
새해들어 치열한 경쟁을 이어가는 인터넷전문은행 3사. 연합뉴스 제공.

인터넷전문은행 3사가 중저신용자 지원이라는 본연의 목적을 초기에 마치고 본격적인 성장기에 접어들고 있다. 정부의 은행 과점화 해소를 위해 대구은행의 시중은행화, 제4인터넷전문은행 출현이 임박한 가운데 인터넷전문은행 선도자와 추격자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KT의 손자회사이자 BC카드 자회사인 원조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지난 18일 이사회에서 IPO추진 안건을 의결하고 19일 재상장 추진을 알렸다. 케이뱅크는 연내 상장 완료를 목표로 조만간 지정감사인 신청과 상장 주관사 선정 절차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2017년 4월 인터넷은행 중 처음으로 영업을 시작한 케이뱅크는 원조 인터넷전문은행이지만 지배구조문제로 잠시 비즈니스가 중단되며 카카오뱅크에게 추격을 허용했다. 다만 BC카드가 나서며 이슈를 봉합한 이후 꾸준한 성장을 이어갔다.

2020년 말 219만명이었던 고객 수는 지난해 말 953만명으로 늘어 1000만 고객을 앞두고 있고, 같은 기간 수신잔액은 3조7500억원에서 19조600억원으로, 여신잔액은 2조9900억원에서 13조8400억원으로 각각 약 5배로 늘었다.

안정적인 이익 창출 능력도 갖췄다. 2021년 처음 연간 흑자를 기록한 뒤 큰 폭의 성장을 이루며 2022년에는 836억원, 지난해에는 3분기까지 38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케이뱅크는 지난 2022년 9월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하며 IPO에 속도를 내는 듯 했으나, 이후 예비심사 효력 기간 내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서 상장이 중단된 바 있다. 2022년 성장의 추세가 2023년까지 이어지길 바랬으나 이익의 폭이 꺾였고, 상장 직전 성적이 중요한 상황에서 원하는 기업가치를 받을 수 없다는 게 절차 중단의 이유였다.

올해 최우형 은행장이 취임하면서 케이뱅크는 다시 한번 상장의 깃발을 높이고 있다.

최 행장은 취임사에서 고객을 향한 재도약을 선언하며 ‘고객에게 신뢰받는 Tech-leading(기술주도) 뱅크’가 되자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고객 편의성 제고 ▲혁신 투자 허브 ▲건전성 강화 ▲상생금융 실천 ▲ Tech-leading 경쟁력 확보 등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케이뱅크는 고객 기반을 넓혀 기업 가치를 높임으로써 IPO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IPO로 확보한 자본으로 영업 근간을 강화해 혁신금융과 상생금융 등 인터넷은행의 성장 선순환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는 입장이다.

구원투수로 나선 BC카드도 카드업황 자체가 고금리에 따른 조달 압박, 인플레이션에 따른 소비 위축, 차주의 연체율 증가 등 상황이 좋지 않은 데다, 망 대여사업의 축소에 따라 아시아 시장으로 저변을 넓히고 있어 케이뱅크 상장을 통해 자금수혈이 시급하다. 특히 먼저 상장해 실탄을 확보하고 여신경쟁력을 늘려가고 있는 카카오뱅크를 따라잡기 위해서도 IPO가 필요하다.

최 행장은 “IPO는 케이뱅크가 고객을 향해 또 한 번 도약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철저히 준비해 구성원 모두와 함께 성장하는 케이뱅크가 되겠다”고 말했다.

케이뱅크에 앞서 IPO를 선언한 것은 토스(비바리퍼블리카)다. 지난해 말 상장을 공식화하고 지난 17일 주요 증권사들과 주관사 선정을 위한 경쟁PT를 진행했다. 토스가 당장 올해 상장할 것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지난해 까지도 토스는 사업 확대에 따라 적자폭을 계속 키워가는 상황이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1825억원을 기록하는 상황이다.

토스는 지금 금융지주회사들이 추진하는 ‘슈퍼앱’ 전략을 처음부터 사용했다. 송금서비스의 유명세로 시작한 토스지만, 뱅킹, 증권, 보험 등의 서비스를 별도 앱으로 나누지 않고 보안에 심혈을 기울이며 하나의 앱에 모아놨다.

토스는 올해 수익력을 빠르게 끌어올려 IPO에 속도를 낸다는 입장이다.

다만 변수는 먼저 상장한 카카오뱅크다. 카카오뱅크가 카카오톡을 통해 이용자를 모은 것을 핵심 경쟁력으로 출범한 회사임에도 자회사로 별도 상장을 했고, 그것도 모자라 비슷한 역할을 하는 핀테크 플랫폼 카카오페이까지 비슷한 시기 연이어 상장해 중복상장(Double Counting) 이슈를 불러온 탓이다.

카카오뱅크는 글로벌 핀테크기업들을 벤치마크 삼아 기업가치가 과도하다는 상장당시 우려를 증명하듯 상장 직후 9만4400원까지 갔던 주가가 한때 15800원까지 밀리다 최근까지 3만원을 밑돌고 있다. 카카오그룹 전반에 불어닥친 리스크가 전이된 것도 한 이유다.

토스는 투자자들에게 자금을 유치하며 몸값을 높여왔고 최근 기준 기업가치를 9조원으로 평가받았다. 실제로 장외시장에서 평가도 이와 유사한 수준이다.

투자자들이 엑시트(수익실현)를 하려면 이보다 훨씬 높은 수준에서 시총이 형성돼야 하고 수익력은 카카오뱅크 대비 부족하기 때문에 빠른 시일내에 수익성을 높이거나 인정받을 만한 새로운 비즈니스를 붙여야 한다. 토스가 연초부터 다양한 서비스를 쏟아내는 이유다.

토스는 19일 ‘차 보험 비교하기’를 내놓고 월간활성이용자(MAU)강화를 통한 플랫폼 가치 제고에 나서는가 하면 하루 앞선 18일엔 토스뱅크가 평생 환전이 무료인 ‘외환서비스’를 내놓고 원화와 외환의 경계를 허물며 카드 하나로 모든 것이 통용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케이뱅크와 토스뱅크의 추격을 받는 카카오뱅크는 격차를 더욱 벌려야 하는 입장이다.

지난 9일 주택담보대출 갈아타기 서비스를 출시하는가 하면, 업계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원조 모임통장 출시 은행으로서 모임통장에 ‘모임게시판’ 기능을 더해 차별화를 시도하는 등 연초부터 분주한 움직임이다.

특히 수차례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을 노려왔던 현대해상이 제4인터넷은행 사업자가 되기 위해 컨소시엄 참여 파트너를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조만간 금융위원회에 예비인가를 신청할 것으로 보여 선도자로서 더 치고나가야 하는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토스가 지금은 하나의 앱 서비스를 가동하고 있지만 업의 특성상 은행은 전체 비즈니스에서 분리될 수 밖에 없고 상장도 카카오처럼 분리될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라며, “올해 IPO시장 분위기가 나쁘지 않고 업황에 따라 상장 가능성이 확연이 달라지는 만큼 케이뱅크와 토스 모두 상장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정부가 일관되게 은행들의 과점화 문제를 지적하는 상황에서 DGB금융 회장이 연임을 포기하고 물러나는 선택을 하는 등 시중은행 전환에 속도를 내는가 하면, 제4인터넷전문은행 출범에도 정부가 반대할 이유가 없어 시장 경쟁은 더욱 첨예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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