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화업계, 중국 저가공세·수요부진·고유가 '3중고' 악재
LG화학, 구조조정·자금확보로 신성장동력 찾기 '안간힘'

서울 여의도 LG화학 본사. 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LG화학 본사. 연합뉴스

 

중국의 저가제품 공세 속에 국제유가도 오름세를 보이면서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 가운데 업계 1위임에도 큰 부진을 겪고 있는 LG화학이 탈출구 마련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면서 위기를 타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가 전망치)는 지난해 1분기보다 74.4% 급감한 2021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석유화학 부문은 700억~800억원 가량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전 분기에 이어 적자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동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LG화학의 실적에 대해 "지정학적 이슈로 물류비가 상승했고 나프타 등 원재료 가격이 반등했으며 폴리에틸렌(PE)과 폴리프로필렌(PP) 등 스프레드(마진)가 여전히 부진했다"고 진단했다.

최근 LG화학은 생산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카드를 꺼내기도 했다. 근속 5년 이상의 첨단소재사업본부 소속 생산기술직 전 구성원을 대상으로 이달 말까지 특별 희망퇴직 신청서를 받는다는 방침이다.

LG화학 측은 이번 희망퇴직이 첨단소재사업본부 내 편광판 소재 사업을 중국 기업에 매각한 후 인원 조정 차원에서 진행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회사는 지난해 약 1조1000억원 규모로 편광판 사업과 관련 소재 사업을 중국 샨진 옵토일렉트로닉스와 허페이 신메이머티리얼즈에 각각 매각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현재 LG화학의 첨단소재사업본부는 ▲양극재·분리막사업부 ▲전자소재사업부 ▲엔지니어링소재사업부 등으로 운영 중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LG화학의 희망퇴직에 대해 불황으로 수익성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인력을 조정하고 몸집을 줄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석유화학 사업 부문은 이번 희망퇴직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구조조정 단행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내 석유화학업 불황은 점차 심화되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부진에 중국의 저가 공세에 따른 공급 과잉까지 이중고가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최근 중동 국가간 전쟁으로 인해 국제유가까지 상승하면서 고심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중국의 저가 공세로 원가경쟁력도 약한 상황인데 국제유가가 오르면 원유에서 추출하는 석유화학 기초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오르는 구조로 원가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유가가 100달러 이상을 넘어가면 기존의 적자폭은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이같은 '삼중고' 속에 LG화학은 위기 타개를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을 정리하는 등 구조조정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고 지속적인 신소재 개발과 신성장동력 확보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LG화학 여수 CNT 1·2·3공장 전경. LG화학 제공
LG화학 여수 CNT 1·2·3공장 전경. LG화학 제공

LG화학은 지난해 충남 대산 SM(스티렌모노머)공장 가동을 멈춘데 이어 최근에는 전남 여수 SM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SM은 가전에 들어가는 합성수지, 합성고무 등을 제조하는데 쓰이는 필수 석유화학 원료인데 중국의 저가공세 물량이 심각한 탓이다. 아울러 여수 나프타분해시설(NCC) 2공장 지분 매각설도 함께 나오고 있다.

이를 통해 마련한 자금을 3대 신성장동력으로 삼은 친환경 소재·배터리 소재·신약에 투자할 전망이다. LG화학은 이 부문에 10조원을 들여 2025년까지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는 구상이다. 이에 따라 2030년 신성장 동력의 매출 목표를 40조원으로 잡았다.

LG화학은 올해 불황 속에서도 연구개발비를 지속해서 늘린다는 계획도 세웠다. 신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것으로, 석유화학 부문의 실적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지속가능한 사업을 육성하고 신사업 매출 비중을 늘리면서 포트폴리오를 최적화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전지 소재 부문에서는 양극재 외 분리막, 탄소나노튜브(CNT) 등 부가소재 사업을 육성하고 퓨어 실리콘 음극재, 전고체 배터리 전해질 등 신소재 R&D(연구개발)를 적극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에 이어 또 물적분할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제기된다. 물적분할을 통해 사업 경쟁력과 자금을 확보하고자 고부가가치 첨단소재 등 미래 유망 사업만 남기고 전통적인 석유화학 사업을 잘라내서 별도 회사를 만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에 대해 LG화학 관계자는 "3대 신성장동력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특히 배터리, 전기차 소재에 중점을 둘 것"이라면서 "공장 매각이나 물적분할 등은 현재 고려하고 있지 않다. 공시된 내용 외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