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 지수, 6000선 회복했으나 다시 하락
은행업계에선 ‘배상금 간접 영향’ 전망

최근 일주일 홍콩 H지수 주가 추이. 애플 주식 앱 화면 캡처.
최근 일주일 홍콩 H지수 주가 추이. 애플 주식 앱 화면 캡처.

최근 이란과 이스라엘의 직접 무력충돌로 지난주까지 반등하던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이하 H지수)가 이번주 다시 꺾였다. 중동 사태가 국내 은행들의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배상 규모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된다.

17일 홍콩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홍콩 H지수는 5856.44에 마감했다. 이 지수는 2021년 1분기 1만1247을 기록하는 등 강세를 보였다.

당시 국내 금융권에선 이 지수를 연계한 ELS 상품을 대거 판매했는데 현재 해당 상품 판매 잔액의 80.4%(15조2000억원)가 올해 중 만기 도래한다. 특히 전체 규모 중 65.8%인 10조원이 상반기에 만기가 몰려있다.

그러나 대량 판매 이후 H지수가 꺾이기 시작해 2022년 10월 1일 4938.56까지 내려왔고 만기 기간이 도래하자 그 손실은 고스란히 피해자 몫으로 돌아왔다. 그나마 지난주까지 다시 6000선을 돌파하며 투자자들에게 반등의 기대를 심어줬으나, 14일 이란이 드론과 미사일로 이스라엘을 공습하며 주가가 다시 꺾인 것이다.

앞선 15일 미국 CNN과 카타르 알-자지라 등 주요 외신은 “이란과 이스라엘의 무력충돌로 홍콩을 비롯해 한국, 일본, 싱가포르, 호주 등 주요 아시아 증권시장이 하락 마감했다”고 타전했다.

중동 사태에 따른 홍콩 H지수 하락 현상과 관련해 은행권에선 간접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홍콩 H지수가 더 떨어지고 ELS 손실금액이 커지면 나비효과처럼 국내 은행사의 배상규모에 간접적인 영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며 “다만 이 사태가 금융감독원이 제시한 ELS 손실배상 비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수준은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업계에선 홍콩 ELS 피해배상이 이미 시작됐거나 시행을 준비 중이다. 가장 먼저 금감원의 배상안을 수용해 실제 배급까지 실시한건 우리은행이다.

우리은행은 홍콩 ELS 만기가 도래한 40건 중 10건에 대해 배상비율 동의를 얻었으며 이 중 2건에 대한 배상금 지급을 완료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ELS 투자 손실에 따른 고객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자율배상을 신속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정의연대, 민변 민생경제위 및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는 15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 감사원 앞에서 ‘홍콩 ELS 대규모 손실 사태’ 관련 금융당국에 대한 ‘감사원 공익감사 청구’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있다. 
금융정의연대, 민변 민생경제위 및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는 15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 감사원 앞에서 ‘홍콩 ELS 대규모 손실 사태’ 관련 금융당국에 대한 ‘감사원 공익감사 청구’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있다. 

한편 홍콩 ELS 투자자들은 타협이 아닌 전액 배상을 요구하며 자율배상을 반대하고 있다. 9일부터는 ‘홍콩 ELS 사태에 대한 피해 차등 배상안 철회 요청’ 제목의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시작되었는데, 동의자 수는 이날 1만명을 넘겼다. 

일각에선 “KB국민은행이 홍콩 ELS 자율배상을 일주일 연기했다”고 주장한다. KB국민은행은 ‘거짓된 풍문’이라고 일축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배상안내와 배상절차 안내를 별도로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배상안내는 각 홍콩 ELS 가입자의 손실률과 피해배상비율 고지를 뜻한다. 배상절차안내에는 금감원이 제시한 비율에 근거해 산출한 투자자 배상 합의안을 고객이 거부할 때 분쟁조정위원회로 가게 되고, 여기서도 해결이 될 수 없다면 소송으로 가는 내용이 담겨 있다.

관계자는 “배상절차를 한 번에 처리하는 건 쉽지 않다”며 “ELS 만기가 도래하는 일정을 기준으로 순차적 안내를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KB국민은행은 영업점 방문이 어려운 고객을 고려해 KB스타뱅킹 앱을 이용한 비대면 자율조정 진행이 가능하도록 시스템도 구축했다. 

이 밖에 신한은행도 이번달 4일 일부 홍콩 ELS 투자지에게 처음으로 배상금을 지급했다.

한국신용평가의 ‘홍콩 H지수 기초 ELS 상품 대규모 손실의 은행권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6개 주요 은행의 배상액은 1조9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국민은행 배상액이 약 9900억원으로 가장 많고 ▲신한은행 2870억원 ▲농협은행 2590억원 ▲하나은행 2570억원 ▲SC제일은행 1500억원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대해 은행권에선 여전히 배상규모를 함부로 예단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은행업계 다른 관계자는 “일부에서 각 은행사의 배상규모를 전망하는데, 각 은행사의 홍콩 ELS 손실 배상규모가 확정되지 않았다”며 “예상치보다 금액이 클 수도 적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