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투자증권 출범 예정…포스증권 라이선스 입는 우리종금 IB
증권업 진출에 실탄 아낀 우리금융…롯데손보 인수 집중
고금리에 기반한 예대마진 파티가 끝나가며 금융지주들의 비은행 부문 강화가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가장 마음이 조급한 곳은 은행이 지주 수익 9할을 책임지는 우리금융입니다. 경쟁 금융지주들이 홍콩ELS에 발목잡혀 리스크자본 관리에 주춤할 때, 선택과 집중으로 증권업과 보험업에 동시 진입한다는 복안입니다.
지난 2일 늦은 오후, 우리금융은 금융업 출입 기자 대상 기자간담회를 긴급 공지했습니다. 연초부터 진행돼온 포스증권 인수관련 내용이었습니다. 이튿날인 3일 오전 열린 간담회에서 확인된 소식은 우리금융지주의 또 다른 자회사로 포스증권을 인수하는 것이 아니라, 증권업의 IB(투자은행) 역할을 해온 우리종합금융과 포스증권의 합병을 통한 증권업 진출 선언이었습니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금융위원장 출신 임종룡 회장이 영입되며 일찌감치 비은행 강화를 위해 증권사와 보험사 인수를 강조했습니다. 경쟁 금융지주인 KB국민, 신한, 하나, NH농협 모두 빅7 증권사를 보유하는 상황에서 그 공백에 대한 아쉬움이 안팎으로 전해졌습니다. 증권업이 주춤하는 지금, 그 공백을 보험사들이 메우는 상황에서 증권과 보험, 원투 펀치가 모두 없는 우리금융이 그룹 수익을 은행 혼자 책임지는 상황을 좌시할 수 없다는 절실함이 묻어나옵니다.
처음 우리금융의 인수 증권사로 거론된 후보군은 중형 증권사들이었습니다. 다만 마땅한 매물도 없고, 우리금융이 베팅할 수 있는 실탄도 넉넉하지 않았습니다. 금융지주 실력의 가늠자라 할 수 있는 CET1(보통주자본비율)에서 지난해 말 기준 경쟁 금융지주들은 KB국민(13.58%), 하나(13.22%), 신한(13.13%) 등 모두 13%를 넘어섰지만, 우리금융은 관리목표로 내세웠던 12%에도 미치지 못하는 11.94%를 기록했습니다.
CET1비율은 총자본에서 보통주로 조달되는 자본의 비율입니다. 보통주자본을 위험가중자산(RWA)로 나눈 값으로, 이 비율을 높이려면 당연히 분자를 키우거나 분모를 줄여야 합니다. 분자를 키우려면 증자를 하거나 돈을 더 벌어 이익잉여금을 확대해야 하고, 분모를 줄이려면 100% 위험가중자산으로 잡히는 가계대출이나 기업대출 대신 담보대출을 늘려야 합니다. 1분기 실적에서 KB금융이 선방했음에도 홍콩ELS 건으로 더 적극적인 여신 확대에 나서지 못한 것도 이 분모가 늘어나는 부담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금융은 3일 간담회에서 포스증권 인수시 CET1 비율에 부담이 없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밝혔습니다. 매년 수십억원의 적자를 이어온 포스증권 측이 펀드슈퍼마켓이라는 이름으로 전개해온 온라인 사업은 한계에 봉착했습니다. 여기에 이미 우리종금을 통해 기업여신 중심의 유사 IB업무를 해왔던 우리금융의 이해가 서로 맞아 떨어지며, 기존 주주들과 지분정리가 손쉽게 일어나 비용을 최소화한 증권사 인수가 가능했다는 설명입니다. 3% 쯤 남은 지분도 우리금융지주의 100% 자회사 원칙에 따라 조만간 정리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입니다.
남은 실탄은 동시 추진중인 롯데손해보험 인수에 쏟을 생각으로 보입니다. 다만 우리금융 측은 ‘오버페이’(과도한 인수가 베팅)하지 않겠다는 점을 여러 번 강조해 ‘주어진 예산’으로 증권과 보험업 진출 모두를 이루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한편 3일 간담회에서 나온 뜻밖의 소식은 3분기 께 윤곽이 나올 합병 증권사의 사명이 ‘우리투자증권’이라는 점입니다. 아직 승인이 나지 않은 상황이지만 법상 사용치 못할 이유도 없습니다. 우리금융그룹이 2014년 농협에 매각해 NH투자증권이 된 지 꼭 10년 만에 재출범하는 우리금융 증권 자회사명이 ‘우리투자증권’이 된다는 사실에 여의도가 술렁입니다.
소식을 전해들은 한 증권사 임원은 “공교롭게도 우리금융이 증권사를 넘겨줄 당시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임종룡 회장이었는데 그 분이 금융위원장을 거쳐 우리금융에서 다시 만드는 회사의 이름이 우리투자증권이라는 건 단순 해프닝이라기엔 의미를 곱씹게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합병으로 탄생할 증권사의 주요 포스트에 미래에셋증권 출신들이 대거 영입되고 있는 점도 관전자들의 흥미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통합증권사 수장으로 낙점된 남기천 대표, 양완규 IB총괄 부사장, 홍순만 인사본부장, 김범규 디지털본부장 등이 모두 미래에셋 출신으로 줄줄이 이동했습니다. 미래에셋증권이 대우증권과 합병으로 인력에 여류가 있는 만큼 임원급 뿐 아니라 실무자 선까지 입질이 오간다는 것이 업계 관측입니다.
한 증권사 인사본부장은 “영입된 인사들이 미래에셋 출신이라고는 하나 오리지날 미래에셋 출신 보다는 대우증권 계열 인사들에 방점이 있어 보인다”며 “이미 조직에서 소임을 다한 분들이고 인적 구성을 재정비하길 원하는 미래에셋 입장에서는 오히려 반길 수 있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당초 중형사 이상의 인수를 꿈꿨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자 가볍게 출발하는 대신 인적 수혈로 방향을 튼 것으로 보인다”며, “어차피 HTS개발과 리테일 조직 정비 등에 시간이 걸릴 것을 감안하면 적은 출혈로 증권과 손보 모두 잡을 수 있는 현명한 선택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