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뒤집고 '노소영 승리'.. 최 회장, 대법원 상고로 '시간벌기'
지분 매각·담보 대출·자산 처분·'백기사' 등 4가지 방안 주목

최태원 SK그룹 회장. SK그룹 제공
최태원 SK그룹 회장. SK그룹 제공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에서 천문학적 규모의 재산분할 선고가 내려지면서 최 회장이 과연 어떻게 1조 3800여억원의 '현금'을 마련할 지 국민적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 회장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SK(주) 지분을 노 관장에게 나눠줘야 하는 상황은 피했으나 1심과 비교해 20배 가량 불어난 위자료와 재산분할금을 마련할 방안을 서둘러 찾아야 하는 처치에 놓였다. 

최 회장 변호인단은 항소심 선고후 입장문을 내고 대법원 상고 방침을 밝혔다. 변호인단은 "이번 재판의 과정과 결론이 지나치게 편파적인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의 뜻을 밝힌다"며 "억측과 오해로 인해 기업과 구성원, 주주들의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당했기 때문에 상고를 통해 잘못된 부분을 반드시 바로잡겠다"고 강조했다.

31일 법조계 안팎에서는 최 회장 측이 상고 의지를 강력하게 밝힌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최소한 반년, 길게는 2~3년 걸리는 상고심 기간동안 재산분할금 지급을 유예할 수 있기 때문에 그동안 원만한 자금확보 방안을 찾으려 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렇다해도 최 회장의 고민은 깊을 수 밖에 없다. 1조 3800억원대의 막대한 자금을 마련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기 때문이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재원 마련 방안으로는 ▲지분 매각 ▲주식담보 대출 ▲개인자산 처분 ▲배당 확대 등 4가지다.

이번 이혼소송에서 인정된 최 회장의 추정 재산은 3조9883억원. 최 회장이 보유한 그룹 지주사 SK(주)의 지분(17.73%)이 재산의 대부분인 상황이다. 최 회장의 SK(주) 지분 가치는 전날 종가 기준 약 2조원 규모다.

1조원이 넘는 자금이 필요한 만큼 지분을 매각하면 되겠지만 지분 매각은 현실적으로 선택할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다. 그룹 경영권 때문이다. 경영권 유지를 위해서는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SK(주) 지분이 중요한데, 최 회장이 현재 보유 중인 지분에 특수관계인까지 포함해도 25.57%에 불과하다. 현재도 안전한 상태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오는데 일부 지분을 매각한다면 위험한 상황이 닥칠 수도 있다.

특히 '소버린 사태'를 겪었던 만큼 더욱더 SK(주) 지분 매각은 고려 대상이 아닐 것이라는 게 재계 인사들의 전망이다. 앞서 외국계 운용사인 소버린은 2003년 SK 지배구조 상단에 있던 C&C 지분을 14.99%까지 끌어올리며 최 회장의 경영권을 위협한 바 있다.

따라서 최 회장이 보유 중인 다른 SK그룹 계열사의 지분을 매각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른다. 특히 주목받는 곳은 SK실트론으로, 최 회장은 비상장사인 SK실트론의 지분 29.4%를 보유하고 있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SK실트론의 기업 가치는 2조원 가량으로 추산되며 이 중 최 회장이 보유한 지분의 가치는 6000여 억원 규모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연합뉴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연합뉴스

SK실트론의 최대 주주는 지분 51.0%를 보유 중인 SK(주)이기 때문에 최 회장이 지분을 모두 매각한다고 해도 경영권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SK케미칼 우선주 3.21%, SK디스커버리 보통주 0.12%와 우선주 3.11% 등도 매각 대상으로 거론된다. 이들 계열사는 최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이끌고 있는 만큼 지분 매각 부담이 크지 않다. 하지만 현 시세대로 매각해도 수백억원대에 불과한 것이 문제다.

매각 대신 주식담보대출로 재원을 마련할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규모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최 회장 보유 SK(주) 주식에 대해 4465억원 규모의 담보가 설정돼 있기 때문이다. 

최 회장이 개인자산도 처분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소유 부동산과 예술품 등의 자산은 약 600억원 규모로 알려져 있다.

올해부터 배당금 지급을 크게 확대함으로써 최 회장의 '지갑'을 채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 회장은 2022년부터 2년간 SK그룹 계열사로부터 2000억원대 배당금을 수령했다. 2022년 3월 SK(주)는 정기주주총회에서 2025년까지 경상 배당수입의 30% 이상을 기본배당으로 지급하고 매년 시가총액의 1% 이상 자사주를 매입하겠다는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한 바 있어 배당 규모 확대는 가능한 상황이다.

배당이 확대돼 주가가 올라가면 최 회장이 보유한 SK(주)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규모도 늘어날 수 있다. 이같은 분위기가 반영된 탓인지 SK(주) 주가는 연일 상승 중이다. 전날 9.3% 오른 가운데 이날도 11.45% 상승한 가운데 마감했다.

지분 매각 아닌 '파킹' 방안도 고려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외 '백기사'를 물색해 나중에 되사는 '콜옵션' 계약으로 지분을 넘기고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데 과연 치열한 자본시장에서 믿을만한 백기사를 찾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1심을 뒤집은 2심 재판 결과로 최 회장의 경영 활동이 위기를 맞으면서 SK그룹 내부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SK그룹 측은 직원들의 동요를 줄이기 위한 방안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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