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만에 최고…저축은행 등 2금융권도 높은 문턱
매출 감소…금융당국 "맞춤형 채무조정·폐업지원 등 검토"

지난 28일 서민 자영업자 지원방안 마련 TF 1차 회의 당시 모습. 연합뉴스 제공.
지난 28일 서민 자영업자 지원방안 마련 TF 1차 회의 당시 모습. 연합뉴스 제공.

고금리·고물가 장기화에 은행에서 돈을 빌린 자영업자(개인사업자) 연체율이 2012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뛰어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고금리에 가처분소득이 줄어든 고객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영세 자영업자들의 매출은 줄고 빚을 제때 갚지 못해 신용등급이 낮아져 은행은 물론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서도 외면 받는 상황이다. 당국이 채무조정과 폐업지원 등 검토에 나섰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말 국내은행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0.54%로 2023년 말 0.48%보다 0.06%포인트(p) 상승했다.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은 2021년 말 0.16%에서 3배 넘게 뛰어올라 2012년 12월(0.64%)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은 상태다.

여기에 자영업자 경기의 선행지표로 꼽히는 카드 매출은 감소세가 확대돼 앞날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IBK기업은행 집계에 따르면 개인사업자 평균 카드 매출은 작년 말 기준 6.4% 감소해 코로나19 이후 최대 수준의 감소 폭을 보였다.

금융당국은 카드 매출을 기준으로 봤을 때 개인사업자들 간에도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영세 개인사업자들의 매출 감소 폭이 더욱 커진다는 설명이다.

이를 견디지 못하고 개인사업자 폐업률은 9.5%를 기록, 전년 대비 0.8%p 높아졌다. 폐업자 수는 91만1000명으로 전년 대비 11만1000명 늘었다.

신용등급이 낮아 1금융권인 은행 이용이 어려운 취약차주들은 더 높은 금리 부담을 안고서 저축은행 등 2금융권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지만 이 마저도 쉽지 않다.

올해 1분기 기준 저축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18조4000억원으로 지난해(약 23조4200억원) 대비 5조원가량(21%) 감소했다.

부동산PF 문제 등으로 자산건전성 관리가 시급한 저축은행권은 고금리 상황에서 여·수신을 동시에 줄이며 타 업권 대비 금리 경쟁력도 사라지자 지난 1분기 1543억원 순손실을 내는 등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개인사업자들이 갈 곳이 없어 벼랑 끝으로 몰린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같은 기간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개인사업자대출 총액이 322조3690억원으로 2.4% 증가한 것과 대비된다.

지난 1분기 기준 신용점수 501∼600점 이하 저신용자에게 민간 중금리대출을 취급한 저축은행 수는 11개사로 지난해 1분기(17개사)보다 6개사 줄었다.

같은 기간 500점 이하 저신용자에게 민간 중금리대출을 취급한 저축은행은 4개사에서 0개사로 바뀌었다. 민간 중금리대출은 신용평점 하위 50% 차주에게 실행되는 대출로, 올해 상반기 17.5%의 금리 상단이 적용된다.

금융당국은 이와 관련, 지난달 말 서민·자영업자 지원방안 마련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발족, 매주 회의를 열고 서민·자영업자에 대한 금융지원 강화 방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 TF는 맞춤형 금융지원과 채무조정, 폐업지원 방안 등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캐나다와 유럽 등 선진국에서 금리인하 피벗(방향전환)이 시작된 것이 희망을 주고 있지만 미국과 한국은 3분기 말께나 돼야 금리인하가 이뤄질 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며,

“종부세 폐지 논의와 더불어 집값의 바로미터라는 전세값이 급등하고 있어 다시 집값이 오르면 소비심리가 살아나는 효과가 있지만 자영업자들의 고통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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