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규제 완화” vs 업계 “M&A 적기 아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발 저축은행 부실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반기 다수의 중소 규모 저축은행이 인수합병(M&A) 대상에 오를 것이란 전망이 있는 가운데 업계에선 “아직 적기가 아니다”라는 의견도 맞선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업계 1위 SBI저축은행은 64억2900만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SBI저축은행은 내달 31일부터 강남구 청담지점 문을 닫는다. 경쟁관계인 OK저축은행도 상대적 선전에도 불구, 순이익이 376억 원에서 149억 원으로 상당폭 감소했다. 한국투자저축은행 역시 137억 원에서 68억 원으로 줄었다.
저축은행업계 전반에 실적이 악화된 건 부동산 PF 관련 손실액이 커졌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각 저축은행의 경영 공시를 살펴보면 79개 저축은행 중 43곳에서 전체 여신의 10% 이상이 PF 대출에 쏠려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저축은행업계의 평균 연체율은 8.80%로 지난해 말(6.55%) 대비 2.25%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이들의 부동산 PF 연체율과 연채액 규모는 각각 11%, 1조 원으로 나타났다.
각사 사례를 보면, OK저축은행의 1분기 연체율은 전년 동기 대비 2.04%포인트 오른 8.87%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고정이하여신비율도 7.30%에서 9.48%로 2.18%포인트 증가했다.
1분기 SBI·OK·웰컴·페퍼·상상인 등 상위권 위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나빠졌다. 주요 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 규모를 보면, OK저축은행(1437억원)과 한국투자저축은행(996억원), 상상인저축은행(856억원) 등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여기서 고정이하 여신이란 전체 5단계 중 3단계 이하인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에 해당하는 금융기관의 부실 여신을 의미한다.
중소 규모 저축은행의 경우 건전성 우려는 더 큰 상황이다. 최근 한국신용평가는 IBK저축은행의 대손부담이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IBK저축은행의 BIS자기자본비율이 2022년 13.2%에서 2023년에 11.0%로, 2024년 1분기에는 10.4%까지 하락해 금융감독원 권고비율(11%)을 하회했다.
정호준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지난해 금리경쟁으로 IBK저축은행의 이자이익이 감소했고 부동산시장의 침체에 의해 부동산업과 건설업을 중심으로 대손부담이 증가하면서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정 연구원은 “올해에도 전반적인 업황 침체가 장기화됨에 따라 부동산PF에서 추가적인 대손비용을 인식하고, 그 외 숙박 및 음식업, 제조업 등의 업종에서도 대손부담이 증가함에 따라 분기 순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그는 “향후 기업여신의 추가부실위험을 고려할 때, 재무부담 및 자본완충력 저하 추세가 개선될 확률은 높지 않다”며 “금리인하 시작이 연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방 부동산시장 업황이 단기간 내 개선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하반기 저축은행업계의 부동산 PF 부실채권 규모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저축은행들이 상반기에 매각을 추진한 부실채권 규모는 총 1조460억원으로 집계됐다. 업계는 지난달에도 1360억원 규모 개인사업자 부실채권에 대한 공동매각 본입찰을 진행했다.
저축은행업계가 부실채권을 공동으로 매각한 건 지난해 12월 저축은행중앙회가 1200억원대 저축은행 개인무담보 공동매각에 나선 이후 두 번째다. 당시 우리금융F&I만 본입찰에 참여했지만, 이번에는 우리·키움·하나F&I 등 부실채권 투자 전문회사가 모두 입찰에 참여했다.
저축은행 전반의 대출잔액도 줄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상호저축은행의 여신 잔액은 100조7456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11조 3423억원(10.11%)가 줄었다. 이는 2021년 12월(100조5883억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여신기관에서 대출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잔액 규모가 줄어든다는 건 영업실적 악화를 의미한다.
이 때문에 애큐온저축은행, OSB저축은행, 한화저축은행, HB저축은행, 조은저축은행 등 중소 규모 저축은행의 M&A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서울과 인천 경기지역 저축은행의 M&A를 허가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수도권 저축은행에 대한 M&A 규제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 이를 통해 수도권 저축은행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파산하는 사례를 줄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다만 일부 저축은행의 경우 풍문과는 다르게 M&A 추진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애큐온저축은행 관계자는 “매각 논의가 진행된 바 없다”며 “오히려 당사는 ESG 및 디지털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M&A를 추진하기엔 적기가 아니라는 목소리도 있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현재 업계 전반의 실적과 시장 상황 등을 비추어 봤을 때 투자은행(IB)에서 매력을 느낄 만한 매물은 아니다”라며 “현실적으로 적극적인 M&A가 추진되긴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해마다 저축은행이 어려운 여건에 직면하진 않았다”며 “내리막이 있으면 오르막이 있듯이 저축은행업계도 업황을 회복할 수 있는 국면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