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신평, 일부 증권사 신용등급 및 전망치 하향 조정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연합뉴스 제공.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연합뉴스 제공.

최근 중·소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리스크 우려가 확산된 가운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업계 전반의 영업 관행이 바꾸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3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대회의실에서 16개 증권회사 대표를 만났다. 이 원장은 “그동안 부동산 PF 등 손쉬운 수익원을 찾았던 증권업계의 영업관행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글로벌 증권시장 투자자가 인공지능(AI) 산업을 이끄는 엔비디아에 환호하고 있다”며 “한국에는 왜 혁신기업이 나올 수 없냐”고 말했다. 

그는 “면밀한 검토 없이 따라하기식 투자결정으로 선량한 투자자의 피해를 유발했던 부동산·대체자산 위주의 쏠림에서 탈피해, AI 등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혁신기업에 양질의 자금을 공급하는 핵심 공급자 역할이 필요하다”며 “혁신기업 발굴과 모험자본 공급을 통해 기업의 밸류업을 이끌어 달라”고 당부했다.

이 원장이 증권업계의 영업 관행 개선을 주문한 건 부동산 PF 사태로 증권사 전반의 신용등급이 하향됐기 때문이다. 특히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 브릿지론 등 고위험 부동산PF 익스포저를 중심으로 건전성 저하 여부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전날 나이스신용평가는 SK증권의 단기신용등급을 ‘A2+’에서 ‘A2’로 조정했다. 하나증권의 선·후순위 채권과 다올투자증권의 기업 신용등급·선순위 채권의 신용등급 전망치를 각각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증권업계는 부동산 금융을 중심으로 지난 수년간 사업을 확장했다. 중·소형사의 경우 부동산 PF 환경 저하로 인해 수익창출력이 크게 훼손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중·소형사는 리스크관리와 사업다각화를 위해 부동산금융을 축소하고, 정통 투자은행(IB)부문 확대를 위한 인력 강화가 필요한 실정이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1분기 국내 전체 증권사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6.84% 감소한 2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1분기 증권사의 채무보증 및 부동산PF 주선 및 자문 수수료 수익을 보면, 종합금융투자사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31.3% 늘어난 반면 대형사는 12.4% 증가에 머물렀다. 중·소형사는 39.7%가 감소했다.

나이스신용평가 제공.
나이스신용평가 제공.

총자산순이익률(ROA)은 1.0%포인트 빠진 1.4%를 기록했다. 3월말 기준 증권사들의 자기자본 대비 순요주의이하자산 비율은 9.4%, 고정이하자산비율은 3.4%로 집계됐다.

증권업계 역시 저축은행, 여전업계 등과 함께 부동산 PF 건전성이 악화되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1분기 말 기준 국내 금융사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보다 1.0%(4000억원) 줄어든 134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증권사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지난 1분기 말 기준 17.6%로 2020년 말(3.4%)과 비교하면 5배 이상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윤재성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브릿지론 등 부실화된 고위험 부동산PF 사업장의 처분이 용이한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저하된 자산건전성 수준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외부 충격으로 단기금융시장에 유동성 경색이 나타날 경우, 증권사는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저축은행 처럼 증권업보다 먼저 PF 적신호가 켜진 업종 사례를 비추어 봤을 때 향후 개선 기대감이 크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번달 저축은행중앙회는 3차 PF 정상화 펀드 조성을 추진한다. 저축은행업계는 이미 지난달 5000억원 규모의 2차 PF 정상화 펀드를 집행했다. 이처럼 정부는 PF 사업성 재평가를 통해 상각∙매각 등 신속한 처분을 유도하고 있으나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지 않고 있다.  

윤 수석연구원은 “중·소형사 증권사가 리스크 관리와 사업 다각화를 위해 부동산 금융을 축소하고 정통 IB부문 확대를 위한 인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하지만 자본여력이 큰 대형사와의 경쟁을 극복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일각에선 “이날 이 원장이 증권사 대표들에게 강조한 엔비디아 비유가 적절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증권사의 역할은 수면 아래에 있는 진주같은 기업을 잘 발굴해 시장에 상장(IPO) 시키는 게 핵심”이라며 “혁신성 자체는 기업의 몫”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잠재력 있는 기업이 끝까지 살아 남아서 코스피 혹은 코스닥에 상장하고, 성공적인 성과를 달성해 투자자들에게 이익을 배분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과 역할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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