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A급 회사채 신용스프레드, 크게 떨어져

픽사베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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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럽중앙은행(ECB)과 캐나다 중앙은행이 각각 기준금리를 인하했지만,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은 좀처럼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불안까지 더해지며 신용등급이 낮고 리스크에 노출된 캐피탈업종 채권 비교적 금리가 높아도 시장에서 외면을 받는 상황이다.

9일(현지시간)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 금리선물 시장 참여자들은 이번 연방공개시장(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5.25~5.50%로 동결할 가능성을 99% 이상으로 예상했다. 또한 시장 참여자들은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55%로 점쳤다. 연내 기준금리를 1회(0.25%포인트) 내릴 확률은 39.9%로 예상했다. 

지난달 31일부터 6월 5일까지 로이터통신이 진행한 설문조사에 참여한 금융시장 전문가 116명 중 64%(74명)는 연준이 오는 9월 금리를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 전문가들이 미국의 금리인하 시기를 늦추는 이유는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강한 모습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7일 미국 노동부는 5월 비농업 고용 규모가 27만2000명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예상치인 19만명을 웃도는 수준이다. 실업률은 예상 3.9%를 소폭 웃도는 4.0%로 상승했다. 또한 최근 1년동안 미국의 평균 임금 상승률은 하락 추세였지만, 지난달은 4.1%로 상승했다.  

오스카 무노즈 TD증권 수석전략가는 “연준의 통화정책이 현재 경제에 제약을 가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좋은 위치에 있다”며 ”9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연준이 과잉 제약을 원하지 않는다”며 “경제가 유지되고 인플레이션이 계속 하락하면 통화완화에 착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준은 분기별로 경제전망요약(SEP)을 발표하는데 3월 올해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상승률을 종전 대비 0.2%포인트 높은 2.8%로 전망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최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인들은 물가가 지나치게 높아지는 것 보단 차라리 경기 불황을 선호할 것”이라며 “현재 금리 수준을 더 오래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통화정책 완화 시기가 늦춰지며 한국의 금리인하 기대 시기도 밀리는 상황이다. 지난달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2.7%를 기록하며 2개월 연속 인플레이션 상승률 2%대를 유지했다. 하지만 한국은행은 “물가 목표치 수렴에 대한 확신을 갖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너무 일찍 정책기조를 전환하면 물가 상승률의 둔화 속도가 늦어지고 환율 변동성과 가계부채 증가세도 확대될 리스크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최근 유럽중앙은행의 선제적인 금리 인하는 시장에서 예상했던 부분”이라며 “오히려 미국의 인하 전망이 9월로 미뤄졌다는 점이 한국에선 훨씬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물가가 안정 기조를 찾긴 했지만 7, 8월 인하가 결정되긴 이르다고 보고 10, 11월 두 차례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미국과 한국의 통화정책 완화 기대감이 힘을 잃은 건 채권시장에서도 그대로 반영됐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일반기업 회사채는 8조3000억원 순발행 됐다. 비은행 금융기업의 경우 대형 증권사의 발행 증가에 힘입어 2조5000억원이 순발행 됐다.

한국신용평가 제공.
한국신용평가 제공.

정승재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시장환경이 개선되면서 회사채 신용스프레드도 축소되고 있다”며 “그러나 AA급과 A급 업체 간의 스프레드 격차는 2022년 상반기 이전과 대비해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는 등 신용등급별 스프레드 차별화 된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연구원은 “회사채 시장의 온기가 A급 이하 업체에는 온전히 전해지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기타금융채의 경우 AA급 신용스프레드는 크게 하락하고 있는 반면, A급의 하락 폭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아 각 등급 간 스프레드 격차가 더욱 확대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신평은 각 회사별 개별시장수익률을 신용등급별 평균수익률과 비교해 등급형태로 표현한 채권내재등급(BIR)과 실제 신용등급 간의 격차를 비교했다. 그 결과, A급 업체의 경우 BIR과 신용등급이 동일한 경우가 61%, BIR이 신용등급보다 낮은 경우가 22%를 차지했다. 

특히 22%의 업체들에 대한 업종 분포를 살펴보면 캐피탈, 부동산신탁 등 제2금융권과 건설, 민자발전 등의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한신평 연구원은 “건설업이나 부동산 PF 리스크에 노출되어 있는 캐피탈 업종의 경우, 투자자들의 보수적인 태도가 이어지고 있다”며 “채권 발행이 이루어지더라도 전술한 바와 같이 A급의 다른 업종 회사채 대비 스프레드 수준이 높게 형성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정부는 '제2차 부동산 PF 연착륙 대책 점검회의'에서 올해 3월 말 기준 금융권 부동산 PF 대출 현황을 공개했다. 증권사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17.5%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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