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회장 “기술금융 활성화, 대한민국이 가야 될 미래 금융 방향”
100조원 규모 대한민국 리바운드 프로그램 기획중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은 “지역 벤처투자가 불모지에 가깝다”며 “위축된 기술금융을 다시 살릴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11일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취임 2주년을 맞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스트레이트뉴스는 강석훈 회장에게 ‘지역 벤처 활성화를 위한 산업은행의 활동 현황’과 ‘기술신용대출 잔액이 줄어드는 현상에 대한 입장’에 대해 질문했다.
강 회장은 “지역 벤처 활성화 부분은 산업은행이 크게 역점을 두고 있다”며 “실제 지방에 방문하면 벤처 생태계는 사실상 불모지에 가깝다”고 말했다. 그는 “전국을 다니면서 넥스트 라운드 프로그램, 브이런치, 부산 미래 성장 벤처펀드 등 다양한 종류의 벤처 플랫폼과 펀드 등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넥스트라운드는 국내외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탈(VC), 정부출연연구기관 등 다양한 벤처생태계 구성원이 참여하는 IR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말까지 총 719라운드가 진행됐으며 2682개 기업이 참여했다. 이중 782개사가 6조217억원 규모의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또한 산업은행은 동남권 지역특화 벤처 플랫폼인 브이런치(V:Launch)를 운영하고 있다. 강 회장은 “지난해 7월 브리런치 출범 이후 7개사가 한 700억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했다”고 밝혔다.
산업은행과 부산시는 ‘부산 미래성장 벤처펀드’ 결성을 앞두고 있다. 총 2500억원 규모의 자펀드를 조성할 계획으로 현재 출자기관들과 세부적인 부분을 논의 중이다. 강 회장은 “부산 미래성장 벤처펀드는 하반기 약 100억원 규모의 경남 미래 성장 벤처펀드로 연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지난주에는 신생기업의 육성과 지원을 담당하는 ‘KDB 넥스트 원 부산’을 산업은행 동남권지역본부에 개소했다.
정부 역시 지역 벤처 활성화를 위해 힘쓰는 모습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13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갖고 2026년까지 지역 전용 벤처펀드를 누적 1조원 이상 신규 공급하는 등 지역 창업을 위한 지원 서비스를 강화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강 회장은 “부산과 울산, 경상남도 중심의 남부권을 경제성장의 새로운 축으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동차 부품, 조선, 기계, 철강, 석유화학 등을 중심으로 과거 고도의 경제성장을 견인했던 남부권 경제와 산업은 생산인구 고령화와 청년층 이탈로 인한 생산성 저하 현상을 겪고 있으며, 녹색, 디지털 전환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급격한 산업환경 변화로 성장성의 한계에 직면하며 점차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남·호남 지역 혁신생태계 구축과 녹색금융을 총괄하는 ‘남부권투자금융본부’를 조속히 신설하겠다”며 “본부 산하에 ‘호남권투자금융센터’를 비롯하여, 지역 스타트업의 창업부터 사업 규모 확대까지 지원하는 ‘지역기업종합지원센터’를 추가로 설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 회장은 기술금융 활성화 필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최근 1년간 산업은행의 기술신용대출 잔액 규모는 4조5000억원에서 3조5000억원으로 줄었다. 특히 기술력이 있는 중소 대출 문턱이 높아진 상황이다. 일각에선 중소기업이 기술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현상이 장기화 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그는 “지난해 고금리 등의 영향으로 벤처 업계가 굉장히 위축되면서 기술금융 파트도 사실 굉장히 위축됐다고 생각한다”며 “기술금융 활성화는 앞으로 대한민국이 가야 될 미래 금융의 방향”라고 말했다.
이어 “벤처 금융의 본질도 결국은 기술금융이기 때문에 앞으로 이 부분에 지속적으로 늘리고 그 방법을 더 고도화 해야 된다”고 덧붙였다.
이날 산업은행은 “향후 산업은행 중점 추진과제로 첨단전략산업 지원 강화를 위한 대한민국 리바운드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정부는 반도체지원과 관련해 산업은행 출자를 통한 17조원의 자금공급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대한 후속조치로 산업은행은 제조시설, 팹리스, 후공정, 반도체 장비 등 반도체 산업생태계 전반에 걸쳐 국고채 금리 수준의 파격적인 저리 대출을 할 수 있도록 17조원 규모의 반도체 설비투자 특별 프로그램 신설을 준비하고 있다.
산업은행 회장은 “정부 출자 이전에라도, 반도체 기업의 설비투자 일정에 맞게 빈틈없는 금융지원을 할 수 있도록 산업은행의 자체적인 반도체 초격차 지원 프로그램을 향후 3년간 15조원 규모로 운영하면서 금리 우대 폭도 높이겠다”고 설명했다.
강 회장은 “100조원 규모의 대한민국 리바운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며 “당행이 최근 3년간 국내 제조업 설비투자액의 18.4%를 공급하고 있는 바, 550조원 이상의 설비투자 중 100조원 수준의 시설자금을 분담해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 경제를 위한 원대한 계획을 현실화하기 위해 산업은행은 자금공급여력을 확보해 일부는 현재 기획 중인 반도체 분야에 추가로 배분하고, 잔여 자금은 2차전지, 바이오헬스, 디스플레이, 인공지능(AI) 기술 등의 첨단전략 산업에 집중 투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AI의 출현은 증기기관이나 컴퓨터의 발명에 버금가는 기술혁명으로 평가 받고, 산업혁명·정보화혁명 만큼이나 경제·산업·사회 전반에 엄청난 파급력을 미칠 것”이라며 “정부와 머리를 맞대고 전용 금융상품과 AI 코리아 펀드 출시 등을 통해 국가 AI 경쟁력 확보를 뒷받침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산업은행은 중동지역과의 글로벌 투자협력을 더욱 확대한다. 강 회장은 “첨단전략산업 영위기업들의 대규모 설비투자 계획과 스타트업·벤처기업들의 투자유치 수요 등 우리 기업들의 미래성장을 위한 막대한 자금수요에 비해 국내 금융기관의 자금공급 여력은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자금 조달처를 다각화할 필요성이 있는 한국과, 석유의존도를 낮추고 신재생에너지, ICT, 바이오 등 미래성장동력을 찾으려는 중동 자금의 니즈는 이해관계가 일치한다”며 “이는 우리가 중동의 오일머니를 적극 유치하고 중동과의 글로벌 투자협력을 확대해야 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