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우려” vs “단기적 이벤트 불과” 의견 엇갈려

좌파연합 신민중전선(NFP)의 장뤼크 멜랑숑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대표. 연합뉴스 제공.
좌파연합 신민중전선(NFP)의 장뤼크 멜랑숑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대표. 연합뉴스 제공.

최근 프랑스 1차 총선에서 강경우파 국민연합(RN)이, 2차 총선에서 좌파연합 신민중전선(NFP)이 승리했다. 예측이 어려운 이변 탓에 현지 환율·채권시장에선 불안한 장세를 기록했다. 일각에선 “NFP 집권으로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지적하는 반면, “단기적 이벤트에 그칠 것”이란 분석도 있다.

9일(현지시간 기준) 주요 외신 보도에 따르면, 최근 조기 총선을 치른 프랑스에서 NFP는 가장 많은 의석 수인 182석을 차지했다. 임마누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집권 여당 르네상스를 포함한 범여권은 168석을, RN은 143석을 차지했다. 

프랑스는 2022년 6월 총선을 치렀다. 예상대로라면 5년 뒤인 2027년 새 의회를 구성해야 했다.

그러나 지난달 9일 유럽의회 선거 결과, 강경우파 RN이 31.5%를 득표해 압승했고, 집권 여당 르네상스가 참패하자 마크롱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의회 해산을 명령했다. 프랑스는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가 혼합되어 있어 헌법상 대통령에게 의회 해산권이 있다.

프랑스 총선은 일주일 간격으로 1, 2차에 나눠 치러지며 총 577명의 의원을 뽑는다. 1차 투표 결과 RN과 그 연대 세력이 33.2%를 득표해 1위에 올랐다. 당시 좌파 연합체 신민중전선(NFP)은 28%, 범여권 앙상블은 20%에 그쳤으나 2차 투표에서 NFP가 승리다.

문제는 현지 정치권 이슈가 유로존 금융권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황원정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은 “조기총선 결과, ‘과반 정당이 없는 의회’가 탄생했다”며 “자국 국채 익스포저, 횡재세 우려 등으로 은행주 전반의 주가가 급락했다”고 말했다. 

프랑스 총선 다음 날인 8일에도 현지 은행주인 BNP파리바, 소시에떼 제네랄 주가는 하루엔에 각각 1.76% 1.27% 빠졌다.

황 책임연구원은 “어느 정당도 다수를 차지하지 못한 가운데 내년 새로운 의회 선거가 실시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로 인해 시장에서 긴장감이 재차 고조될 우려가 있다”며 “만약 내년 2분기 의회 해산을 발표하면 프랑스 국채 스프레드가 다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프랑스의 정치적 불안정성은 환율과 채권 시장에도 반영됐다. 현지의 정국 불안은 유로화 부담으로 이어지며 달러가 반등했다. 9일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반영한 달러인덱스는 전날 대비 0.105%(0.110포인트) 오른 105.120을 기록했다.

특히 프랑스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5월 30일 3.13%에서 이달 1일 3.35%로 올랐다. 총선이 끝난 8일과 9일은 각각 3.16%, 3.24%를 기록했다.

현재 프랑스와 독일의 국고채10년물 금리 격차는 70bp(1bp=0.01%포인트) 수준으로 벌어졌다. 이는 2009~2010년 유로존에서 발생한 부채 리스크 이후 최대 수준이다. 이에 대해 소시에떼 제네랄(SG)은 “NFP가 총선에서 승리했기 때문에 프랑스 채권의 위험 스프레드가 더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올림픽 개최를 앞둔 프랑스 파리 모습. 연합뉴스 제공.
올림픽 개최를 앞둔 프랑스 파리 모습. 연합뉴스 제공.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은 “프랑스 국채금리가 상승하는 경우, 담보가치 하락으로 은행의 유동성 확보 능력이 저해되고 채권 평가손실, 자본 감소 등을 야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특히 프랑스 국가 및 은행산업에 대한 투자심리 위축으로 은행들의 수익성, 유동성 및 자본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박승민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프랑스 선거 결과에 따른 금융시장 파급 영향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정치적 불확실성 증가와 국채시장의 높은 위험 프리미엄 등은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인하 효과를 희석시킬 수 있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한편 증권업계에선 국내시장이 프랑스 정국 혼란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이날 국고채 3년물은 전날 대비 0.006%포인트 오른 3.120%를, 10년물은 0.007% 오른 3.198%를 기록했다.

프랑스의 시장금리 상승 등의 요인이 국내 시장에도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투자자 입장에선 보다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해 수익률이 낮은 투자처에서 자금을 빼서 금리(수익률)가 높은 곳으로 자금을 집중하기 때문이다. 

권기중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프랑스 정치적 혼란에 대한 대처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과열된 프랑스 정당들의 포퓰리즘 공약에 시장이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비드 로치 인디펜던트 스트래티지 회장은 “NFP는 재정적인 면에서 극우정부보다 더 극단적일 것"이라며 "연금개혁 등을 철회하고 유럽연합(EU)의 ‘과다 재정적자 시정 절차(EDP)’도 준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S&P는 5월 31일 프랑스 신용등급을 이미 AA에서 AA-로 강등했다. 재정적자 확대에 따라 GDP 대비 정부 부채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무디스는 “프랑스의 새로운 정치적 갈등이 국가 부채를 악화시킬 것이라고 판단될 경우 프랑스의 신용등급을 부정적으로 전망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불확실성이 가득한 정치적 이벤트가 끝났기 때문에 현지 금융시장의 흐름이 다시 자리를 잡을 것이란 목소리도 있다.

박민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프랑스의 국고채 금리와 주변국 스프레드를 비교하면 유럽의회 선거 이전 레벨 복귀는 어려우나 프랑스 총선 이후 불확실성 해소와 함께 다시 축소 흐름이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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