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성과금 지방근무 탓에 인력 이탈
운용역 추가 모집…”우수인력 지원 희망”

국민연금 홈페이지.
국민연금 홈페이지.

국민연금이 자산운용역 운영에 대한 딜레마를 해결 할 수 있을지 금융투자업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운용역 보수는 적고 책임감은 많은 국민연금 자산운용역 직책에 우수한 인재가 모이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측은 “자산 운용역 보수 수준과 정주여건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기금은 최근 ‘2023년도 국민연금 기금운용 성과평가안’을 의결했다. 지난해 기금운용 성과에 따라 운용역 처우를 개선하는 게 평가안의 핵심이다.

현행 운용역 보상체계는 2008년 도입한 성과보상지침이 기준이다. 최근 4년간 운용역 1인에게 지급된 평균 성과급 지급액을 보면 ▲2020년 7495만원 ▲2021년 5867만원 ▲2022년 4381만원 ▲2023년 4041만원으로 꾸준히 감소 추세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 월스트리트를 기준으로 보면 보편적인 운용역 초봉이 30만 달러(약 4억원) 수준”이라며 “국민연금의 운용역 처우 이슈 때문에 우수한 인재가 떠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 공시를 보면, 1분기 기준 국민연금 운용직 정원은 426명이지만 현재 인원 수는 20.66% 적은 338명에 불과하다. 

국민연금의 지방이전도 대거 인력 유출을 야기한 것으로 보여진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퇴사자 수는 2014년 9명, 2015년 10명 수준이었다,. 그러나 지방 이전이 결정된 2016년 퇴사자는 30명으로 급증했다. 2017년에도 27명이 기금운용본부를 떠났고, 이후로도 매년 20~30명이 전주를 떠나고 있다.

부족한 운용역 인력 대비 증가하는 자산 규모 역시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과를 떨어트릴 수 있어 문제다. 국민연금 운용역 1인당 자산을 운용하는 규모는 약 2조원 수준으로 네덜란드(7000억원), 캐나다(3000억원) 등 주요 연기금의 1인당 운용규모 대비 현저히 크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공시를 보면,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기준 13.59%의 금액가중 수익률을 기록했다. 2년 전과 비교해 2.82%포인트(p) 오른 수준이다. 금액가중 수익률이란 국민의 입장으로, 운용을 통해 획득한 총손익을 금액의 관점에서 직관적으로 계산한 값을 말한다. 수익금을 평균적인 투자 금액으로 나누어 계산한다.

시간가중 수익률은 3.28%p 오른 14.14%를 기록했다. 이는 자산 운용자의 능력을 시장( 벤치마크와 비교·평가하기 위한 수익률로 일별로 단위 수익률을 산출한 후 연간으로 누적함으로써 자산 규모 변동 및 자금 유출입의 영향을 배제한 값이다.

이 밖에 국내 주식과 해외 주식 파트가 각각 22.12%, 23.89%의 수익률을 냈다. 채권 수익률은 국내 7.40%, 해외 8.84%로 나타났다. 또 대체투자 수익률은 5.80%로 잠정 집계됐다. 다만 운용수익 적립금은 2021년 38조원을 기록 후 2022년 26조원, 2023년 24조원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수익률은 증가했지만 운용수익 적립금이 떨어진다는 건, 지출 대비 운용수익 성과가 부족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국민연금에서 운용역이 운용해야 하는 자산은 큰데 사람 수는 적으니 당연히 큰 펀드를 관리하는 방향으로 갈 수 밖에 없다”며 “덩치가 큰 펀드 쪽으로 집중을 하다보니 역동적인 수익률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연금은 “인프라 개선 방안을 세우고 성과급 지급 최소 여건을 폐지하는 등 운용역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 중”이라는 입장이다.

2023년 3월 초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연금의 기금운용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이에 따라 같은해 6월 말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국민연금 기금수익률 제고를 위한 기금운용 인프라 개선방안’을 논의했다. 주요 개선방안에는 ’전문성 높은 우수 인력 유치를 위한 성과급 지급 체계 개편’에 관한 내용도 포함됐다.

이어 9월에는 2008년 도입한 성과급 지급 최소 요건을 15년 만에 폐지하기로 했다. 3년 평균 운용수익률이 3년 평균 물가 상승률을 초과하는 경우에만 성과급을 지급했는데 기금운용본부가 시장 수익률보다 높은 수익을 내도 물가 상승률에 의해 성과급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10월에는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 현장에서 “이탈자는 지방 근무와 보수 수준을 제일 큰 이유로 들고 있다”며 “지방 여건을 보상할 수 있는 보수체계 마련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해외 근무자가 한국 와서 퇴직하는 경우도 있어 현지인력 채용 등에 힘쓰려고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국민연금은 자산운용역 성과급 평가 비중은 국내외 자산 모두 동일하게 각 8%로 조정했다. 기존에는 국내 주식과 채권은 각 10%, 해외 주식과 채권은 각 5% 반영됐다. 다만 이는 국내 자산 투자 비중이 90% 이상인 시기에 마련된 것으로 현재 해외 투자 비중이 50%에 달하는 만큼 투자 성과를 균등하게 반영했다.

국민연금은 이달 초 운용 전문가 모집공고를 냈다. 직급별로는 책임운용역이 10명, 전임운용역은 33명 등 총 43명을 모집한다. 다만 모집정원을 모두 채울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상반기 실시한 제2차 채용에서 2.2대 1 수준의 낮은 경쟁률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최근 공고를 낸 제3차 기금운용직 채용은 아직 진행 중”이라며 “우수한 인력이 지원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부족한 운용역 정원을 채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채용 직무에 적격자가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 채용하지 않을 수 있다”며 “앞으로도 보수 수준 및 정주여건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국회예산정책처 분석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 운용 수익률을 1%포인트(p)만 높여도 기금 고갈 시기를 6년 정도 늦출 것으로 기대된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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