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기재부, 국민연금과 외환 스와프 거래 한도 350억달러→500억달러
해외투자 위해 필요한 달러 내부 조달…외환보유고 일시 줄지만 환율 방어 효과
원·달러 환율이 오름세를 이어가며 다시 1400원 선을 위협하자자 외환당국이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와프 한도 증액으로 환율 방어에 나섰다. 해외투자에 필요한 달러 조달을 내부에서 조달, 외환보유고를 일시 줄이면서 추가 달러 매수(원화 매도)로 생길 원화 약세를 방어한다는 전략이다.
2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장 초반 1390원대로 올라서며 두 달여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하다 전 거래일 대비 3.6원 오른 1388.3원으로 마감했다.
연초 1280원선에 있던 원·달러 환율은 줄곧 오르다 3월 중순께 1310원선으로 안정화됐고, 이후 다시 4월 중순께 이스라엘과 팔애스타인 하마그 간 무력 충돌 우려로 고점을 형성하다 5월 중순 1350원으로 안정세를 보였다. 이후 반등을 이어가 다시 1400원선을 노크하는 실정이다.
미 달러에 대한 환율 급등은 유례없는 경제 호황으로 미국이 금리 인하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 못하는 가운데 전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은 연이어 금리를 낮춰 상대적인 자국 통화 절하 효과가 발생한 탓이다.
지난 밤 사이에도 스위스 중앙은행이 지난 3월에 이어 추가 금리 인하를 결정했고, 최근 금리를 낮춘 캐나다와 EU에 이어 영국도 8월께 금리 인하를 검토하는 분위기다.
반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이르면 9월께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연준 은행장들의 매파적 발언과 더불어, 숫자를 확인해야 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이 거듭 확인되면서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과거 미국 금리인하 없이는 독자적인 움직임이 어렵다는 한은의 입장에도 변화가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경제학과 교수 출신인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16일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환경이 되고 있다"고 말해 주목을 받았다.
다만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틀 뒤 기자들에게 "금융통화위원들이 독립적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선을 그어 한은의 독립성을 저해하는 발언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미국의 경제 호황으로 촉발된 달러 강세(원화 약세)에 대응하기 위해 한은과 기획재정부는 21일 오전 국민연금과의 외환 스와프 거래 한도를 기존 350억달러에서 500억달러로 늘렸다고 밝혔다.
기금 운용 포트폴리오의 상당 부분은 해외투자로 충당하는 국민연금이 해외 자산을 매입하기 위해 필요한 달러 조달을 외부에서 하지 않고 당국이 보유중인 달러를 가져다 쓴다는 계획이다. 이 경우 정부 외환 보유고는 일시 줄게 되지만 시중에 풀리는 원화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어 환율 방어에 도움이 되리라는 아이디어다.
당국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외환 스와프 거래 한도 증액이 외환시장 수급 불균형을 완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이날 1390원대를 넘나들던 환율은 한도 증액 발표 직후 1380원대로 하락하는 효과로 나타나기도 했다.
IMF외환위기를 겪은 우리 국민에게 외환보유액 감소는 트라우마로 작용하지만, 현재 당국이 보유중인 외환 규모는 5월 말 기준 4128억3000만 달러로 전월(4억3000만달러) 대비 소폭 줄긴 했지만 여전히 충분한 규모라는 전문가 시각이다.
한은 관계자는 "(동 기간)외화자산 운용수익이 증가했으나 국민연금과의 외환 스와프에 따른 일시적 효과 등으로 전체 보유액이 줄었다"고 말했다.
만기 도래시 국민연금은 가져다 쓴 자금을 전액 환원해야 하기 때문에 외환보유액 감소는 일시적이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