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위메프, 사이트 내 결제·은행 대출 등 중단.. 피해 확산
자본 없이 '돌려막기' 연명.. 부진 겪는 1세대 이커머스 우려↑

2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본사에 고객들이 정산 지연 사태와 관련한 환불 문의를 하기 위해 모였다. 연합뉴스
2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본사에 고객들이 정산 지연 사태와 관련한 환불 문의를 하기 위해 모였다. 연합뉴스

큐텐의 티몬·위메프 사태 발발로 이커머스 업계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실적 부진에 과열 경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G마켓과 11번가 등 뒤처지고 있는 1세대 이커머스에 눈길이 쏠린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티몬과 위메프의 판매자 정산 지연이 장기화되는 상황에 두 업체 내 신용카드 및 간편결제수단 등을 통한 결제와 환불이 모두 중단됐다. 시중은행 역시 이 두 업체의 거래처에 판매 대금을 미리 지급해줬던 대출 서비스를 전면 중단했다. 티몬과 위메프가 판매자에게 대금을 정산할 가능성이 낮은 탓이다.

업계에서는 티몬과 위메프의 결제 추정액을 근거로 추산할 때 대금 미정산 등으로 인한 피해 규모가 최소 1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기준 티몬과 위메프의 결제 추정액은 각각 8398억원, 3082억원 가량이다.

이번 티몬·위메프 사태로 이커머스업계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반응이 나온다. 그간 '대금 돌려막기'로 외형만 성장해 온 부실한 사업구조였다는 점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티몬와 위메프를 비롯한 대부분의 이커머스업체들은 사실상 돌려막기로 운영을 해온 실정이다. 본래 이커머스는 입점한 판매자가 상품을 등록하면 소비자가 해당 이커머스를 통해 상품을 결제하고, 결제로 들어온 돈을 이커머스업체가 가지고 있다가 추후 판매자에게 수수료 등을 제외하고 대금을 정산해주는 방식이다.

이같이 '선결제·후지급' 방식이다 보니 당장에 자금이 없어도 미리 들어오는 결제금으로 대금 지급이 가능했다. 특히 통상적으로 2~3일 정도 걸리는 다른 이커머스와 비교해 티몬·위메프는 한 달 뒤 정산 정책을 유지하고 있었다.

따라서 가령 6월 정산금이 200억원이라면 7월에 정산을 해줘야 하는데, 융통할 수 있는 자금이 전혀 없더라도 7월 한 달동안 300억원의 판매자 수익이 나왔다면 그 금액에서 200억원을 정산해줄 수 있는 구조다. 그렇다면 이어 7월 판매자 대금은 8월에 들어올 결제금을 활용해 정산해주면 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커머스업체들은 수익성 확보를 통한 적자 개선보다는 당장에 들어올 결제금 액수에만 급급해 외형 성장을 위한 출혈 경쟁에 나서게 됐다. 할인쿠폰을 많이 제공해서라도 소비자들이 결제를 많이 하도록 유도하게 된 것이다. 자체 화폐(캐시) 충전금 할인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실제로 티몬은 이번 사태가 있기 전 도서문화상품권을 10% 할인가에 대량 판매하고 티몬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티몬캐시 충전 할인 이벤트도 진행한 바 있다.

모회사가 대기업이라도 예외는 아닐 것으로 예상된다. 티몬과 위메프의 모회사인 큐텐그룹은 싱가포르 기반의 대형 이커머스 플랫폼 기업이나 올해 2월부터 유동성 문제가 불거졌다. 자금 상황이 좋지 않은 가운데 무리하게 미국 기반의 글로벌 쇼핑플랫폼 '위시'를 1억7300만 달러(23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한 이후부터 위기가 본격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의 재무상황에 관심이 모인다. 특히 신세계그룹에 인수된 이후 여전히 적자인 G마켓과 투자금을 받았으나 상장에 실패해 인수처를 여전히 찾고 있는 11번가 등 1세대 이커머스 업체가 대표적이다.

G마켓은 신세계그룹이 2021년 3조4000억원에 인수했으나 모회사 기존 계열사인 SSG닷컴과 함께 매년 적자를 내며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는 가운데 최근엔 수장이 교체됐다.

11번가
11번가

11번가는 2020년 이후 4년째 적자를 기록 중인 상황에서 비용 절감을 위해 서울역 앞 서울스퀘어에 입주해 있던 본사를 오는 9월 경기도 광명으로 옮기기로 했다. 본래 2018년 '5년 내 기업공개(IPO)'를 조건으로 5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지만 수익성 악화로 상장에 실패하면서 위기감이 커진 상황이다.

G마켓과 11번가도 티몬, 위메프와 함께 오픈마켓을 기반으로 한 1세대 이커머스다. 국내 유통업계에 '온라인 쇼핑'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면서 꽤 긴 시간동안 탄탄대로를 걸어왔다는 평가다.

하지만 유통업계 트렌드 급변과 함께 코로나19가 팬데믹의 영향으로 이커머스 시장의 판도가 바뀌기 시작했다. 쿠팡, 네이버쇼핑 등 직매입을 기반으로 한 이커머스들이 가격 경쟁력과 새벽배송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단숨에 시장 리더로 떠오른 것이다. 이 기간 1세대 이커머스들은 서비스 차별화 타이밍을 놓쳤고 자체적인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입지가 좁아졌다.

다만 11번가와 G마켓은 티몬·위메프와는 다른 정산 방식을 사용하고 있어 불안감 확대는 섣부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G마켓은 고객이 구매를 확정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바로 다음 날 판매자에게 대금을 전송하고 있다. 금융기관에 대금을 예치하고 고객의 구매 확정 이후 판매자에게 지급하는 '결제대금예치제(에스크로)' 방식도 활용하고 있다.

11번가 역시 에스크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늦어도 이틀 안에 정산이 되도록 하고 있으며, 고객이 결제한 돈은 제3의 금융기관이 보관한 뒤 바로 판매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관건은 이커머스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타 업체와는 다르게 독창적이거나 차별화된 전략이 없다면 이들도 티몬·위메프처럼 곧장 쓰러질 수 있다는 점이다. 국내 이커머스 업계 1위인 쿠팡도 올해 1분기에 처음으로 흑자전환을 했으며 거대자본을 등에 업은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쉬인 등 중국발 이커머스 업체의 침투가 더욱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물가 시대에 중국 업체까지 가세해 경쟁이 치열해면서 유통 시장에 위기가 드리우는 모습"이라며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순위가 밀린 이커머스 업체들은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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