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초기 9만원 넘은 주가, 현재 2만원대 머물러
"사람 모이면 돈 된다는 플랫폼 공식 환상 버려야"

카카오뱅크 제공.
카카오뱅크 제공.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올해 상반기 호실적을 기록했지만, 기대보단 걱정이 앞선다. 상장 초기 126배를 넘겼던 주가수익비율(PER)이 현재 28배 수준에서 머물고 있고, 향후 성장도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카뱅 주가는 이날 하루에만 8.74%(1720원) 오르며 2만1400원에 마감했다. 카카오뱅크 주가가 상승한 건 호실적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회사 발표에 따르면,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8.2% 증가한 3182억원으로 집계됐다. 

상반기 이자수익은 전년 동기보다 24.8% 증가한 1조1811억원이다. 비이자수익은 270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9.0% 증가했다. 상반기 말 수신·여신 잔액은 각각 53조4000억원, 42조6000억원이다. 저원가성 예금 비중은 56.9%로 증가했다. 다만 순이자마진(NIM)은 2.17%를 기록해 지난 분기 대비 소폭 하락했다.

카뱅 관계자는 "지속적인 고객 기반 강화와 뱅킹·플랫폼 비즈니스 등 전 부문의 고른 성장, 포용금융 등을 바탕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카뱅은 2021년 유가증권시장 상장에 성공했다. 상장 첫날인 2021년 8월 6일 종가 6만9800원을 기록했고 같은 달 20일에는 9만4400원까지 주가가 올랐다. PER 역시 높았다. 당시 카뱅은 상장을 통해 총 2조5288억원을 조달했고 당초 계획대로 자본적정성을 개선했다. 

2021년 12월 말 기준 카뱅 PER은 126.36배를 기록했는데, 통상적으로 10.0배수가 기준점인 걸 높고 봤을 때 당시 시장에서 가치를 높게 평가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단순한 은행주가 아닌 플랫폼 회사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후 카뱅 주가가 상장 당시와 비교해 지나치게 떨어졌다는 것이다. 2022년 10월 26일에는 1만5800원까지 내려왔다. 카뱅의 PER 역시 2022년 43.98배, 2023년 38.29배로 급감하더니 현재(이날 장 마감 기준) 28.01배까지 내려왔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PER이 떨어졌다는 건 시장 투자자 사이에서 이미 해당 기업의 차별화 된 경쟁력과 기대감이 소멸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상반기 실적보단 앞으로의 불확실성과 실적 타격이 더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의 구속 이슈 역시 카뱅 주가에 악재로 반영될 여지가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하이브와의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경쟁에서 주식 시세를 조종했다는 혐의를 받았고 결국 지난달 23일 검찰에 구속됐다.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 지난달 23일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혐의와 관련해 서울남부지검에 구속됐다. 연합뉴스 제공.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 지난달 23일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혐의와 관련해 서울남부지검에 구속됐다. 연합뉴스 제공.

그의 구속이 확정된 날 카카오뱅크 주가는 3.79%(800원), 시가총액은 3815억원 이상 빠졌다. 카카오뱅크의 대주주인 카카오가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이 확정되면 대주주 지위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김 위원장이 SM 인수 관련 검찰조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로 경영진의 에너지가 분산됐다"며 “회사의 재도약을 위한 공격적인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서는 사법 및 규제 리스크 해소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미 카카오뱅크의 낮아진 성장 기대감, 김범수 위원장 구속 이슈 등이 주가에 먼저 반영됐다는 시각도 있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뱅크가 개인사업자를 상대로 1억원 이상 고액 대출 상품 출시 등을 준비하면서 성장성에 대한 우려를 일부 완화했다”며 “낮아진 성장 기대감은 상당부분 주가에 반영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 연구원은 “카카오뱅크가 낮아진 예대율로 인한 마진이 하락했다”며 “하지만 머니마켓펀드(MMF) 등 유가증권 이익으로 일부 상쇄하며 기대치 수준에 부합하는 이익을 시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플랫폼 수익의 확대는 카카오뱅크의 밸류에이션에 대한 부담을 완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개인사업자 대출 확대 과정에서 플랫폼 수익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 역시 향후 실적을 통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이준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구속 결정은 증권가 예상과도 달랐지만 이런 결정이 났다고 해서 주가 낙폭이 크진 않을 전망”이라며 “카카오모빌리티 '콜 몰아주기' 의혹 등과 겹쳐 지난해 말부터 이미 선반영된 악재들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카뱅의 경쟁력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현재 설립 검토중인 제4인터넷전문은행과의 시장점유율 방어전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제4인뱅이 도입되면 기존 인뱅 사업자들은 시장점유율을 빼앗길 수 밖에 없다”며 “점유율을 빼앗길 수록 경쟁력은 상실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카뱅 모바일 앱의 2분기 평균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1780만명을 기록했다. 이는 1분기 대비 20만명 감소한 수준이다.

김석 카카오뱅크 최고운용책임자(COO)는 “계절적 요인이 MAU 하락의 배경 중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며 “2분기 들어 대출 관련 상품 취급이 1분기에 비해 축소 된 점도 주요 요인”이라고 말했다.

김 COO는 “자체 대출 취급액이 감소했음에도 대출비교 서비스 트래픽, 취급금액이 커지는 점과 7월 들어 다양한 서비스에 대한 트래픽 성장하는 점으로 봐서는 유저 액티비티는 정체가 아니라 노력을 통해 더큰 수준으로 성장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증권업계 고위 관계자는 "최근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고밸류에이션이 실적으로 확인되지 못할 경우 주가가 급락하는 것을 보았 듯, 업계 평균을 지나치게 뛰어넘는 PER에는 투자자들의 경계가 요구된다"며, "상장 당시 카뱅은 은행이라기 보단 플랫폼금융으로 높은 가치를 받았지만 최근 티메프 사태 등에서 보듯 플랫폼의 가치에 보수적인 평가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용자가 많으면 수익이 난다'는 공식에 환상을 갖는 것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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