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에 점포 정리 연속.. 노조 "대량 실업 우려" 반발
불황 속 티메프 사태 여파 익스프레스 매각도 '망망대해'
수년 간 '부진의 늪'.. '홈플러스 재매각' 가시밭길 예고

홈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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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가 실적 부진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가운데 점포 정리를 놓고 노동조합과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수익성 확보 방안으로 기업형 슈퍼마켓(SSM)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매각하는 방안을 내놨지만 이마저도 적기를 놓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고물가로 인한 경기 침체와 이커머스 강세로 유통시장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 국내 대형마트들이 침체기를 겪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홈플러스가 가장 큰 난관에 봉착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주요 유통업체 중 대형마트의 매출 비중은 2014년 27.8%에서 꾸준히 하락해 지난해 12.7%로 떨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 온라인 유통업체의 매출 비중은 28.4%에서 50.5%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는 편리한 주문과 빠른 배송으로 무장한 이커머스로 소비자들이 쏠리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오프라인 중심인 대형마트를 찾는 발걸음이 눈에 띄게 줄어들면서 대형마트들은 실적 부진의 늪에 빠졌다. 

실제로 대형마트 3사 중 맏형격인 이마트는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손실 469억원을 냈다. 이마트가 연간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었다.

업계 2위 홈플러스는 더욱 '비상 상황'이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1994억원으로 전년 대비 608억원 개선되긴 했지만 당기순손실이 5743억원으로 전년(4459억원) 대비 1284억원이나 늘어나면서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홈플러스를 인수해 운영 중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는 구조조정, 점포 정리,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 등 여러 카드를 꺼내들며 개선 작업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통상 사모펀드는 기업 인수 후 3년 이내에 매각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홈플러스를 둘러싼 시장 환경이 악화된 탓에 매각이 늦어졌다. 올해로 인수한 지 9년째를 맞은 만큼 MBK 입장에서도 위기 타개가 시급한 모습이다. MBK는 2015년 7조2000억원을 주고 영국 테스코로부터 홈플러스 지분 전부를 인수했다.

현재 MBK는 홈플러스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신선식품 중심으로 점포 리뉴얼을 시작한 상태다. 앞서 2022년 2월부터 매장을 '메가푸드마켓'이란 이름으로 신선식품 중심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130여 개 점포 가운데 29곳을 신선식품 중심으로 바꿨다. 기존 점포의 식품 비중이 40% 정도라면 리뉴얼된 점포의 식품 비중은 60~70% 정도다.

이는 온라인과 달리 직접 보고 살 수 있는 오프라인에서 신선식품 구매가 활발하다는 점을 노린 전략이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신선식품 중심으로 리뉴얼한 점포는 연평균 매출이 20% 정도 늘었다. 홈플러스 실적 개선을 위해 메가푸드마켓을 늘릴 계획도 검토 중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기존 점포 정리와 익스프레스 매각 등을 동시에 추진하면서 노조와 갈등을 벌이는 상황이기도 하다. 

최근 MBK 측은 "안산선부점과 동청주점의 임대 계약기간이 만료돼 영업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경영진이 폐업 또는 자산 유동화 신고를 한 홈플러스 점포는 총 11개로 늘어났다.

장기간 부진한 실적이 영업적자로 이어져 폐업이 불가피하다는 게 MBK의 설명이다. 이에 안산선부점은 내년 말까지, 동청주점은 임대계약 만료에 맞춰 2026년 상반기까지 운영될 예정이다.

지난 6월 18일 열린 홈플러스 노동자 '투기자본 MBK의 밀실·분할매각 반대' 기자회견 현장 모습. 연합뉴스
지난 6월 18일 열린 홈플러스 노동자 '투기자본 MBK의 밀실·분할매각 반대' 기자회견 현장 모습. 연합뉴스

홈플러스 노조 측은 이같은 MBK 행보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MBK가 문을 닫는 두 매장 직원들의 100% 고용을 보장하고 인근 매장으로 재배치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를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홈플러스 노조는 이번 결정에 대해 "동청주점은 매출순위 최하위 매장이 아니다"면서 대주주인 MBK가 홈플러스의 장기적 전망보다 펀드투자자들을 위한 배당을 우선시하고 있다고 비판에 나섰다. 홈플러스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하기보다는 '팔기 좋은 상태'의 홈플러스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노조는 계속되는 매장 폐쇄가 대량 실업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면서 "MBK가 홈플러스를 산산조각 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각에선 MBK가 홈플러스를 경영하는 동안 기업 가치를 떨어뜨렸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MBK가 홈플러스 인수로 인해 발생한 4조3000억원을 상환하기 위해 경기 안산점 등 20여 개 점포를 폐점 또는 매각 후 재임차(S&LB) 방식으로 매각했는데, 이같은 조치가 기업 가치를 훼손했다는 지적이다.

한국신용평가는 MBK에 대해 "대형마트 업계에서 경쟁력이 약화했고 이로 인해 실적 부진이 심화했다"며 "특히 자산 매각 등을 통해서도 재무 안전성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점포 정리가 난항을 겪는 가운데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도 쉽지 않은 양상이다. 노조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실적 부진으로 자기자본이 2600억원밖에 되지 않는 홈플러스가 8000억원에서 1조원 사이의 가치로 예상되는 익스프레스 사업을 매각하게 되면 자본잠식 상태가 불가피하다는 이유다.

또 한편에선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 난항이 노조의 반대보다 시기적으로 매각에 유리한 때가 아닌 탓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물가로 소비 위축이 여전한데다 최근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로 유통업계 전반적으로 불안감이 확산하면서 인수 후보가 마땅히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커머스 업체이긴 하지만 이마트를 운영 중인 신세계그룹의 SSG닷컴(쓱닷컴)의 FI(재무적 투자자) 지분 30%도 인수자를 계속 못찾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에서는 홈플러스의 이같은 상황을 빗대 "MBK파트너스가 '닭 쫓던 개 신세'에 처했다"는 말까지 도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간 홈플러스의 경영 효율화와 이익 극대화에 몰두했지만 수년 간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매각 딜레마에 빠진 MBK가 빠른 시일 안에 노조와의 갈등 해소는 물론 불안한 유통시장 속에서 해결점을 찾고 수익성 확보를 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짚었다. 

한편 홈플러스 노조는 MBK의 점포 정리와 익스프레스 매각 등을 저지하기 위해 총력 투쟁에 나선다.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는 오는 22일 오후 1시 광화문 D타워 앞에서 1000명의 조합원이 참여하는 총궐기 대회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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