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지하주차장 접근 전기차 충전율 90% 이하 제한
글로벌 배터리시장 수요 위축 우려도 주가에 악영향

청라 아파트 화재 전기차 2차 합동 감식. 연합뉴스 제공.
청라 아파트 화재 전기차 2차 합동 감식. 연합뉴스 제공.

인천 송도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일어난 자동차 배터리 화재 사건으로 2차전지 관련 종목의 주가 흐름이 좋지 않다. 금융지주와 증권사가 자사주를 소각하며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뒷받침하는 가운데 시가총액 상위권에 다수 포진한 2차전지주의 최근 약세가 국내 주식시장 전반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LG에너지솔루션은 전 거래일 대비 0.31%(1000원) 오른 32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1월 초 대비 23.74% 빠진 수준이다.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 주가는 각각 연초 대비 35.11%, 27.96% 떨어졌다. 유가증권시장에서 또 다른 2차전지 관련 종목인 포스코퓨처엠 주가는 연초 대비 41.62%가 추락한 상황이다. 동 기간 코스피가 2655.28에서 2588.43으로 약 2.5% 하락한 것을 감안하면 상대적 낙폭이 크다.

최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가운데, 그 원인이 벤츠 EQE 전기차에 탑재된 중국산 배터리 결함 이슈 때문으로 드러났다. 

소방재난본부가 밝힌 ‘건물 지하 전기차 화재안전 진단 및 안전대책 연구’에 따르면, 2013부터 2022년까지 발생한 자동차 화재 611건 중 과부하, 과전류, 합선 등 전기적 요인이 324건(53.0%)을 차지했다. 이 중 배터리에서 불이 시작한 것으로 조사된 사례는 24건이었다. 

검증이 부족한 일부 저가형 중국산 자동차 배터리의 경우 완전 충전시 열폭주 현상이 일어난다. 열폭주는 배터리가 과열한 뒤 주변 배터리로 열을 옮기며 급속히 연쇄 폭발하는 현상으로, 온도가 1000도 이상 오른다. 이 때문에 화재 발생시 진화가 어려운 게 공통적인 특징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 포스코퓨처엠 등 국내기업은 이번 사건과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 하지만, 투자자들 사이에선 2차전지 회사의 리콜 이슈 트라우마가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2017년 11월부터 현대차 코나EV, 아이오닉EV, 일렉시티 버스 등에 배터리를 납품했는데 2021년 코나 EV 모델에서 배터리 화재 이슈가 터졌다. 당시 국토교통부는 배터리 셀 불량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고,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은 총 1조1000억원의 리콜 비용으을 7 대 3 비율로 부담하며 합의를 봤다.

향후 국내 전기차시장의 수요 역시 우려된다. 서울시가 완전히 배터리를 충전한 전기차의 지하주차장 진입 방지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여장권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은 “9월 말까지 아파트 등 공동주택 지하주차장에 접근하는 전기차 충전율을 90% 이하로 제한하도록 권고할 것”이라며 “충전제한 인증서 제도를 도입해 충전제한을 설정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제공.
연합뉴스 제공.

실제 자동차 운전자 사이에서도 전기차가 여전히 불안하다는 의견이 있다.

경기 파주에서 법인 운송업을 하는 A 씨는 스트레이트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전기차는 휘발유를 넣는 차량보다 힘을 덜 받는 느낌”이라며 “서울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전기차 충전소를 찾기 어렵고 무엇보다 아주 적은 확률이라도 발생할 수 있는 화재 위험성은 차주에게 매우 치명적”이라고 설명했다.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1~20일까지 국내 양극재 수출량은 8402톤을 기록했고, 1개월 환산시 약 1만3000톤으로 전년 동월 대비 52.5% 감소할 전망”이라며 “이는 2021년 이후 최저치로 전방 수요 약화를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시장의 2차전지 수요 감소 전망은 설비투자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진다.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합작법인 얼티엄셀즈의 3공장 건설이 일시 중단됐다. 3공장은 연산 50GWh 규모로 올해 하반기 준공해 내년 초 1단계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었다. 업황 회복 속도에 따라 향후 건설이 재개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9월 밸류업 지수 출시를 앞두고 2차전지 약세가 자칫 주식시장 전반을 침체시킬 가능성도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금융투자협회에서 '자산운용사 CEO 간담회’를 열고 “밸류업 자율공시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줄 것을 대주주와 기업 대표들께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규제적 방법으로 기업 행위를 유도하기보다 자율적, 제도 혜택 등을 통해 밸류업을 이루고자 하는게 정부 입장”이라며 “일부 정치권에선 제가 보기에 다소 규제적 방향으로 기업 의사결정을 강요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들도 논의되고 있는데, 주요 기업들이 경각심을 갖고 봐주지 않으면 정부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밸류업 공시는 상장사들이 자율적으로 기업 가치 제고 계획을 투자자들에게 알리고 이를 이행하도록 하기 위해 6월27일 시행됐다. 자기자본이익률(ROE), 주주환원율, 주가순자산비율(PBR) 등 기업이 특성에 맞는 지표를 골라 구체적인 목표치를 설정하고 이를 통해 주주 가치를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가운데 금융지주와 증권사는 자사주를 소각하며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부흥을 위해 노력 중이다.

KB금융은 7일 자사주 998만2649주를 소각하겠다고 공시했다. KB금융은 7월 말 4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을 추가로 발표한 바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오는 19일 자기주식 511만5718주(3000억원)를 전량 소각한다. 신한금융지주도 10월 말까지 689만6551주(3000억원)를 소각하기 위해 주식을 장내 매수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11월 7일까지 3개월 내 장내 주식시장에서 자사주 1000만주(790억원)를 매수한다. 키움증권 또한 지난 3월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발표하면서 기취득 자사주 209만5345주를 올해부터 2026년까지 매년 3분의 1씩 소각한다.

한편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에 따라 2차전지 수요가 다시 상승할 여력도 있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하와 경쟁력 있는 신차 출시 등에 대한 기대감이 존재하는 가운데,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할 경우 2차전지 섹터의 주가 상승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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