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코스닥 동반 서킷 브레이커…거래 중지
최상목 부총리, ‘각별한 대응체계 유지’ 당부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사진 맨 우측) 및 경영지원,코스피,코스닥,파생,시장감시 담당 임부장이 참석한 가운데 시장상황 점검을 위한 비상대책 회의를 하는 모습. 한국거래소 제공.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사진 맨 우측) 및 경영지원,코스피,코스닥,파생,시장감시 담당 임부장이 참석한 가운데 시장상황 점검을 위한 비상대책 회의를 하는 모습. 한국거래소 제공.

미국발 경기침체 우려가 주말동안 투심을 태풍속에 몰아넣은 결과 5일 코스피가 사상 최대 폭락을 기록했다.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매도세를 진정시키기 위해 올해 처음 서킷브레이커가 각각 발동했지만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않은 채 거래를 마쳤다. 미국 경제 경착륙 우려, 대형 기술주 실적 부진, 엔케리 자금 유출 우려에 중동발 전쟁 가능성까지 제기되며 끝 모를 추락이 이어졌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종가 대비 234.64포인트(-8.77%) 폭락하며 장을 마쳤다. 코스닥지수 역시 88.05포인트(-11.30%) 폭락하며 공포를 자아냈다.

당일 코스피 낙폭은 코스피 역사상 최대치다. 이날 11시께 코스피는 5% 이상 급락이 1분 이상 이어져 사이드카(프로그램매매 호가 효력 정지)가 발동됐고, 오후 들어 낙폭을 더욱 키워 2시 14분 경에는 전일 종가 대비 8% 이상 하락이 1분간 이어지며 서킷브레이커(거래일시 중단)가 발동, 거래가 20분간 멈췄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역시 오후 1시 5분과 2시 14분에 각각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코스피의 직전 1일 최대 낙폭은 코로나19 발발 당시인 2020년 3월 19일 133.56포인트(-8.39%)다. 5일 낙폭은 높아진 지수를 감안해도 당시보다 0.38%p 더 크다.

한편 이날도 일본 대표지수 중 하나인 닛케이(N225)지수는 4451.28(-12.40%) 급락하며 3만1458.42로 마감해 코스피보다 더 큰 충격을 받았다. 닛케이지수는 지난 2일 -5.81%, 1일 -2.49%등 이달 들어서만 3거래일 만에 19.55% 급락했다. 지난 2일 4.43%의 급락을 보였던 대만 가권지수도 5일 역시 8.35% 급락으로 장을 마쳤다.

수급상으론 코스피에서 외국인이 1조4580억원 순매도, 기관이 5244억 순매도를 기록한 반면, 개인이 1조7993억원 순매수로 대응했다.

특히 삼성전자 한 종목에서 외국인이 1조2313억원 순매도하고, 기관도 1754억 순매도하는 동안, 개인들이 1조3513억원 순매수했다. 4.21% 급락했던 2일 외국인 순매도가 2880억원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5일 외국인 매도는 그 4배가 넘는 수준이었다.

이날 시가총액 상위 100종목 중 금리관련 ETF를 제외하곤 상승을 기록한 종목은 없었다. 특히 시총 1위 삼성전자가 외국인들의 투매 속에 10.30% 하락하는가 하면, 지난 2일에도 10.40% 급락했던 시총 2위 SK하이닉스가 이날도 9.87% 하락해 코스피 하락을 주도했다. LG에너지솔루션 등 2차전지 종목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대표 경기방어 종목인 바이오종목은 오전 한 때 강보합세를 보이며 버티는가 싶었지만 오후 들어 모두 하락반전을 면치 못했다.

미래에셋증권 박희찬 리서치센터장은 “금일 코스피 하락폭과 외국인 매도는 과도하다”며, “폭락의 배경으로 설명되는 미국 발 경기 침체 우려도 지표상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금리 인하 등의 이벤트가 예고된 만큼 금일 시장 충격에 대한 민감도를 낮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한국거래소는 오후 5시30분 미국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인한 국내 증시 급락 상황에 대응하여 긴급 '비상대책위원회'를 개최해 국내외 시장 상황을 집중 점검하고, 향후 국내외 증시 동향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했다.

한편 이날 주식시장이 패닉에 빠지자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각별한 대응체계 유지를 당부했다.

최 부총리는 이날 기재부 확대간부회의에서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 등 불확실성이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며 "미국 경기둔화 우려 부각 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관계 기관과 함께 높은 경계심을 갖고 24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유지해달라"며 "필요시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상황별 대응계획)에 따라 긴밀히 공조·대응해달라"고 지시했다.

지난 2일에도 대통령실은 고위관계자 입을 빌어 주식시장에 대한 코멘트를 하는 등 이례적인 관심을 나타냈다. 당일 해당 관계자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일본도 4% 정도 빠지고 다 같이 빠지는 상황"이라며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고 조금 지나면 회복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었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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