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 약한 통화정책, 파급효과 ‘미비’ 지적
7월 금통위 참석 위원들 부동산 과열 우려

한국은행 홈페이지 화면 캡처.
한국은행 홈페이지 화면 캡처.

최근 미국에서 촉발된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로 국내 주식시장이 큰 변동을 보였다. 이 가운데 한국은행의 8월 금융통화정책을 앞두고 기준금리 조정 가능성에 대해 시장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국내 경기지표 곳곳에서 경기침체 공포 징후가 포착되기 때문이다.

12일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채권전략 보고서를 공개하며 “3분기 들어와서도 고금리 부담으로 내수가 부진할 것”이라며 “실제 6월까지 국내 고용동향이 급격하게 위축된데다 자영업자들의 파산소식까지 더해져 국내 펀더멘탈은 올해 2%대 중반 성장률을 달성하더라도 좋다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앞선 8일 국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했다. 종전에는 연간 경제 성장률 2.6%를 전망했으나, 최근 발표에선 0.1%포인트 낮춘 2.5%로 전망했다.

KDI는 “기존 전망에 비해 수출 증가세는 확대되는 반면, 민간소비와 설비투자의 회복은 지연 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연간 민간소비는 고금리 기조 장기화를 반영하여 기존 전망(1.8%)보다 낮은 1.5%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설비투자는 반도체 경기 호조세가 투자로 이어지지 못함에 따라 기존 전망(2.2%)보다 크게 낮은 0.4% 증가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내수부진을 반영한 취업자 수 증가폭 전망치 역시 종전 24만명에서 20만명으로 하향 조정했다. 실업률은 기존 전망과 동일한 2.8%를 유지했다. 내수부진의 단면으로 외식업 침체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공개한 외식산업경기동향지수를 보면, 2분기 지수는 1분기보다 3.68포인트 하락한 75.60을 기록했다. 해당 지수는 100보다 낮으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액이 감소 업체가 증가 업체보다 얼마나 많은 지를 보여준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한국은행이 8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빅컷(0.50%포인트 인하)을 단행하거나 연내 3회 이상 금리를 내릴 것이란 전망이 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예상과 반대로 흘러가는 채권, 부동산, 외환시장에 대한 언급이 어떤 형태로든 나와야 하겠으나 시기가 문제”라며 “시장 예상대로 대응 효과가 크지 않다면 통화정책 영향력 약화를 증명하는 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대응의 강도는 강력해야 한다”며 “연내 1회 인하를 전망하는 시장 참가자들 비중도 적지 않은 만큼 연내 동결도 불사하겠다는 정도의 발언이나 행동이 나와야 시장금리를 일부나마 되돌릴 수 있을 것이고 이 역시 어중간한 정도라면 악수를 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연합뉴스 제공.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연합뉴스 제공.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11일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수준인 3.50%로 동결하며 “차선을 바꾸고 적절한 시기 방향 전환할 상황은 조성됐다”고 밝혔다. 통화긴축이 시작된 지 약 3년 만에 공식적으로 나온 첫 금리 인하 검토 언급이었다.

하제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기준금리 수준(3.5%)에 비해 3년물 국고채 금리는 3% 밑으로 내려갔다”며 “이는 한국은행이 적어도 연내 2회의 금리를 인하할 전망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지난주 2년물을 제외한 전 구간 국고채 금리는 모두 2%대에 진입했다. 국고채 3년물, 10년물 금리는 각각 7월 마지막 주간 대비 0.085%p, 0.13%p 하락한 2.94%, 2.98%를 기록했다. 통상 단기물 금리는 통화정책, 장기물 금리는 경기 여건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움직인다.

국내 국고채 금리 하락세는 지난 5월부터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에는 장기물 금리의 하락 폭이 컸는데, 이는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시장에 점증한 영향으로 보인다.

다만 치솟는 주택담보대출 이율 환경은 빅컷 결정에 제약을 주고 있다.

전날 국토교통부는 “주택도시기금의 대출금리와 시중금리 간 적정한 차이를 유지하도록 이달 16일부터 대출금리를 0.2~0.4%포인트 올린다”고 밝혔다. 

정부가 부동산 정책 자금줄을 조이는 것은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거침없이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 규모는 715조738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6월 보다 한 달 만에 1.01%(7조1660억원) 증가했다.

실제로 30일 공개된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지난달 11일 금통위원 6명 전원은 부동산 시장 과열을 우려했다. A 위원은 “금리 인하가 수도권 등 일부 지역의 부동산 가격 상승을 촉발하는 계기가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서 연방준비제도가 먼저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하면 한국에서도 9월부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 후 집값과 가계부채 진정세 등을 확인한 뒤 금리 인하를 논의하는 게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로 손꼽힌다. 다만, 한국은행이 미국 연준 등 주요국 중앙은행과 별개로 통화정책을 조정할 가능성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김상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기준금리 인하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고 해도, 금통위는 국내 금융시장 동향에 더 초점(Focus)을 둘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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