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예상보다 강한 회복중…물가도 안정 2.4%(-0.2%pt)
고금리 장기화가 내수 부진 촉발…“8월 중에도 금리 인하 가능”

KDI 홈페이지 캡처.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2.6%에서 2.5%로 하향하는 ‘8월 수정 경제전망’을 8일 발표했다.

수출은 반도체 수요 증가에 따라 기존 전망보다 강한 회복세를 보이겠지만 예상보다 길어진 고금리가 내수 부진 원인으로 작용하며 경기 회복세가 더딘 것이 원인이다. 내수 둔화로 소비가 탄력을 잃으며 물가상승률도 낮아졌다.

KDI는 8월 수정 전망한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2.5%는 지난 5월 전망치(2.6%)보다 0.1%포인트(p) 하향 조정한 것이다. 한국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 전망치 역시 2.5%를 제시한 상황이고, 정부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6%를 제시 중이다.

0.1%pt 햐향의 원인은 내수 침체다. 수출 전망치가 상향 조정된 부분이 내수 때문에 공염불이 됐다.

KDI는 수출 부문에서 반도체 경기의 활성화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비메모리 부분의 경쟁력 확보가 그동안 화두였지만, 인공지능(AI) 활성화를 뒷받침 하기 위해 메모리 반도체 역시 수요가 많아지며 반도체 거래액 전망치가 대폭 상향된 것이 기폭제가 됐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증가율이 기존보다 높아질 것으로 보고, KDI는 올해 수출 증가율을 기존 5.6%에서 7.0%로 1.4%p 높였다.

다만 예상보다 길어진 고금리 기조는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회복의 족쇄로 보고 있다.

KDI는 올해 민간소비 증가 전망을 기존 1.8%에서 1.5%로 낮춰잡았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경기·물가 상황에 맞춰서 금리가 조정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금리 인하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지연되는 상황"이라며 "2분기에 고금리의 부정적 영향이 강했던 측면도 종합적으로 반영했다"고 말했다.

설비투자 역시 반도체 경기 호조세가 투자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기존 전망(2.2%)보다 대폭 낮은 0.4%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우려를 키웠던 건설투자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의 파급이 제한적 수준에 그치며 기존 전망(-1.4%) 대비 감소 폭(-0.4%)이 축소될 걸로 내다봤다.

수출과 수입간 차이인 경상수지는 기존 전망(703억달러)보다 흑자 폭이 확대된 770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기존의 2.1%를 유지했다.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도 기존의 2.6%에서 0.2% 낮춘 2.4%로 제시됐다.

KDI는 이번 전망에 내수 부진과 더불어 최근 우려가 커진 중국과 미국의 경기 둔화 우려에 따른 유가 하락을 반영했다는 설명을 내놓았다. 올해 원유 도입단가 전제도 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85달러에서 82달러로 낮아졌다.

내수 부진으로 고용시장에도 부정적 전망이 나왔다.

최근 취업자 수 증가 폭이 서비스업 중심으로 축소되는 가운데, 올해 취업자 수 증가 폭을 기존 24만명에서 20만명으로 하향 조정했다는 게 KDI 시각이다. 다만 실업률은 2.8%를 유지했다.

다만 외생변수가 변동성을 키울 가능성이 남아있다.

긴장이 고조되는 중동 지역 지정학적 위험, G2로 불리는 중국과 미국의 경기 급락시 우리 경제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두 국가는 대한민국의 최대 수출국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나라다. 최근 미국 고용지표 등이 불안감을 보이자 주식시장이 급락하고 안방보험 파산에 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다만 KDI는 경착륙 시나리오보다는 "중국과 미국의 경기가 점진적으로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정규철 실장은 "아직 미국 경제의 급락 가능성을 시사하는 지표가 주식시장 이외에는 많지는 않다"고 했다.

아울러 올해 말 미국 대선 이후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될 경우 한국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iM증권 박상현 연구원도 이날 ‘폴리코미 참사와 변동성’이라는 제하의 리포트를 통해 “정치에 경제가 휘둘리는 현상이 더욱더 강해지면서 경제와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주고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불거진 '인공지능(AI) 거품론'과 관련해 정 실장은 "단기적인 반도체 사이클인지, AI 수요가 중장기적으로 안 좋을지 차이에 따라서 경제전망에 다르게 반영될 것 같다"고 했다. 그동안 나스닥을 중심으로 이른바 M7으로 불리우며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아온 테크주들이 최근 크게 조정을 받은 상황과 관련한 발언이다.

대내적으로는 물가상승세 둔화에도 고금리 기조가 길어진다면 내수 회복에 더 시간이 걸릴 가능성도 제기됐다.

한편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민생회복지원금법(전국민 25만원 지원법)은 실제 시행 여부가 불투명해 이번 전망에 반영하지 않았다는게 KDI 입장이다. 정 실장은 "만약 집행되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0.1%p 정도 높이는 효과가 있을 것 같다. 내수를 통해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다만 현재 상황에서는 금리는 낮추고 재정지출은 억제하는 정책 조합이 필요하다는게 KDI 주장이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 파월 의장이 7월말에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9월 경 금리 인하가 단행될 뜻을 내비추면서, 한은은 10월께 금리인하가 단행될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KDI는 8월 한은 금융통화위원에서도 충분히 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시각을 보였다.

특히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가 내수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 이번 전망에 반영하지 않았다는게 KDI 입장이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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