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사태로 이커머스 시장 불신 높아지고 투자자 줄어
미뤄지는 IPO.. 위기 속 3세대 매출 증대·외형 성장 '고비'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 큐텐 본사 앞에서 피해자들이 회사 측에 빠른 환불과 대책 마련 등을 촉구하며 우산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 큐텐 본사 앞에서 피해자들이 회사 측에 빠른 환불과 대책 마련 등을 촉구하며 우산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로 이커머스 시장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높아지고 성장성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컬리, 오아시스마켓, 무신사 등 3세대 이커머스 업체들의 기업공개(IPO) 추진 과정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기업 상장을 목표로 몸집을 확대할 방안을 찾고 있던 3세대 이커머스 업체들이 고심에 빠졌다. 매출 규모 확대를 위해 타기업을 인수하거나 큰 투자자를 찾는 게 여의치 않아졌고, 오히려 이커머스에 대한 불신으로 소비자 이탈 우려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3세대는 2세대 이커머스인 쿠팡이나 네이버처럼 여러 항목의 상품을 통합해 유통해는 게 아니라 저마다 특화된 영역에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어 그간 차별화된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컬리, 오아시스마켓, 무신사 등이 대표적이다. 

컬리는 마켓컬리와 뷰티컬리로 식품과 화장품을 주로 판매하며 새벽배송에 특화를 뒀다. 오아시스마켓은 신선식품을 주요 품목으로 하고 신속배송을 강점으로 뒀다. 무신사와 에이블리 등은 패션 브랜드를 한 곳에 모아 다양한 옷을 한 번에 볼 수 있도록 하면서 할인혜택을 제공하는 등 소비자의 편리한 의류 쇼핑을 지원하고 있다.

다만 이들은 분야가 한정적인 탓에 빠른 매출 확대가 어렵다는 약점을 가지고 있다. IPO를 위해서는 일정 규모의 매출이 필요한데 그 부분에 취약한 것이다. 앞서 티메프 사태를 일으킨 큐텐그룹이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을 위해 매출 규모만 단기간에 늘리고자 자본잠식 상태인 티몬과 위메프를 비롯해 AK몰, 미국 위시 등을 마구잡이로 인수했던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큐텐은 성장성 확보가 어렵자 매출 규모, 즉 거래액 액수만 확대하려고 한 것이다.

결국 티메프 사태가 발생되면서 이커머스 업체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증가하고 이탈 우려까지 나오는 등 3세대 이커머스 업체들이 타격을 입는 중이다. 무엇보다 이커머스 업체의 '성장성'에 의문이 던져지고 있기 때문이다. 매출 규모를 확대해 IPO를 성공시키려던 3세대 이커머스 업체들이 난관에 봉착하게 됐다.

컬리 배송 차량. 컬리 제공
컬리 배송 차량. 컬리 제공

먼저 컬리의 상황이 악화됐다. 컬리는 올해 들어 정산대금 주기를 최대 20일 늦췄다. 이후 티메프 사태가 터지게 됐고, 일각에서는 컬리도 자금난을 겪기 때문에 자금 융통을 위해 정산 주기를 늦춘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기존에는 매월 1일에서 말일까지 입고(매입)되는 상품에 대해 다음달 말일 대금을 지급하는 방식이었다. 변경 이후에는 1~10일 납품건에 대해서는 납품일 기준으로 기존과 동일하게 대금을 지급하되 11~20일 납품된 상품들은 두 달 뒤 10일까지, 21일부터 말일 납품 건은 두 달 뒤 20일까지 등 정산을 늦추게 됐다. 월말에 상품을 납품하는 공급사는 기존보다 최대 20일 늦게 대금을 지급받게 된 것이다.

티메프 사태처럼 단순 매출 규모 확대를 꾀하고 긴 정산 주기를 이용해 납품 업체의 판매대금을 돌려막기하는 등 자금으로 활용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 이유다. 대금 결제 기한을 늦춰 현금을 확보하면 지표상으로 '세전·이자지급전이익(EBITDA) 흑자'라는 실적을 내기에도 유리하다는 지적이다.

이자 수익을 늘리 위한 꼼수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컬리 측은 "정산주기 변경은 현금흐름 지표일 뿐 수익성 지표와는 관련이 없기 때문에 흑자를 내기에 유리하다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컬리는 지난해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를 통해 자금을 유치하며 급한 불을 끈 상태지만 연간 영업흑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까지 매년 적자 행진을 이어오고 있는데, 영업손실 규모는 ▲2020년 1162억원 ▲2021년 2177억원 ▲2022년 2334억원 ▲2023년 1436억원 등이다. 

긍정적인 점은 지난 1분기 영업손실이 314억원 개선되며 2015년 회사 설립 이후 9년 만에 처음으로 분기 흑자 5억원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또 컬리가 오픈마켓 형태인 티메프와 달리 '직매입'하는 물품이 많아 정산 주기가 늦더라도 이에 영향을 받는 납품업체가 적다는 점도 차별화된 부분으로 꼽힌다.

이를 바탕으로 '이커머스 불신'이라는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는 한편 매출과 영업이익을 개선하고 투자자를 확보해 연내 IPO 재추진에 나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오아시스마켓 본사 전경. 오아시스 제공
오아시스마켓 본사 전경. 오아시스 제공

신선식품 새벽배송을 앞세워 연간 흑자를 내며 시장에서 자리잡아온 오아시스마켓은 최근 11번가 인수를 포기하기로 하면서 IPO 추진 가능성이 다소 흐려졌다.

오아시스는 본래 무차입 경영 기조를 유지하면서 창업 이후 12년간 흑자기조를 이어오는 중이다. 특히 올해 2분기에는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경신했다. 2분기 영업이익은 73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93%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매출도 131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나 늘었다.

계속되는 성장세에 따라 3세대 이커머스 업체 중에서는 IPO 성공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으로 거론됐다. 특히 오아시스가 매출 규모 확대와 외형 성장을 위해 11번가 인수에 나서기로 하자 시장 기대감도 높아졌다.

그러나 티메프 사태가 발목을 잡았다. 오아시스는 자사 주식과 관계사 루트의 주식을 섞어 11번가 주식과 맞바꾸는 방식을 11번가 매각 주체인 사모펀드 H&Q코리아에 제안했는데, 이를 H&Q코리아가 거절했다. H&Q코리아가 현금 없이 오아시스와 루트 주식만 받는 M&A 방식에 대해 동의하지 않은 것이다.

티메프 사태로 현금 없는 지분스왑(주식교환) 방식의 M&A였다는 점이 걸림돌이 됐다. 앞서 티메프 사태를 일으킨 큐텐그룹이 2022년과 2023년 티몬과 위메프를 지분스왑 방식으로 인수했기 때문이다.

구영배 큐텐 대표가 티몬과 위메프의 기존 FI(재무적투자자)에게 큐텐 주식을 주고 현금 한 푼 없이 손쉽게 두 기업을 인수한 뒤 지금과 같은 사태를 일으킨 탓에 해당 방식에 대한 시장 거부감이 높아진 것이다. 특히 11번가는 국민연금이 대대적으로 자금을 투자한 곳이어서 지분스왑 방식에 대해 더욱 엄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오아시스 입장에서도 11번가 인수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으며, IPO 재추진을 위한 다른 방안이 필요한 처지게 됐다. 창사 이래 흑자 기조를 이어오면서 안정적인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영업이익이 100억~200억원 내외로 외형 한계가 아직은 뚜렷한 편이다. 이를 극복하고 매출 증대로 11번가 인수를 위한 현금을 마련하거나 새로운 투자자를 확보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서울 강남 무신사 매장. 무신사 제공
서울 강남 무신사 매장. 무신사 제공

패션 플랫폼 무신사도 IPO를 추진 중이다. 지난달 주요 투자자들과 만나 증시 입성 시 흥행 가능성, 현재 IPO 시장 분위기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IPO를 앞두고 임원진 정비는 마친 상태다. 지난 3월 조만호 의장이 총괄대표로 복귀했고 박준모 대표를 새로 선임했다.

IPO를 준비하는 발행사는 입찰제안서를 증권사에 발송한 뒤 증권사별 경쟁 프레젠테이션(PT)을 거쳐 주관사를 정하게 된다. 무신사가 내후년 상장을 위해서는 기업실사 등을 고려해 최소 1년 6개월 이내에는 주관사 선정을 마쳐야 한다.

무신사도 앞서 컬리나 오아시스처럼 IPO 시기가 예정보다 늦어진 상태다. 본래 2019년 세콰이어캐피탈과 938억원의 투자계약을 맺어 내년 IPO를 조건으로 내걸고 상장하지 못하면 연이자 8%에 투자금을 물어주는 계약(풋옵션)을 체결했다. 다만 성장성이 큰 만큼 세콰이어캐피탈이 당장 풋옵션을 행사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무신사의 기업가치는 3조~4조원대로 예상되며 IPO를 위해선 적자를 해소하는 게 급선무로 꼽힌다. 무신사가 지난해 매출 9931억원, 영업손실 86억원을 기록하면서 창사 이래 처음 적자로 전환한 탓이다.

이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무신사의 자회사 실적 때문이다. 무신사 자회사인 무신사로지스틱스(물류 부문), 무신사페이먼츠(결제 부문) 등에서 꾸준히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리셀 플랫폼 솔드아웃을 운영하는 자회사 에스엘디티(SLDT)가 3년간 886억원의 누적 영업적자를 냈다.

이에 무신사는 수익성 개선 차원에서 특별히 오프라인 강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자사 PB 브랜드 '무신사 스탠다드'의 오프라인 매장 확대를 통해 성장을 꾀한다는 전략이다. 이커머스 업체이지만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강세를 보이고 있는 무신사는 그간 수도권에 유동 인구가 많은 거점에만 매장을 선보였으나 올해는 대형 쇼핑몰, 백화점에 입점하는 형태로 접점을 넓히고 있다.

이밖에도 무신사는 조만호·한문일·박준모 3인 각자 대표 체제에서 조만호·박준모 2인 체제로 전환하고 솔드아웃 계열사 전체 임직원의 30% 안팎 수준의 인원 감축을 결정하는 등 인적 구조조정도 진행 중이다. 하반기 적자 기조를 탈출하고 연내 투자자 유치 및 주관사 선정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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