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뱅, 김범수 리스크에 주가 하락
케이뱅크는 역대급 호실적 기록
카카오뱅크의 대주주인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구속되면서 카카오뱅크 주가가 주저 앉는 상황이다. 경쟁기업이지만 적정 주가 산정의 기준점이 될 카카오뱅크의 주가 하락이 기업상장(IPO)을 앞둔 케이뱅크에겐 희소식이 아니다. 그러나 케이뱅크는 이와 무관하게 IPO를 원래 계획대로 추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16일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가는 올해 말 기준 카카오뱅크의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을 각각 23.43배, 1.60배로 전망했다. 2021년 말 기준(126.30배, 5.08배)과 비교해 눈높이가 한참 낮아졌다.
증권업계에선 최근 김 위원장의 구속을 두고 카카오뱅크에게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앞선 8일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제2부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김 위원장을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카카오는 SM엔터를 인수하기 위해 533회에 걸쳐 2400억 원을 들여 불법 시세조종에 나섰다. 시세조종 범죄에 카카오그룹 최종 의사결정권자인 김 위원장 지시가 있었다는 게 검찰 시각이다.
하나증권은 김 위원장의 유죄가 확정된다면 금융위원회 처분 명령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이 경우,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대주주 지위를 잃게 된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대주주 카카오의 김범수 위원장 구속으로 지배구조 관련 불확실성이 커진 점은 분명 리스크 요인”이라며 “최종 판결까지는 수년이 소요되고, 판결 결과도 예단하기 어렵지만 만약 유죄 확정시 양벌 규정에 따라 카카오가 대주주 지위를 잃을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 연구원은 “카카오뱅크 2대주주의 출자여력은 적고 투자금융 DNA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며 “금융지주사 인수는 주주 설득의 어려움, 산업자본은 대주주 적격성 심사 관건 등을 감안하면 처분 지분을 인수할 수 있는 잠재인수자를 찾기도 쉽지 않아 시장 매물 출회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장 투자자의 눈길은 자연스럽게 상장을 앞둔 케이뱅크에게 집중된다.
상장을 앞둔 종목은 심사 과정에서 이미 상장한 동종 업종 기업을 기준으로 주가 가치를 산정하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 주가가 높았을 때 케이뱅크가 상장을 했다면 그만큼 공모가도 상승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카카오뱅크의 주가가 속절없이 떨어지며 상장을 앞둔 케이뱅크도 타격이 불가피할 거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카카오뱅크는 2021년 8월 3만9000원의 공모가로 코스피에 입성했다. 상장 첫날 주가는 상한가인 6만9800원까지 올랐다. 이후 탄력을 받아 20일에는 9만1000원까지 상승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2021년 카카오뱅크 상장 초기 주가가 공모가 대비 133.33% 이상 상승하는 것을 보고, 케이뱅크 역시 상장시 주당 가격이 최소 3만원 이상 될 것으로 기대했다”며 “그러나 현재는 카카오뱅크의 추락으로 케이뱅크 상장시 주가를 2만원 조차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케이뱅크 주가는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 ‘38커뮤니케이션’과 ‘증권플러스(비상장)’에서 각각 1만3950원, 1만4300원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카카오뱅크 주가 흐름과 상관없이 IPO를 원안대로 추진 중”이라며 ”현재 한국거래소에서 상장을 심사 중”이라고 말했다.
케이뱅크는 올해 1월 이사회에서 IPO 건을 의결 후 2월 NH투자증권과 KB증권, 뱅크 오브 아메리카 등을 상장 주관사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6월 28일에는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 인터넷전문은행 중 코스피에 상장한 유일한 종목은 카카오뱅크이기 때문에 그들의 주가 하락 영향이 케이뱅크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 완전히 없을 수는 없다”며 “다만 거래소에서 케이뱅크 공모가를 산출하며 카카오뱅크 단일 종목만을 가치 비교 기준으로 삼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케이뱅크는 상반기 순익 85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250억원)과 비교해 3배 이상의 규모다. 이자이익은 264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6% 늘었다. 비이자이익은 327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111% 이상 증가했다.
케이뱅크는 개인사업자 대출상품인 '사장님 보증서대출', '사장님 신용대출'과 함께 올해 5월에는 개인사업자 전용 입출금통장인 '사장님통장'을 출시했다. 이달엔 인터넷은행 최초로 '사장님 부동산담보대출'을 출시해 소상공인을 위한 상품과 서비스를 확대했다.
IPO로 가기 위한 막바지 동력 확보를 위해 내부 직원들을 독려하는 일도 동시에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2024 상반기 케이뱅크 어워즈’를 열고 상반기 히트 상품과 서비스 공적을 세운 ‘대환대출 갈아타기’팀과 ‘마이크로서비스아키텍처(MSA) 플랫폼 구축’팀에게 총 상금 1억 원의 직원 포상을 실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 계열사들이 상장에 성공하고 나서도 일부 경영진만 거액의 차액을 남기고 막상 직원들은 피해를 보자 조직내 불편한 기류가 생기고 업무 효율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사례가 있다"며, "케이뱅크는 이러한 일이 없도록 내부직원과 함께 성장한다는 기조를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