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자, 희망 공모가 밴드 상단보다 높은 가격 주문
최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렸지만 코스피는 연초 대비 3% 가량 떨어지는 등 국내 자본시장은 여전히 경색되어 있습니다. 당초 금리 인하가 유동성 확대를 기대하게 만들지만, 경제 불확실성과 경기 둔화 우려 속에서 투자 심리가 쉽게 회복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내 기업상장(IPO)을 추진 중인 기업들이 있습니다. 스트레이트뉴스는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도 외다리에 서서 상장을 꿈꾸는 기업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외다리 선 IPO>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기업들이 어떻게 상장 전략을 준비하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 뿐만 아니라 외부 이해관계자들의 다양한 관점을 균형 있게 제시하고자 합니다.
최근 넷플릭스 시리즈 ‘흑백요리사’가 인기를 끌자, 국내 자본시장에선 백종원 대표가 이끄는 더본코리아에 이목이 집중됐다. 수요자들은 더본코리아의 희망 공모가 상단 밴드보다 높은 가격을 주문하며 대박 조짐을 보이고 있다.
2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외식업체인 더본코리아는 24일까지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더본코리아는 이번 상장을 통해 300만주를 공모한다. 주당 공모 희망가 밴드는 2만3000원~2만8000원이다. 총 공모예정금액은 약 690억원~840억원이다.
더본코리아는 외식 프랜차이즈 사업을 영위하는 업체다. 빽다방과 홍콩반점 등 25개 브랜드를 운영 중이다. 가맹 사업 외에 유통, 호텔 사업도 영위 중이다. 2018년 상장을 추진했다가 2020년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시장환경 악화로 상장 추진 계획을 보류한 바 있다.
더본코리아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규모로 전년 대비 45.5% 늘어난 4107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0.6% 감소한 256억원을 달성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6.7% 늘어난 2213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62.1% 증가한 158억원을 달성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배 대표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흑백요리사 만큼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성현동 KB증권 연구원은 “해외 OTT 프로그램 및 한국 문화 확산으로 해외 가맹 사업 성장 및 소스류 판매 증가가 기대된다”며 “상장 직후 유통가능물량 비중 19.7% 및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 75.4%로 오버행 이슈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상장 당일 유통 가능한 더본코리아 주식 수는 총 상장 주식 수의 19.67%다. 주주 구성을 살펴보면 백종원 대표가 60.78%의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다. 이중 42.55%에 대해선 ‘상장 후 2년 반 동안 팔지 않겠다’는 내용의 의무보유확약을 내걸었다. 나머지 지분에 대해선 6개월치만 의무보유를 약속했다.
물론 더본코리아의 공모가치 산정 방식을 지적한 목소리도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7일 국정감사 자리에서 “더본코리아 공모가 산정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본코리아가 상장 공모가 산정 시 프랜차이즈 기업이 아닌 CJ씨푸드, 대상, 풀무원, 신세계푸드 같은 식품제조유통 전문 기업들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 15.78배를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더본코리아의 상장할인율도 코스닥 상장 기업 평균인 22.2%~36%에 훨씬 못 미치는 8.09%~24.50%를 적용한 것도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공모가 가치산정 이슈를 겪은 케이뱅크의 경우, 결국 수요예측에 실패하며 상장추진 계획을 철회했지만, 더본코리아의 경우 수요예측에 참여한 대부분 기관 투자자가 희망 공모가 밴드 상단(2만8000원)보다 높은 가격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서울 마포경찰서에 따르면, 신원 불상자 A씨는 더본코리아가 내달 코스피 상장을 앞두고 28일부터 일반 투자자를 상대로 청약을 진행하는 점을 노려 공모주 청약을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더본코리아 공식 홈페이지에서 회사 소개를 가져오는 등 백 대표를 사칭했으며, 투자자에게 상장 전 지분 투자 방식으로 미리 이득을 챙기라고 권유한 후 투자금을 챙긴 뒤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더본코리아는홈페이지를 통해 ‘특별공모 사칭 주의’를 안내했다.
더본코리아 관계자는 “백 대표를 사칭해 IPO 특별공모 청약을 안내하는 문자와 특별공모 신청 사이트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이번 사기 사건과 별개로 수요예측 일정 등 IPO 추진은 계획대로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