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 내년 초 상장 목표로 구체적 일정 잡을 듯
이중상장 논란 카뱅 주가 급락...케뱅 IPO 일정 미뤄
유일한 인터넷은행 상장사인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주가가 고전중인 가운데, 케이뱅크가 기업상장(IPO) 공모를 내년으로 미루었다. 역시 상장을 준비중인 금융 플랫폼 토스의 경우 당초 내년 초 상장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경쟁사들의 우환에 상장 목표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2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토스는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과 내년 상장을 목표로 구체적인 IPO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토스는 케이뱅크와 차별화된 성장성 입증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우선 모바일 앱 토스의 고유방문자수(MUV)는 8월 기준 2230만명에 이른다. 같은 기간 카카오뱅크(1525만명)와 케이뱅크(377만명)에 비해 높은 수치다.
토스의 핵심 계열사는 토스뱅크다. 토스뱅크는 8월 광주은행과 손잡고 ‘직장인 함께대출’을 출시해 1개월 만에 대출액 700억원을 돌파했다. 토스뱅크와 지방은행의 협업은 케이뱅크, 카카오뱅크와 다른 모습이다.
다만 일각에선 케이뱅크의 상장계획 보류와 카카오뱅크 주가 하락이 토스의 상장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토스의 경우 당장 내년이라도 물리적으로 상장 시도 자체는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시장 흥행도 필요하기 때문에 적당한 시기를 기다리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그는 “토스뱅크의 경우 상장을 위해선 업력이 5년을 넘겨야 하기 때문에 최소 2026년 10월을 넘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18일 케이뱅크는 상장계획을 보류했다. 케이뱅크 측은 “총 공모 주식이 8200만주에 달하는 현재 구조로는 성공적인 상장을 위한 충분한 투자 수요를 끌어내기 어려운 것으로 판단했다”며 “ 내년 초 다시 상장에 도전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케이뱅크의 내년 상장 계획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케이뱅크는 공모가로 9500원~1만2000원대를 희망했는데 성장 가능성에 비해 몸값이 과대평가됐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주관사인 NH투자증권과 KB증권 등은 케이뱅크에게 희망 공모가 범위(9500원~1만 2000원)의 하단 아래인 8500원으로 설정하는 안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뱅크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은 비트코인 거래소인 업비트 계좌연동이다. 케이뱅크는 1등 가상화폐거래소 업비트와의 제휴로 20대 고객이 많아지며 2022년 상반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다만 최근 국정감사에서 ‘케이뱅크의 업비트 의존도가 높다’는 질의에 대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케이뱅크) IPO 과정에서 투자자들에게 리스크가 적절히 공시됐는지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케이뱅크 고객 중 20대 이하 차주 연체율이 지나치게 높은 것 역시 문제점으로 지적받는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인터넷전문은행(이하 인뱅)의 가계신용대출 관련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케이뱅크에서 신용대출을 받은 20대 이하 차주의 연체율은 4.05%였다. 이는 3년 전인 2021년 12월 말(1.76%)과 비교해 2.29%포인트나 상승한 수준이다. 3년도 되지 않는 기간에 두 배가 넘게 오른 것이다.
케이뱅크는 기업가치를 산정하면서 비교 회사로 카카오뱅크와 미국·일본의 인터넷은행을 선정한 뒤, 비교회사 3사의 주가순자산비율(PBR) 평균인 2.56배를 적용했다. 이는 케이뱅크가 비교 기업으로 선정한 카카오뱅크(1.62배)보다 높은 수준이다.
정광명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일본과 미국 인터넷은행의 PBR이 국내 인터넷은행보다 상당히 높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배승 LS증권 연구원은 “케이뱅크의 희망 시가총액 기준 PBR은 국내 금융주 가운데서는 현저히 높은 수준”이라며 “이자이익 의존도가 절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카카오뱅크 이상의 PBR 정당화를 위해서는 서비스형 뱅킹 성공모델 구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대표 금융주인 KB금융(0.62배)과 신한지주(0.52배), 하나금융지주(0.45배), 우리금융지주(0.36배)도 PBR이 1배를 넘지 않는다.
유통물량이 많은 탓에 기존 주주의 잠재적인 지분 매각 비중이 높은 것도 상장의 발목을 잡은 주요 요인이다. 2021년 케이뱅크 유상증자 과정에서 카니예 유한회사, JS신한파트너스 등은 회사 지분을 주당 6500원의 가격으로 지분을 사들였다. 케이뱅크의 이번 공모 규모는 총 8200만주였으며 상장 직후 유통 가능 물량은 37%였다. 공모 물량의 절반 가까이는 기존 주주 물량이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2021년 당시 6500원에 지분을 샀던 이들은 케이뱅크가 상장하는 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며 “만약 케이뱅크가 희망공모가 최하단 기준인 9500원에 상장을 성공했더라면, 기존 투자자들은 무조건 첫날 지분을 다 팔아치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3년 전 코스피에 상장한 카카오뱅크의 경우 역시 회사 내실에 비해 공모가를 지나치게 높게 산정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2021년 8월 3만9000원의 공모가로 코스피에 입성했다. 상장 첫날 주가는 상한가인 6만9800원까지 올랐다. 이후 탄력을 받아 20일에는 9만1000원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3년 동안 주가는 계속적으로 떨어져 현재는 2만2750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가는 올해 말 기준 카카오뱅크의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을 각각 24.57배, 1.67배로 전망했다. 2021년 말 기준(126.30배, 5.08배)과 비교해 눈높이가 한참 낮아졌다.
더 큰 문제는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에도 좀처럼 국내 증권시장 전반이 반등을 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은행업계 다른 관계자는 “금리 인하 시기에 각 은행의 여신 영업 실적이 줄어들 것으로 보여진다”며 “특히 가계와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으로 영업규모가 제한된 인뱅의 경우 더욱 직접적인 타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보다 내년의 상황이 더 안좋을 것으로 보여지는데 IPO를 시도한다고 해서 수요가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금융위원회가 추진 중인 제4인뱅 도입은 기존 사업자들에게 부담이 될 여지가 있다. 현재 제4인뱅에 출사표를 던진 컨소시엄은 유뱅크, 더존뱅크, 한국소호은행, AMZ뱅크, 소소뱅크 등 다섯 곳이다. 11월 예비인가 심사기준이 발표되면 연말부터 본격적인 예비인가 신청이 이뤄지고 내년 1~2월 심사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증권업계 IB본부장은 "토스의 경우 토스 본체와 토스뱅크가 분리해 각각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만큼 자칫 카카오가 겪었던 이중상장(Double Listing)이슈가 불거질 수 있다"며, "카카오의 경우 왜 카카오와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가 각각 따로 상장해야 했는지 시장을 납득시키지 못한 상황이라 토스뱅크도 이러한 시장의 지적을 받지 않을 명분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