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앞두고 거래소 이사장 출신 대표 선임
관료 출신의 사기업 진출..이해충돌 발생 우려
최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렸지만 코스피는 연초 대비 3% 가량 떨어지는 등 국내 자본시장은 여전히 경색되어 있습니다. 당초 금리 인하가 유동성 확대를 기대하게 만들지만, 경제 불확실성과 경기 둔화 우려 속에서 투자 심리가 쉽게 회복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내 기업상장(IPO)을 추진 중인 기업들이 있습니다. 스트레이트뉴스는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도 외다리에 서서 상장을 꿈꾸는 기업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외다리 선 IPO>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기업들이 어떻게 상장 전략을 준비하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 뿐만 아니라 외부 이해관계자들의 다양한 관점을 균형 있게 제시하고자 합니다.
토스가 최근 자체 연구기관 토스인사이트를 출범한 가운데 손병두 한국거래소 전 이사장을 대표로 선임한 배경에 대해 시장의 이목이 집중된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토스는 최근 손 전 이사장을 토스인사이트로 신임대표로 선임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출범한 토스인사이트는 핀테크 분야를 중심으로 금융 관련 정책을 분석하고 트렌드를 연구하는 기관이다.
1964년생인 손 대표는 서울대 국제경제학과 졸업 후 서울대 행정대학원을 거쳐 미국 브라운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9년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해 2008년부터는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과장,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장 등을 역임했다.
특히 2020년 11월까지 금융위 부위원장을 맡았던 그는 같은해 12월 거래소 이사장 단독 후보로 올랐다. 이 때문에 당시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등 한국거래소 노조는 ‘관피아’를 주장하며 그의 선임을 반발했다. 이사장 교체 이후 진행된 임원 인선에서도 잡음이 이어졌다. 그는 거래소 이사장 재임 시절, 투자자 신뢰에 기반한 IPO 활성화를 추진하기도 했다.
이러한 배경을 가진 손 전 이사장의 대표이사 선임을 두고 일각에선 “토스가 손 전 이사장을 계열사 대표로 앞세워 기업상장(IPO)을 추진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토스는 금융혁신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조직”이라며 “토스인사이트는 비바리퍼블리카 계열사 중 가장 트랜디하고 예민한 이슈들을 다루는 조직인데 손 전 이사장의 커리어는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한국거래소 등 딱딱하고 올드한 이력 뿐”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토스증권을 이끄는 김규빈 대표는 나이가 서른 다섯살인데, 64년생인 손 전 이사장을 굳이 토스인사이트에 앉히려는 건 다른 의도가 있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플랫폼 기업들의 IPO 고배가 이어지며, 거래소 이사장 출신을 계열사인 토스인사이트 대표로 앉히고 IPO를 추진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관료 출신이 금융사로 가는 경우는 통장적으로 관료 시절 인맥을 활용해 회사 이익을 대변하기 때문에 이해충돌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토스 측은 “아직 구체적인 IPO 일정이 나오지 않아, 손 전 이사장을 전관예우 할 처지가 아니다”는 입장이다.
토스 관계자는 “토스인사이트의 경우 비바리퍼블리카 전 계열사 커뮤니티의 금융경영연구소 역할을 하는 조직”이라며 “이제까지 사업조직만 있왔는데 사내 연구조직이 생겼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손 전 이사장은 이미 시장에서도 널리 알려진 인물”이라며 “금융정책전문가로 토스인사이트가 앞으로 하게될 정책분석과 연구, 싱크탱크로 역할을 하는데 가장 적합한 인물이기 때문에 선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토스는 아직까지 연간적자를 기록하고 있어 특정 인물에 대해 전관예우를 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라며 “게다가 아직 구체적인 IPO 일정이 잡히질 않아 앞으로 토스인사이트를 이끌게 될 손 전 이사장이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것인지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게 없다”고 덧붙였다.
손 전 이사장은 스트레이트뉴스의 전화 통화에서 “토스인사이트 대표 선임은 IPO 이슈와 상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비바리퍼블리카는 2013년 법인 설립 이후 2015년 모바일 앱 ‘토스’ 서비스를 출시했다. 그러나 최근 8년간 영업이익 규모를 보면, ▲2016년 -226억원 ▲2017년 -771억원 ▲2018년 -1832억원 ▲2019년 -3000억원 ▲2020년 -910억원 ▲2021년 -2212억원 ▲2022년 -3841억원 ▲2023년 -2065억원 등 지난해까지 순손실을 기록했다.
다만 시장에선 비바리퍼블리카가 내년 초 IPO를 추진할 거라는 기대가 나오는 상황이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