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회장 취임 3년.. 재계 순위 상승·흑자 전환·사업 포트폴리오 확대 등 성과
노사 갈등 해결·산업재해 근절 등 고질적 문제에 KDDX 난항까지 '중대기로'

정기선 HD현대 대표(부회장)가 취임 3년차를 맞았다. 정 부회장의 지휘 아래 HD현대는 조선업 슈퍼사이클을 순조롭게 타는 동시에 건설기계·전력기기 분야 등으로 사업을 확장해 성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산업재해 발생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으며 조선3사 중 유일하게 임단협을 마무리짓지 못하는 등 해결 과제가 산적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대를 모았던 KDDX 사업도 경쟁사와 갈등으로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정기선 HD현대 부회장(가운데)이 미래기술원 연구원들로부터 팔란티어와 공동개발 중인 무인수상정(USV) '테네브리스'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HD현대 제공
정기선 HD현대 부회장(가운데)이 미래기술원 연구원들로부터 팔란티어와 공동개발 중인 무인수상정(USV) '테네브리스'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HD현대 제공

정 부회장은 지난 12일 대표이사 취임 3년을 맞았으며 부회장으로 승진한 지는 1년 가까이 됐다. 1982년생인 그는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으로, 2009년에 현대중공업에 대리로 입사했다. 이후 보스턴컨설팅그룹 컨설턴트를 거쳐 2013년 HD현대로 복귀했으며 기획실 부실장, 선박해양 영업본부 대표, 경영지원실장,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이사 등을 맡으며 경영 행보를 이어왔다.

이어 2021년 10일 12일 HD현대(당시 현대중공업그룹) 인사에서 대표이사(사장)에 내정됐다. 정 부회장의 대표이사 취임 이후 HD현대는 재계 순위 상승, 흑자 전환, 신사업 확장 등 성장세를 이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9년부터 4년 연속 재계 순위 9위였던 HD현대는 올해 8위 자리에 올랐다. 특히 정 부회장이 취임한 2021년부터 살펴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연도별 자산규모는 ▲2021년 75조3020억원 ▲2022년 80조6680억원 ▲2023년 84조7920억원 등 꾸준히 올랐다. 올해는 더욱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적은 조선업 슈퍼사이클에 안착해 우상향 중이다. 먼저 정 부회장의 취임 이후 HD현대의 중간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2021년 1조3000억원이 넘는 적자에서 지난해 2822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지난해 전체 실적을 훌쩍 뛰어넘는 5366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올해도 HD한국조선해양의 호실적이 예상된다. 올해 현재까지 총 165척(85억9000만 달러)을 수주해 연간 목표(135억 달러)의 137.7%를 달성한 상태다.

아울러 정 부회장은 HD현대마린솔루션 상장, HD현대마린엔진(옛 STX중공업) 인수 등으로 미래 먹거리 선점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AM(After Market·선박 유지·보수)사업을 중심으로 친환경 개조, 디지털 설루션, 벙커링(선박 연료유 공급) 사업을 영위하는 회사다. 올해 상반기 상장(IPO)에 성공하기도 했다.

이는 정 부회장 취임 이후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데 따른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2017년에만 해도 2403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이 지난해 1조4305억원을 기록했다.

아울러 정 부회장은 올해 STX중공업을 인수해 HD현대마린엔진을 출범시키며 선박 엔진 분야 영업망을 확장하는 등 사업 포트폴리오도 강화했다. 지난달에는 직접 창원 공장을 찾아 "HD현대마린엔진에 갖는 기대가 정말 크다"며 "그룹의 큰 축이라는 사명감을 갖고 한마음, 한뜻으로 함께 뛰어달라"고 당부했다.

다만 정 부회장의 성과 뒷편으로 HD현대를 둘러싼 과제가 산적했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산업재해가 가장 많은 조선소'라는 오명을 아직 벗지 못한 가운데 노조와의 임단협(임금 및 단체협약)도 조선3사 중 홀로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KDDX(한국형 차기구축함) 사업도 승기를 잡지 못한 상황이다.

파업에 참여한 HD현대중공업 노동조합원들. 연합뉴스
파업에 참여한 HD현대중공업 노동조합원들. 연합뉴스

지난 15일 중앙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HD현대중공업의 허술한 안전 관리 실태를 지적하는 질타가 이어졌다. 현장에 참석한 이상균 HD현대중공업 대표이사는 "앞으로는 일어나지 않도록 저희가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며 "안전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잘 챙겨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HD현대중공업의 산재 신청이 조선업계(8대 조선사 기준)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2021년 38.3%, 2022년 43.4%, 2023년 43.7% 등으로 높은 편이다. 정 부회장이 취임한 지 3년이 된 가운데 산업재해 줄이기가 큰 과제로 자리잡는 모습이다.

아울러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대표 조선3사 중 두 곳이 올해 임단협을 모두 타결한 반면 HD현대중공업은 여전히 노사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HD현대의 조선업 3사(HD현대중공업, HD현대미포조선, HD현대삼호조선) 노조는 지난 16일부터 3일 연속 동시파업을 벌이는 중이다. 앞서 지난 8월 올해 첫 파업에 돌입한 바 있는데 이달 들어 파업의 빈도와 수위가 점점 강해지고 있는 추세다. 이틑날째인 17일에도 오후 1시 30분부터 4시간 동시파업을 진행 중이다.

노조는 조선업 슈퍼사이클을 근거로 ▲기본급 15만9800원 인상 ▲정년 65세로 연장 ▲근속 수당 지급 ▲신규채용 ▲명절귀향비 200만원으로 증액 ▲성과급 산출기준 변경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임단협 체결 지연에 따른 손실을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재호 DB투자증권 연구원은 "HD현대중공업이 3분기 하계 휴가와 파업 등으로 조업일수가 13% 감소했고 임단협 지연으로 인한 관련 일회성 비용이 4분기로 이연 반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 올해 하반기에 진행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KDDX 사업이 HD현대와 한화오션 간 분쟁으로 표류하게 되면서 조선업계 분위기도 경직되고 있다.

KDDX는 2036년까지 6000t급 '미니 이지스함'을 국산화해 6척을 실전 배치하는 사업으로, 사업비만 7조8000억원에 이른다. 앞서 기본설계를 맡았던 HD현대중공업이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사업권을 따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군사기밀 유출 유죄판결이 발목을 잡았다. 이에 HD현대중공업은 수의계약을, 한화오션은 경쟁입찰을 요구하면서 첨예한 갈등을 보이고 있다.

정 부회장이 취임 이후 HD현대를 한 계단 상승 시키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해 종합 해양기업으로 성장하고 있으나 산업재해 근절과 노사 관계 회복 등 고질적인 문제와 KDDX 사업 승기 잡기와 같은 큰 과제가 앞을 가로막는 모습이다. 

수년 내 HD현대가 전문경영인 체제가 아닌 정 부회장 체제로 본격 전환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 같은 암초들을 돌파할 정 부회장의 역량에 관심이 모인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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