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 카뱅, 주가 곤두박질 투자자 '트라우마'
최우형 케이뱅크 은행장은 기업상장(IPO)을 추진하며 주가가 공모가를 뛰어넘어 우상향(업사이드 포텐셜) 할 가능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케이뱅크 주가가 카카오뱅크 사례처럼 곤두박질칠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케이뱅크는 여의도 콘레드호텔에서 기업상장(IPO)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케이뱅크가 공개한 공모 규모는 총 8200만 주이며 주당 희망공모가는 9500~1만2000원이다. 희망공모가 범위 상단 기준 공모금액은 9840억원이다.
케이뱅크의 2분기 당기순이익은 250억원을 기록한 전년 동기 대비 241.6% 성장한 854억원을 기록했다.
최 은행장은 “가계대출 상품에 주력하고 있다”며 “주가 업사이드 포텐셜(상장 이후 추가 상승)을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정부는 최근 가계대출을 조이는 상황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증가세 추이를 점검하기 위해 매주 은행권과 회의를 이어가는 상황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9월 중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금융권 주택담보대출 증가 폭은 6조9000억원으로 전달 기록한 8조5000억원보다 1조6000억원 감소했다. 금융당국이 9월부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를 시행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인뱅의 핵심 수요층인 일반인 고객 대상 여신 영업 역시 가계대출 규제는 지속될 것으로 보이고, 내수 회복도 당분간 기대하기 힘든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케이뱅크는 희망공모가를 산정하면서 카카오뱅크와 일본 SBI스미신넷뱅크, 미국 뱅코프 등을 비교 기업으로 선정했다. 이에 따라 케이뱅크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2.56배로, 카카오뱅크(1.71배), KB금융(0.63배), 신한지주(0.53배) 등 주요 경쟁사보다 높은 상황이다.
케이뱅크는 16일까지 진행 중인 수요예측을 거쳐 이달 18일 공모가를 확정한다. 일반 청약은 21일부터 22일까지이며, 공모주 투자를 희망하는 투자자는 NH투자증권과 KB증권, 신한투자증권, 키움증권을 통해 청약할 수 있다. 상장일은 오는 30일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케이뱅크의 희망공모 가격 논란과 상장 후 급락으로 상처를 남긴 카카오뱅크 사례는 많은 부분에서 닮았다”며 “카카오뱅크처럼 상장 전에는 기대를 모아도 상장 후 주가는 우호적으로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케이뱅크와 동종업계 경쟁사인 카카오뱅크는 2021년 상장 당시 브라질 패그세구로 등을 비교대상(벤치마크)로 선정하며 가치 고평가 논란을 겪었다. 카카오뱅크는 2021년 8월 3만9000원의 공모가로 코스피에 입성했고, 상장 첫날 주가는 상한가인 6만9800원까지 올랐다. 이후 탄력을 받아 18일 장중 9만4400원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14일 종가 기준 카카오뱅크 주가는 2만2400원으로 고점 대비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대출 증가로 본격적인 실적 향상을 보여주고 있는 올해도 연초 대비 20% 이상 빠진 상황이다.
최근 KB증권은 카카오뱅크의 주가 전망을 하락세로 전망했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가계대출 규제 속에 개인사업자 대출 중심의 성장을 추진하고 있으며 플랫폼 경쟁력이나, 낮은 총영업이익경비율(CIR)을 바탕으로 한 금리 경쟁력을 감안할 때 구조적 성장둔화 구간은 아니라고 판단된다”며 “금리 경쟁력을 감안할 때 구조적 성장둔화 구간은 아니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특히 현재 설립을 추진 중인 제4인뱅은 케이뱅크 설립에 추가적인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네번째 인터넷은행 신규인가 절차를 신속하게 준비하고 디지털 전환에 적합한 규제체계도 마련하겠다”며 조만간 인가기준 발표를 예고했다.
현재 제4인터넷은행 자리에 도전하는 컨소시엄은 ▲더존뱅크 ▲유뱅크 ▲한국소호은행 ▲소소뱅크 ▲AMZ뱅크 등 총 5곳이다.
은행권 다른 관계자는 “제4인뱅 컨소시엄에 주요 은행들이 주주로 참여하면서 케이뱅크에게 만만한 상대는 없을 것”이라며 “안그래도 쪼그라드는 업황에 네번째 인뱅의 등장은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업계 다른 관계자는 “현재 케이뱅크 밸류에이션은 업계에 큰 지각변동이 없을 것이란 가정 아래 측정된 것”이라며 “시간이 흐를 수록 다양한 변수가 예상되며 우상향보단 하락세가 전망되는데 공모주 투자에 대한 실질적인 책임은 개인이 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케이뱅크는 이번 IPO 추진으로 유입될 자본을 활용해 대출상품의 유형과 규모를 확대하고 ▲리테일 ▲개인사업자(SOHO)·중소기업대출(SME) ▲플랫폼 등에 집중한다는 입장이다. 리테일 쪽에선 요구불예금과 고객 니즈에 맞춘 특화 수신 상품을 출시해 주거래은행으로 이용하는 고객을 늘리고, 이를 기반으로 저원가성 예금을 확대해 효율적인 자금 조달 구조를 구축할 계획이다.
SME·SOHO 시장에서는 인터넷은행 중 가장 풍부한 라인업을 갖춘 개인사업자 대출 포트폴리오를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매출규모 현금흐름, 업종 등의 데이터를 사용한 맞춤형 대안신용평가(CSS)모델과 자동화된 담보가치 평가, 주주사의 고객 연계 마케팅 역량 등을 활용한 국내 최초의 100% 비대면 대출을 내놓는다.
또한 특정 대형 플랫폼이나 제휴사에 의존하지 않고 각 산업 부문의 선도사업자와 다양한 제휴를 통해 제휴 생태계를 구축하는 ‘오픈 에코시스템’ 전략을 앞세워 플랫폼 사업 확대에도 나선다.
주식과 채권, 금과 은 등 원자재, 외환 등 전통적인 투자상품부터 대체불가능토큰(NFT), 명품, 예술품 등 새로운 자산과 대체투자 영역을 아울러 투자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여기에 중저신용자 고객 관리 강화 등을 통해 자산 건전성 관리를 강화하고 최신 IT 기술(AI, Open API, MSA)의 개발 및 도입한다.
케이뱅크는 최근 고객 수와 여수신 잔액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금융통계정보시스템(FISIS)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케이뱅크의 최근 3년간(2020년 12월~2023년 12월) 4대 시중 은행과 인터넷은행 중 여수신 성장률 1위로 올 상반기말 수신잔액과 여신잔액이 각각 약 22조원, 16조원을 기록했다.
2021년 첫 흑자전환한 이후 케이뱅크는 지난해까지 3년 연속 흑자기조를 이어왔다. 올해도 상반기에만 85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반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데 이어 잠정적인 자체 결산 자료에 따르면 하반기에도 7월과 8월 두 달간 지난해 같은 기간의 3배 이상인 누적 33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케이뱅크의 올 상반기 말 영업이익경비율(CIR)은 30.3%를 기록했다. 직원 1인당 충당금 적립 전 이익은 지난해는 6억원, 올해는 상반기에만 3억4000만원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말 순이자마진(NIM)도 2.26%로 시중은행 평균(1.61%)보다 높다.
최 은행장은 “대한민국 최초의 인터넷은행 케이뱅크가 상장하게 되어 기쁘다”라며 “공모자금을 리테일과 SME, 플랫폼이라는 3대 성장 전략과 리스크관리 및 기술에 활용함으로써 상생금융과 혁신금융 실천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