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안정+내수부진…38개월 만의 피벗 기대
집값·가계대출 여전히 뜨거워…내년 상반기까지 75bp↓전망
오는 11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개최를 앞두고 전문가들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한은의 물가 목표인 2% 상승률,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9월 빅컷(50bp인하), 내수 침체 심화와 여론 등을 감안해 2021년 8월 인상을 시작한 기준금리 방향이 바뀌는 피벗(통화정책 전환)이 38개월 만에 이뤄질지 관심이 모인다.
6일 연합뉴스가 경제 전문가 7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이 중 6명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11일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p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인하 전망의 주요 근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목표(2%) 안착, 민간 소비 등 내수 부진에 따른 성장률 하락 우려 등이다.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4.65(2020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6% 올라 2021년 3월(1.9%) 이후 3년 6개월 만의 1%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11일 0.25%p 인하를 예상한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9월 1.6%로 한은 목표치(2%)를 밑돌기 시작해 긍정적"이라며 "하지만 경기의 경우 내수가 부진한 가운데 수출 증가율까지 앞으로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하방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민간 소비나 투자, 체감경기 등 경기 흐름을 고려할 이미 금리가 인하됐어야 한다"며 "하지만 한은은 최근까지도 여전히 우리 경제가 나쁘지 않고 내수도 회복세라고 말한다. 따라서 이번에 금리를 내리더라도 경기나 성장 부진을 명분으로 내세우기가 애매한 입장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기 측면의 명분이 아니라면 결국 물가 상승률 하락,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하 시작 정도를 한은이 피벗의 근거로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기에 공개적으로 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정부와 국회 등의 목소리도 무시할 수 없는 분위기다.
문제는 '집값·가계대출 안정' 등이다.
지난 8월 금통위 기준금리 동결 결정 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내수는 시간을 갖고 금리 인하 폭 등으로 대응할 수 있지만, 부동산 가격과 그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 등 금융 불안은 지금 막지 않으면 더 위험하기 때문에 동결을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한은의 통화정책은 금융 안정인데, 금융 안정의 중요 요인이 부동산가격과 가계부채"라며 "한은이 이자율을 급하게 낮추거나 유동성을 과잉 공급해 부동산 가격 상승 심리를 자극하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된다"고도 했다.
9월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730조9671억원으로, 8월 말(725조3642억원)보다 5조6029억원 증가했다. 월간 최대 기록이었던 8월(+9조6259억원)보다 증가 폭이 약 4조원 정도 줄었다. 9월부터 시작된 2단계 DSR 확대 시행 영향으로 8월까지 대출이 집중된 영향이라는 게 전문가들 시각이다.
그럼에도 '영끌'과 직결된 주택 구입 목적 개별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5대 은행에서 9월 한 달에만 새로 10조3516억원이 취급됐다. 하루 평균 3451억원 규모로, 8월(3596억원)보다 4%가량 적지만 추석 연휴 사흘을 빼면 평균 3934억원으로 8월에 이어 역대 최대 기록이다.
한 시중은행 여신 담당자는 “주택 매수는 상점에 가서 물건을 사는 것과 달리 계약서 작성과 잔금 완납 사이에 시차가 발생하는 문제가 있어 올해 중순쯤 계약서를 작성했다면 9월까지 대출 확대 효과가 이어질 수 밖에 없어 변화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넷째 주(23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0.12% 올랐다. 상승률이 8월 둘째 주(0.32%) 5년 11개월 만에 최고점을 찍은 뒤 조금씩 낮아지는 모양새다.
다만 9월 주택 거래나 집값 추이 역시 주말까지 닷새에 이르는 추석 연휴를 감안하면 추세적 안정세는 좀더 지켜봐야 확인 가능하다. 11월 인하설이 일각에서 나오는 이유다.
금리 인하를 예상한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도 "9월 주택담보대출 증가 폭이 줄어든 데는 연휴 효과도 있고,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 효과도 있겠지만 실제로 가계대출 추세가 바뀌었는지는 상당히 의문"이라며 "한은이나 이 총재가 (8월 금통위에서) 부동산과 가계부채를 동결 이유로 들었지만, 명분 쌓기 성격일 뿐 지금까지 동결의 실질적 이유는 미국 연준이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시기에 대한 이견은 있으나 전문가들은 대체로 한은이 내년 상반기까지 0.25%p씩 세 차례, 총 0.75%p 정도 금리를 낮출 것으로 보고 있다. 연내 한 차례, 내년 상반기 두 차례 인하 시나리오가 대체적인 의견이다.
10월 피벗이 시작되더라도, 통화 완화의 효과가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금리 인하가 체감 경기나 소비에 도움이 되려면 채권 등 시장금리와 대출금리가 낮아져야 한다"며 "그러나 이미 시장금리는 1∼2회 기준금리 인하를 가정해서 낮아진 상태인 데다, 가계대출 억제 정책을 이유로 은행 등 금융기관은 계속 가산금리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은행의 금리결정에 영향을 미칠 미 연준의 11월 금리 결정은 9월 빅컷과 달리 11월엔 베이비컷(0.25% 인하) 목소리가 크다.
미 현지에서도 지난 5일 발표된 9월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가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고, 미 항만노조 파업이 조기 진화된 가운데 9월 연준의 빅컷 결정이 성급했다는 의견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