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금리, 기준금리 인하 선반영...일부 실기론
이창용 총재 "기준금리 인하, 만병통치약 아냐"

11일 오전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25bp 인하를 결정하고 의사봉을 두드리는 이창용 총재. 연합뉴스 제공.
11일 오전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25bp 인하를 결정하고 의사봉을 두드리는 이창용 총재. 연합뉴스 제공.

지난 1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지만, 증권업계 일각에선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가계대출 금리가 기준금리 인하를 이미 선반영했기 때문이다. 가계대출 이슈가 현재 제2금융권으로 옮겨진 상황에서 이번 금통위의 금리 인하가 제2금융권 중심의 부채 이슈를 키우는 건 아닐지 우려가 제기된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주 금요일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종전 대비 0.25%포인트(p) 대린 3.25%로 확정했다. 한국은행은 현재 한국 경제 전망에서 핵심 이슈인 내수에 대해 절대적인 성장세에 대해서는 우려하면서도, 경기 사이클 측면에서 종전 전망과 비교할 때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금통위 이후 기자 간담회에서 “물가상승률이 떨어진 상황에서 불필요하게 긴축 수준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며 “특히 가계대출 추이에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8월 가계대출이 전월 대비 9조7000억원 증가하며 금융규제 당국이 가계대출 총량 관리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 여파로 주요 은행은 이달 초에도 가계대출 금리를 줄줄이 끌어올렸다.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규제가 시행된 9월 들어선 가계대출 상승세가 일부 완화된 모습이다. 지난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 잔액은 8월 말보다 5조7000억원 늘어난 1135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8월 증가분(9조3000억원)보다 38.7% 줄어든 수준이다.

다만 증권업계에선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하 폭과 속도가 한계가 있고, 이미 가계대출 금리가 기준금리 인하를 상당 부분 선반영하고 있어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가 내수 반등에 효과를 주는 건 제한적일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12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의 주요 정기예금 상품 최고금리는 연 3.35%∼3.45% 수준이다.

이 연구원은 “내수가 지금보다 나빠지지는 않겠지만, 내년에도 소비 회복은 완만한 속도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며 “현재 시장의 컨센서스는 한국은행이 2025년 2회 더 통화정책을 완화하는 것을 끝으로 인하 싸이클을 종료할 것이라는 데 쏠려있다”고 밝혔다.

올해 1~2 분기 경기성장률은 각각 전분기 대비 1.3%, -0.2%를 기록했다. 수출 경기 호조세가 지속되고 있기는 하나 수입이 증가한 영향을 제외하고 수출 자체의 기여도도 0.6%p, 0.4%p로 축소했다. 전망치에 비해 실제 잠재성장률이 재차 하회할 가능성이 높고, 내수 반등의 힘이 강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연구원은 “내수반등의 힘이 약하다는 것을 감안할 때 내년 상반기 2회 인하를 전망한다”며 “경기 회복이 여의치 않다면 하반기 추가 금리 인하가 이뤄질 수는 있지만, 당장 이러한 인식이 확산될 만한 확실한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SK증권 제공.
SK증권 제공.

류진이 SK증권 연구원은 “금융안정도 여전히 중요한 변수이기에 이번 금리 인하는 내수부진 속 금융안정 파급 효과를 지켜보기 위한 시험대의 역할을 했다”며 “추가 금리 인하가 진행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거시건전성 대책 지속 및 이에 따른 효과가 관건이다”라고 말했다. 

류 연구원은 “주요국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되기는 했으나 통화정책 파급 시차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수출 경기, 특히 IT 경기 관련 불확실성도 높아 향후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이 내수 뿐만 아니라 그간 성장을 견인한 수출 부문에서도 확대된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수출 증가율이 견조하기는 하나 내수로의 낙수효과는 제한적인 모습”이라며 “고용자 수 중 내수에 민감한 자영업자 고용 뿐만 아니라 수출기업 의존도가 높은 상용 임금 근로자도 증가 폭이 축소되고 있으며 설비투자도 아직까지 추세적으로 개선되지는 못하는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한국은행이 향후 가계부채 증가세를 자극하지 않도록 금리 인하 속도를 조절할 것으로 전망했다.

류 연구원은 “한국은행이 내년부터 기준금리를 분기당 0.25%p씩 점진적으로 인하해 2025년 3분기 금리는 2.5%까지 내릴 것으로 전망한다”며 “다만 내년 최종금리 관련해 주요 변수는 가계부채 와 함께 미국 대선 결과와 중국 경기 부양책에 따른 경기 회복 정도가 될 것으로 보여진다”고 덧붙였다. 

한편 제1금융권의 가계부채 이슈는 현재 제2금융권으로 옮겨간 상황이다. 제2금융권 가계대출 월별 잔액은 2022년 10월 이후 줄곧 감소하다가, 지난 8월 5000억원 깜짝 증가로 전환했다.

지난달에는 다시 5000억원 감소로 돌아섰지만, 이달에 증가로 다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특히 보험업권이 내준 가계대출은 지난 8월 3000억원가량 늘어난 데 이어 지난달에도 약 4000억원 불어났다. 

이 영향으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오는 15일 상호금융, 보험사, 저축은행, 여신전문 금융사·협회 관계자들을 불러 가계부채 관리 강화를 주문하는 회의를 연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금리 인하 시기가 늦었다는 항간의 지적에 대해 집값과 가계대출을 고려한 결정으로 기준금리 인하 효과에 대한 과도한 기대를 경계했다.

1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한은 국정감사에서 이 총재는 "기준금리 인하가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것은 사실"이라며, '금리 인하로 민간 소비가 촉진될 것으로 기대하나'라는 민주당 최기상 의원의 질의에 "한 차례로는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또 지난 11일 기준금리 인하가 너무 늦은 것 아니냐'는 김영진 의원(더불어민주당) 등의 문제제기에 대해 "사실 7월부터 기준금리 인하를 고민하고 있었지만, 당시 부동산 가격이 빨리 오르고 가계부채 증가 속도도 너무 빨라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신호)을 주지 않기 위해 쉬었다가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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