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국 인덱스 성장하는 동안 한국만 역성장
미국과 중국, 일본의 증시가 연초 대비 10% 넘게 상승했다. 미·중·일 증시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지난달 이들 국가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인덱스도 상승세를 기록했다. 반면 한국지수는 여전히 제자리 걸음을 보이고 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지난주 금요일 종가 대비 0.37%(9.49포인트) 오른 2579.20에 장을 시작했다. 지난해 마지막 장이 열렸던 12월 28일 종가(2655.28)와 비교해 오히려 2.86%(76.08p) 떨어진 것이다.
같은 기간 미국의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연말 대비 12.30% 상승했다. 나스닥종합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도 각각 연초 대비 22.84%, 21.26% 올랐다.
미국증시가 상승세인 이유는 엔비디아 등 매그니피센트7(M7) 종목들에 대한 투자열풍이 지수 전반의 상승세를 이끌었고,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빅컷(기준금리 0.50%포인트(p) 인하)을 단행하며 투자자들에게 고강도 통화정책 완화 신호를 줬기 때문이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뉴욕 연방은행이 조사하는 미국 가계의 향후 1년 내 실직 확률 전망도 2개월 연속 줄어들고 있어 기업의 해고 움직임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전 연구원은 “미국 경제의 연착륙 경로 하에서 미 연준이 11월, 12월에 각각 0.25%p씩 점진적인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아시아 주요 증시 상황을 보면,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18.45% 상승했다. 일본 역시 현지 반도체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통해 생산능력 확장에 나서며, 외국인 투자가 이어졌다. 중국의 상해종합주가지수 역시 12.63% 오른 상황이다.
특히 중국의 경우, 최근 현지 정부가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해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발표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달 27일 시중은행의 지급준비율(RRR)을 0.5%포인트 낮춰 장기 유동성 1조위안(약 189조4000억원)을 공급했다. 이틀 뒤에는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 10월 말까지 시중은행의 기존 부동산 대출금리를 일괄적으로 인하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주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기대보다 적극적인 중국의 경기부양책 발표로 중국 자산 투자심리가 회복 되었다”며 “상하이에 이어 쓰촨성도 소비 쿠폰 지원을 발표했으며, 국경절 연휴 기간 이동인구가 19억 명에 육박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등 중국 소비 회복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도 유입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이유 탓에 미국과 중국, 일본의 9월 MSCI 인덱스 수익률은 각각 연초 대비 29.60%, 21.69%, 21.97% 상승했다. 이와 반대로 MSCI 한국 인덱스 수익률은 오히려 연초 대비 4.86% 떨어졌다. 미·중·일 시장이 성장하는 동안 한국 인덱스는 오히려 뒷걸음질을 친 것이다.
정부는 연초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며 증시 반등을 꿈꿨다. 상반기에는 외국인 투자자가 유입되며 삼성전자 등 주요 반도체 지수가 반짝 오름세를 보였지만, 이후 글로벌 경쟁력 등의 이슈가 부각되며 주가도 꺾였다.
당초 정부는 기업지배구조 개선, 자본 효율성 증대, 주주환원 확대 등을 목표로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했다. 기업이 더 나은 경영 성과를 거두고, 주주와의 소통을 강화하며,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를 증대시키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강제성이 부족하고 참여자에게 구체적인 인센티브가 부족했던 탓에 사실상 불씨가 꺼진 정책이 됐다.
금융학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추진한 밸류업 정책은 기업들의 자발적인 참여에 의존했으며 강제적인 조치가 부족하다”며 “주주환원과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강조했지만, 구체적인 인센티브가 부족해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지 못했다”고 말했다.
MSCI 선진국 지수에 들어가지 못한 이슈도 있다. MSCI는 글로벌 주식 시장을 대표하는 다양한 주가지수를 개발하고 관리한다. MSCI 지수는 전 세계 주요 증시를 선진국, 신흥국, 프론티어, 독립 시장 등으로 분류한다. 한국은 지난 1992년부터 신흥국으로 분류된 이후 선진국 편입을 시도해왔으나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MSCI는 한국 지수를 여전히 신흥국으로 구분하는 이유로 시장 접근성 제한을 주장한다. 지난해 11월 한국 정부가 사전예고 없이 공매도를 금지했는데, ‘시장 규칙의 갑작스러운 변경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 일본의 MSCI 지수가 각각 상승하는 상황에서, 외국인들의 유가증권시장 이탈 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외국인은 연초부터 6월 말까지 코스피를 22조7980억원 순매수했지만, 7월 초부터 지난주 금요일까지 8조5900억원 팔아치웠다.
개인투자자는 상반기 코스피를 4조5150억원 팔았지만, 7월부터 지난주까지 1조1420억원을 순매수하는데 그쳤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문제는 외국인 투자자가 아니라 내국인에 있다”며 “개인 투자자가 국내시장을 떠나 외국시장으로 빠지는 현상이 단기적인 이벤트가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꾸준히 이어진다면 결국 국내시장 경쟁력은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물론 한국은행이 오는 11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내린다면 시장이 다시 힘을 받을 수 있겠지만, 통화정책 방향 역시 아직까지 예측이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편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의 빅컷 이후 처음으로 개최되는 10월 한은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하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이미 사실상 인하 기조로의 전환을 선언한 이후 매우 오랜 기간에 걸쳐 인하가 이뤄지지 않은데 따른 금리의 기간 구조 왜곡 역시 이번 금통위에서의 금리 인하를 예상하는 또 다른 논거”라고 말했다.
공 연구원은 “다만 당장 금리인하가 이뤄지더라도 시장금리는 하락이 제한되거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의 예상대로 기준금리가 내려가도 시장금리 하락이 제한된다면, 가계와 기업이 대출을 받아 증시시장에 투자를 할 여력이 그만큼 줄어들게 될 것으로 보인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