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 자사주 매입 등 주주친화 노력
“솔직히, 코스피를 볼 때 신흥국 지수라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코스피는 선진국 지수죠.”
빈센트 모르티에 아문디 그룹 최고 투자 총괄은 한국 자본시장에 대한 투자 기회에 대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진입 가능성을 손꼽았다.
19일 유럽 자산운용사 아문디는 ‘2025 투자전망’ 온라인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온라인 세미나에서 스트레이트뉴스는 “코스피지수와 삼성전자 주가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매력 포인트는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했다.
모르티에 총괄은 “우리는 한국 기업들과 기업 구조가 변화하고 있다고 믿는다”며 “이러한 변화는 정부의 정책적인 노력에 의해 추진되고 있으며, 일본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례들 또한 한국에 영감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한국 기업들은 갈수록 더욱 주주 친화적인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며 “순환출자 구조를 끊거나, 재무제표에 묶여 있는 자금을 주주들에게 환원하거나 자사주를 매입하는 조치 등으로 주주환원을 시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심지어 한국의 대기업 총수들조차 이러한 경향을 받아들이고 있으며, 속도는 빠르지 않지만 주주환원 부분에 있어 긍정적인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순환출자란 기업 그룹 내 계열사들이 서로의 주식을 순환적으로 보유함으로써 자본 관계를 형성하는 구조를 뜻한다. 이를 통해 그룹 내 특정 계열사의 지배권을 강화하거나, 적은 자본으로 그룹 전체를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
모르티에 아문디 총괄은 “아문디는 한국 주식시장이 언제 선진국 시장으로 분류되느냐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며 “현재 한국 주식은 MSCI에 의해 신흥시장으로 분류되고 있지만 이는 다소 모호한 이유로 인해 유지되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모르티에 총괄은 “솔직히 말해서 코스피를 보면 신흥시장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명백히 선진시장으로 보여진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정부도 선진시장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이는 정상적인 과정으로 보여진다”며 “만약 MSCI 선진국 진입이 실현된다면, 이는 글로벌 투자자들로부터의 자금 유입과 관심을 끌어올리는 데 있어 긍정적인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한국시장이 MSCI 신흥시장으로 분류되어 있다는 사실은 오늘날 투자자 수요 면에서 그리 긍정적인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트럼프 트레이드 영향으로 일부 아시아 시장에서 투자이익을 실현한 외국인 투자자가 자금을 회수해 미국 기술주에 재투자 했다”며 “한국시장 역시 이 과정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 거래가 많이 이루어진 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모르티에 총괄은 “많은 글로벌 투자자들이 신흥시장 주식 투자 비중을 축소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한국 자본시장의 주주친화적 변화는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아마도 내년쯤 이러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한국의 MSCI 선진국 지수 편입과 관련해 주의 깊게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올해 초부터 외국인 투자자 자본의 국내시장 유입을 위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했다. 일각에선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의 목표를 MSCI 선진국 편입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한국은 MSCI가 6월 발표한 ‘2024년 연례 시장 분류’에서 현행대로 신흥국 지위에 머물렀다.
MSCI는 “한국 시장이 공매도 금지 조치로 인해 시장 접근성이 제한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며 “지난해 11월 시행한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는 일시적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시장 규칙의 갑작스러운 변경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짚었다.
금융감독원은 불법 공매도 방지 시스템 등을 정비 후 내년 1분기 공매도를 재개할 것이란 입장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3일 서울시·부산시 등 지방자치단체와 금융권 공동으로 개최한 투자설명회(IR)에서 “자본시장을 선진화하고 다양한 국제 기준을 맞춘다고 하면서 공매도가 일부 특정 종목이 아니라 전부 금지돼 있다는 건 사실 낯 부끄럽고 창피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내년 1분기까지 제도나 전산을 마무리하는 걸 전제로 저희도 홍콩, 런던, 뉴욕 시장처럼 선진 시장 기준에 맞춘 제도로 다시 돌아가려고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