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신용지표 상당히 안정적..신용등급 강등 확률 매우 낮아
유럽 최대 자산운용사인 아문디(Amundi)의 뱅상 모르티에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스트레이트뉴스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한국의 경제위기설이 기우적”이라며 “모간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편입 기대 역시 여전히 유효하다”고 14일 밝혔다.
◆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 사태가 한국의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글로벌 3대 신용평가기관 모두 한국 신용등급을 ‘AA’ 또는 ‘AA-’로 평가하며 안정적인 전망을 제시한다. 최근 한국의 정치적 긴장감도 부정적인 평가 조치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는 한국이 탄탄한 신용 프로필을 가지고 있고, 또한 상당히 안정적인 신용 지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놀라운 일이 아니다.
다만 한국이 경제적 혼란기가 장기화되고 경제활동, 외국인 직접 투자, 일관성 있는 (경제) 정책 결정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경우, 이는 한국의 경제 상황, GDP 대비 부채 비율 및 기타 신용 지표의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시나리오만이 중기적으로 신용등급 강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시나리오 역시 한국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이 50% 미만으로 완만하다는 점, 수십 년 동안 구조적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했다는 점을 놓고 봤을 때 단기간 내 시행될 확률은 매우 낮아 보인다.
◆ 한국이 조만간 제2의 외환위기(IMF) 사태를 겪는 건 아닐지?
최근 한국의 경제 상황에 대해 1997년의 반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당시와 비교해 현재 한국의 환경은 분명히 매우 다르다.
지난해 한국 원화 가치는 ▲미국과의 금리차 확대 ▲지속적인 해외자본 유출 ▲산업계의 관세 공포 ▲정치적 불안정 영향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일부 내부 문제가 해결의 가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 탄핵 이슈로 정치적으로 변화가 보이고 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2025년 경제계획을 발표했고 헌법재판관도 임명했다. 물론 한국경제는 여전히 역풍에 직면해 있으며 특히 관세가 인상되어 수출 증가세가 둔화될 경우 더욱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약한 인플레이션과 이머징마켓 국가 중 가장 강력한 재정을 바탕으로 통화완화 여력을 갖추고 있다.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원화가치 하락 자체가 한국의 수출 경쟁력을 높여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방어 기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많은 악재가 한국의 시장 가격에 반영된 상황이다. 여전히 한국의 정치적·경제적 불확실성에 대한 단기적인 경계심을 가지고 있으며 한국 자산에 대해 장기적으로 건설적인 태도를 유지할 것이다.
◆ 하반기 외국인 투자자가 대거 한국 시장을 떠나는 원인은?
사실 외국인 투자자의 한국 자산 포지셔닝이 적은 건 여러 요인이 종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물론 일부는 한국이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흔들리는 경제, 첨단메모리칩으로 엔비디아 공급망에 침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삼성전자의 높은 지수 비중, 정치 불확실성이 그것이다. 반면 무역 관세와 달러 강세는 통제 불가능한 영역이다.
한국의 정책당국은 재정/통화 지원을 확대하고, 절실히 필요한 개혁을 단행하고, 정치적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 신정부 구성을 촉진하여 통제할 수 있는 영역에 대해 분명히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대외적 역학관계는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영향을 미치기에는 한계가 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차기 대통령 정부 관계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을 한다면, 보호무역주의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 기업들이 중국의 경쟁에 대처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전반적으로 볼 때, 한국의 상황을 정리하는 것이 투자자들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는 최선의 전략이 될 수 있어 보인다.
◆ 한국의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가능성은?
여전히 한국의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2024년 12월 3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 사태와 현재까지 이어지는 탄핵정국 자체가 한국의 편입 자격을 근본적으로 바꿨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MSCI가 제시한 ▲외국인 투자자 등록 ▲외환 시장 접근성, 영문 공시 ▲공매도 금지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 등 모든 면에서 한국은 진전을 이뤘다. 여기에는 ▲외국인 투자자 IRC 시스템 폐지 ▲런던 거래시간 내 원화 거래 개방 ▲기업 밸류업(value-up) 프로그램을 통한 영문 공시 촉진 ▲2025년 1분기 공매도 금지 해제 계획 등이 포함된다.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한국이 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시사했다. 정치적 사건이 정부의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추진 우선순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최소한 새 대통령이 선출될 때까지는 여전히 밸류업 개혁으로 지수에 편입시키는 것이 우선순위에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은 정부의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지연시킬 수는 있지만, 무산시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한국 시장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지속하려면?
경제 사이클상 통화 및 재정 지원을 통해 경제를 더 나은 발판으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 최근 한국 정부가 제시한 경제계획에는 여러 가지 유용한 조치들이 포함돼 있고, 한국은행은 추가적인 정책적 조정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시작이 좋지만 실행이 핵심이다.
시장 측면에서, 한국의 금융 당국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자산에 더 쉽게 접근하도록 지원하고, 시장 인프라를 보다 사용자 친화적으로 만들기 위해 시장 개혁 과정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지수 편입에 필요한 변화를 지속하는 것은 또 다른 긍정적인 신호가 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한국 기업의 가치를 끌어내기 위한 밸류업 프로그램과 같은 시장 친화적인 개혁을 고수하는 게 현재 한국 시장에 대한 과도한 평가절하를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경제적으로 인구 고령화 및 일부 영역에서의 경쟁력 상실과 같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특히 산업계에서 기술 및 혁신 분야 가치사슬 상향 이동을 해야 지속적으로 시장자산 가치가 향상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상용 메모리 칩에 대한 중국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대한 일부 한국 여론의 우려는 잘못된 관점으로 보여진다. 미국의 규제로 인해 중국 메모리 칩은 대역폭과 전력 소비 측면에서 한국 메모리칩 대비 경쟁력이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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