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 계엄군 국회 진입 장면, 외신 통해 노출
밸류업 등 시장 반등 노력 물거품 될 수 있어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 늦은 밤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이번 사건 이전에 비상계엄이 선포된 건 1979년 10월16일 박정희 당시 대통령 사망으로 서울에서 시작해 1980년 5월 전두환 신군부의 전국 확대 이후 45년만이다. 무엇보다 1987년 6·10 민주항쟁으로 쟁취한 제6공화국 민주주의 체제 이후 처음이라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본질적인 시발점을 따진다면, 지난 4월 제22대 총선에서 야당에게 참패한 탓이 큰 것으로 보인다. 총선에서 전체 300석 중 여당이 차지한 비율은 36%인 108석에 불과하다.
이후 국회에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최재해 감사원장 등 11명에 대한 탄핵시도가 있었다. 국가 예산 처리 부분에 있어서도 국회에서 내년도 재해대책 예비비 1조원, 아이돌봄 지원 수당 384억원, 청년 일자리,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 등 4조1000억원을 삭감했다는 게 윤 대통령의 주장이다.
윤 대통령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임명했고,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서울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개최했다.
금융계에선 폭풍이 휘몰아쳤다. 우선 원·달러 환율은 2022년 10월 26일(장중 최고가 1432.4원) 이후 2년 1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새벽 00시 17분 기준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장외 거래가는 전날보다 2.84%(27원) 급등한 1446.50원을 기록했다. 전날 거래된 원·달러 환율이 주간거래 장 마감 시각(오후 3시 30분) 기준 1402.9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3.11% 오른 것이다.
같은 이유로 0시 20분 기준 뉴욕 증시에 상장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한국지수 상장지수펀드(MSCI South Korea ETF)’는 7% 가까이 폭락했다.
그러나 계엄령 선포 150분 후인 이날 새벽 00시 30분께 국회 본회의에서 계엄령 해제안이 가결됐고, 4시 30분 국무회의에서 계엄해제요구안을 의결하면서 결국 윤 대통령도 한발 물러났다.
오전 6시 현재 원·달러 환율 장외 거래 가격은 1421.50원으로 빠르게 안정됐고, MSCI South Korea ETF 낙폭도 -1.64%로 줄었다. 3시간도 채 안되는 시간 동안 누군가는 꿈나라에 있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직접 여의도 국회로 나가 긴박했던 순간을 기록했다.
문제는 이번 사태를 놓고 글로벌 시장이 과연 한국시장을 신뢰할 것이냐에 있다. 아무리 부유하고 힘이 강한 국가더라도 신뢰와 신용 문제에 있어선 시장의 평가가 냉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 정치권에서는 부채 한도 상향 문제를 두고 교착 상태를 이어가다 미 재무부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가 찾아올 수 있다고 경고한 시한 직전인 6월이 돼서야 한도를 올리는 데 합의했다. 이 과정에서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해 8월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에서 ‘AA+’로 강등하면서 그 이유 중 하나로 ‘거버넌스 실패’를 꼽았다.
지정학적 리스크를 겪는 이스라엘 역시 9월과 10월 각각 무디스와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의 신용등급 강등 저격을 피하지 못했다.
한국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MSCI는 6월 발표한 ‘2024년 연례 시장 분류’에서 한국을 현행대로 신흥국 지위에 잔류시킨 이유에 대해 지난해 11월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로 시장 규칙이 갑작스러운 변경된 점을 손꼽았다.
빈센트 모르티에 아문디 그룹 최고 투자 총괄은 지난달 ‘2025 투자전망’ 세미나를 하며 “한국이 2025년 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지만, 필자 사견으로 당장 해외시장에서 평가받을 국가신용 리스크 우려가 앞선다.
특히 계엄령 해제안 논의 직전 기관총으로 무장한 계엄군이 국회 유리창을 깨고 진입한 장면이 CNN, 뉴욕타임즈, 르몽드 등 주요 외신 소셜미디어 채널을 통해 그대로 노출됐다. 다행히 이 과정에서 사상자가 발생하진 않은 것으로 보여지나, 외신을 통해 군대 진입 장면이 노출된 탓에 독자 상당수가 놀란 모습이다.
물론 대통령 입장에선 탄핵과 예산안 이슈가 중요했기 때문에 “종북세력 척결”이란 단어까지 사용하면서 계엄령을 선포한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시장도, 산업도 저성장·다부채 늪에 빠진 상황에서 군대를 동원한 정치적 리스크까지 해외에 노출되는 건 ‘제 살을 깎아 먹는 꼴’ 밖에 안된다.
밸류업을 위한 증권업계의 도전도, 경기 연착륙을 위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고민도,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 주택담보대출을 규제하는 당국과 은행권의 노력도, 자칫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 있었던 2024년 12월 3일 서울의 밤은 모두가 기억할 것이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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