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탄핵 장기화 여부가 쟁점
민주당 집권시 재정부채 심화 우려

피치 홈페이지 화면.
피치 홈페이지 화면.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 중 한 곳인 피치(Fitch)는 최근 한국에서 일어난 비상계엄령 사태를 두고 “국가 신용등급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6일 피치는 ‘한국의 신용 기초 여건, 정치적 변동성 속에서도 여전히 견고하다’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현재 피치는 한국의 국가 신용동급과 전망치를 각각 ‘AA-’, ‘안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제레미 주크(Jeremy Zook) 피치 아시아태평양 국가 신용등급당당 이사는 “최근 한국에서 일어난 비상계엄령 사태가 신용등급을 뒷받침하는 제도적 신뢰성과 경제·외환 부문의 강점을 본질적으로 훼손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장기적인 정치적 위기나 정치적 분열이 정책 결정 효율성, 경제적 성과, 재정 관리 등을 훼손할 경우 하방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주크 이사는 ”계엄령 선포로 인해 제기된 문제가 헌법적 절차를 통해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의 제도적 견제와 균형은 대체로 유지되었으며, 금융시장 리스크 또한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계엄령 철회와 한국은행 및 기획재정부의 신속한 대응 이후 초기 환율 및 금융시장 압박이 완화됐다”며 “한국의 외환보유고 규모 역시 약 6.2개월간 대외지급이 가능한 액수로, 리스크를 관리할 충분한 완충장치”라고 분석했다.

주크 이사는 “한국의 거버넌스 지표가 강력하며, 지난 10년간 정치적 분열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개선되어 왔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2016~2017년)과 같은 정치적 변동성에도 국가 신용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한 야(野) 6당. 연합뉴스 제공.
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한 야(野) 6당. 연합뉴스 제공.

다만 피치는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사태가 정치적 리스크에 대한 투자자들의 인식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입장이다.

주크 이사는 “윤석열 대통령과 야당이 다수인 국회 간의 갈등은 정부의 정책 실행을 저해했다”며 “정치적 민감성이 높은 검찰 및 감사원의 수사 등이 이러한 갈등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야당이 윤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며 탄핵 절차를 시작하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탄핵안이 가결되면 헌법재판소로 사건이 넘어가게 되며, 헌재는 대통령 탄핵 인용 여부를 다수결로 결정해야 한다. 

만약 윤 대통령이 탄핵되거나 사임할 경우, 총리가 대통령 직무를 대행하며 60일 이내에 조기 대선을 실시해야 한다.

주크 이사는 “대선 결과가 불확실하며, 정부 정책에 큰 변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집권할 경우, 현 정부보다 재정정책을 완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경제는 이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선거 승리에 따른 미국 보호주의 심화와 국내 부동산 시장 부진 등 대외무역 리스크에 직면했다”며 “정치적 변동성이 추가적인 하방 리스크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피치는 2025년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7%에서 2.0%로 하향 조정했다. 

주크 이사는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노조의 대규모 파업 등은 경제 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다만, 정치적 불확실성이 조기에 해소될 경우 이러한 성장 리스크는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최근 글로벌 신용평가사의 한 축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에서 “한국의 비상계엄 선포·해제가 국가 신용등급에 미칠 여파는 실질적으로 없다”고 평가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다만 무디스(Moody's)의 경우 “취약한 경제성장 전망, 지정학적으로 어려운 환경, 인구 고령화 등 구조적 제약을 포함한 수많은 위기에 대처할 정부 역량에 부담이 가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밤 10시 25분께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이후 국회 본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했다. 다만 157분 만에 국무회의를 통해 계엄해제안이 의결되어 대통령이 이를 수용했고, 이어 같은 날 오후 더불어민주당 등 6개 야당이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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