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펀더멘탈 강한 국가”..입장 못 박아
미국 금리 인하 속도 "예상보다 느려질 것"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나이스신용평가가 공동 세미나 개최 후 질의응답(Q&A)을 진행한 모습.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나이스신용평가가 공동 세미나 개최 후 질의응답(Q&A)을 진행한 모습.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 사태가 국가 신용등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 이라며 “법과 규칙을 따른다면 국가 신용등급이 떨어질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4일 나이스신용평가는 글로벌 파트너인 S&P와 함께 ‘지정학적 상황 변화로 인한 신용 불확실성 증가’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스트레이트뉴스는 세미나 후 질의응답(Q&A) 시간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사태와 향후 거취에 따른 시장 불안과 국가 신용등급 하락 우려에 대해 질의했다. 현재 S&P가 평가하는 한국 국가 신용등급(장기 기준)은 ‘AA’다. 이는 S&P가 분류한 21개 등급 중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킴엥 탕 S&P 글로벌 신용평가 전무는 “이번 사태로 인해 윤 대통령의 거취 이슈가 지속적으로 경신될 것으로 보이는 건 사실”이라며 “하지만 탄핵, 해임, 혹은 다른 잠재적 상황들이 발생하더라도, 이는 모두 한국 정치 시스템의 규칙과 법에 따라 진행되기 때문에 예상 가능한 범위 내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탕 전무는 “오히려 전날 갑작스럽게 일어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에 비하면 앞으로 일어날 일들은 어떠한 방향이든지 예측이 될 일이고 국가 신용등급이나 외국인 투자자들의 정치적 리스크에 대한 인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세계적으로 정치 지도자가 자주 교체되는 국가들이 많은 게 사실”이라며 “설령 정말 한국의 대통령이 바뀌더라도 (시장이 예측 가능한) 법과 규칙에 따라 절차대로 움직인다면, 외국인 투자자들 입장에선 전날 있었던 비상계엄령 사태 만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밤 10시 25분께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이후 국회 본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했다. 다만 157분 만에 국무회의를 통해 계엄해제안이 의결돼고 대통령이 이를 수용했고, 이어 같은 날 오후 더불어민주당 등 6개 야당이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탕 전무는 이날 오전 미디어 세미나에서 “한국의 현 신용등급의 측정 방식을 변경하거나 등급을 바꿀 실질적 사유가 없다고 본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날 앤디 리우 전무는 2024년 한국 기업의 신용등급 전망을 발표했다. 그는 “반도체와 자동차 산업은 AI 수요와 하이브리드 차량의 인기로 견조한 흐름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SK하이닉스는 HBM 기술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며,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 시장에서 강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전기차 배터리와 석유화학 산업은 중국의 생산 증가와 수요 둔화로 부채 부담이 커지고 마진 압박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리우 전무는 “산업별로 상반된 신호를 보이는 만큼,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앤디 리우 S&P 글로벌 신용평가 전무(왼쪽) 모습.
앤디 리우 S&P 글로벌 신용평가 전무(왼쪽) 모습.

기태훈 나이스신용평가 평가정책본부 상무는 “올해 국내 시장금리는 기준금리 인하를 선반영하며 하향한 경향을 보였다”며 “국내외 인플레이션 완화, 경기 둔화 등 고려 시 연말 추가 하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기 상무는 “높은 가계부채 부담은 금리 인하 폭을 제약할 것”이라며 “트럼프 2기 집권 하의 기준금리 하방 불확실성 증가는 잠재적인 인하 제약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김명수 나이스신용평가 대표는 “2024년은 고금리와 부동산 경기 부진, 건설 투자 축소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며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업 등 주요 수출 산업은 실적 호조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다만 내수경기는 둔화되고 있고 내년도 경제 상황 역시 녹록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2025년 글로벌 경제 흐름과 공급망 이슈는 예의주시 해야 할 것으로 보여진다.

최우석 나이스신용평가 상무는 “공급망 내 중국 배제로 국제시장 경쟁 국내 주요산업 반사이익이 전망된다”며 “대중국 중간재 수출 감소로 관련 국내 중간재산업 업황은 저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상무는 중국의 공급과잉 현상이 우려된다”며 “품질차별화가 어려운 범용 중간재산업 가격경쟁이 커지고 중국산 저가 제품 유입으로 내수시장 경쟁강도 심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재민 S&P글로벌신용평가 한국대표 “최근 글로벌 경제와 지정학적 환경이 급변하고 있으며,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글로벌 경제와 우리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불확실아다”며 “금리와 환율, 주가 등 여러 분야에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루이 커쉬 S&P글로벌신용평가 아시아태평양 지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선진국이 기준금리를 내리며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고 있다”며 “이들 국가 대부분은 경제에 큰 충격을 주지 않고 물가를 안정시키는 경기 연착륙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커쉬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는 유럽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유럽은 에너지 충격이 완화되면서 소폭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미국보다는 낮은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과 유럽의 중앙은행이 금리를 조정하고 있지만, 미국은 금리 인하 속도가 예상보다 느려질 것으로 보여진다”며 “미국 금융시장은 여전히 금리가 2026년 말까지 3% 이상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