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층과 저소득층, 부채 의존도 높아져
국내 경제가 역성장 등 심각한 경제 충격을 받을 경우, 가계대출 연체율이 두 배 이상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자영업자와 일용직, 고령층을 중심으로 연체 가구 비중이 급격히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가계부채 구조는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 장기 대출 비중의 증가로 변화했다. 특히 고령층과 저소득층의 부채 의존도가 높아지는 가운데, 경제 충격이 발생할 경우 이들의 대출 상환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주택담보대출 비중은 61.9%로 2021년 말의 56%에서 증가했다. 고정금리 대출과 분할 상환 대출 비중 역시 각각 45.3%, 39.3%로 상승했다. 특히 만기 30년 이상 장기 주택담보대출 비중은 같은 기간 25.1%에서 41.0%로 급증했으며, 60대 이상 고령층의 대출 비중도 18.5%에서 20.0%로 늘었다.
하위 20% 저소득층의 담보인정비율(LTV)은 360.3%로, 전체 평균인 235.1%를 크게 웃돌았다. 이는 저소득층이 부채를 과도하게 활용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지표다.
한국은행은 가계소득 감소와 자산 가격 하락 등을 포함한 경제 충격 시나리오를 설정하고 대출 연체율 변화를 분석했다. 기본적인 경제성장률 1.8%와 실업률 2.7%를 가정한 시나리오에서는 대출 연체율이 안정적일 것으로 보였으나, 경제 악화와 심각한 충격이 발생할 경우 연체율이 각각 4.1%, 5.1%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지난해 연체율 2.5%에 비해 최대 2.6%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특히 자영업자와 일용직 근로자, 고령층 가구에서 연체율 상승폭이 가장 클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은행은 “저소득층의 부채 의존도가 높아지면 소비 여력이 줄어들고, 고령층의 부채 축소가 지연될 경우 은퇴 후 소득 감소로 상환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한국은행은 대출 연체율이 증가하더라도 금융 시스템 자체의 안정성은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은행과 비은행권의 자본 비율이 규제 수준을 초과하고 있어 금융위기로 전이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한국은행은 “가계부채가 구조적으로 변화하는 가운데, 취약 계층을 중심으로 대출 상환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가계부채 관리와 함께 취약 계층 지원 정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보고서는 가계부채와 경제 충격의 상관관계를 다시 한 번 상기시키며, 한국 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가계부채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