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관리부터 디폴트 옵션까지..포트폴리오 다각화 눈길
IB연계 자산관리 영업 강화...퇴직연금 분야 공격 앞으로

2024년 청룡의 해(甲辰年)가 저물어가고 있다. 쉬웠던 해는 없었지만 올해 만큼 다사다난 했던 해도 손에 꼽는다. 코로나19 기간 늘어난 유동성을 바짝 조여오던 글로벌 금융시장은 고금리 장기화에 내수 부진을 야기했고. 이를 되돌리는 첫 발을 뗀 해가 2024년이다. 재선에 성공한 트럼프 2.0 시대의 도래, 추격해오는 중국, G2의 무역 전쟁 속에 수출국 한국은 위험에 처해 있다. 여기에 연말 불어닥친 계엄 소동은 금융시장에 또 다른 짐을 주고 있다. 위기의 2024년 각 금융 업권별 주요 기업들의 신년 다짐 이행도를 살펴보며 2025년 나아갈 길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왼쪽부터)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 김성현·이홍구 KB증권 각자 대표. 각사 제공.
(왼쪽부터)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 김성현·이홍구 KB증권 각자 대표. 각 회사 제공.

한국투자·KB·NH·미래에셋·삼성증권은 디지털화, 글로벌 IB, 자산관리 강화 등 각 분야에서 차별화된 성장 전략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1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는 올해 신년사를 통해 “타사와는 완전히 차별되는 국내시장에서의 경쟁우위를 확보하고 더 나아가 글로벌 IB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향후 전사의 모든 부문이 디지털화를 추진하고 이러한 배경 아래서 여러분은 일하게 될 것”이라면서 “현업과 고객의 니즈가 적시에 반영될 수 있는 효율적인 IT지원 체계를 반드시 구축하겠다”고 덧붙였다.

한국투자증권은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힘입어 위탁매매 이자, 투자은행(IB), 자산관리(AM), 자산운용(Trading) 등 전 부문에서 고른 성과를 냈다. 회사는 3분기 위탁매매 이자로 전분기 대비 1.7% 늘어난 3조250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수익증권 판매수수료는 9.9% 늘어난 230억원을 달성했다. 이 밖에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채권운용이익이 커지며 전분기 대비 50.1% 넘는 수익을 기록했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지만 사업부문간 시너지 창출과 업계 수위의 경영 효율성, 고도화된 리스크관리로 우수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투자증권은 1월 말 ‘2024 경영전략회의’를 개최하고 디지털 혁신과 리스크 관리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또한 임직원과 경영진 간 소통 강화와 공감 형성을 위한 토크콘서트도 열었다. 이 뿐만 아니라 5월 글로벌 IB 및 프라이빗에쿼티(PE)와의 협업을 통해 신사업 분야를 개척하고, 해외 운용사들과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 사업을 확대하는 등 글로벌 사업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안정적인 기존 사업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해외시장과 디지털 금융을 차별화된 성장 동력으로 육성해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KB증권과 NH투자증권은 자산관리(WM) 부분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연말 연임에 성공한 김성현·이홍구 KB증권 각자 대표는 올해 초 경영 전략으로 핵심 비즈니스 경쟁력 강화를 통한 수익성 확대 글로벌 비즈니스의 성장과 새로운 전략적 육성으로 수익 모델의 다변화 ESG 가치 확산과 고객 신뢰 강화로 지속가능경영 체계 확립을 추진했다. KB증권은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누적 영업이익 7355억원, 세전이익 7103억원, 당기순이익 5526억원을 기록하며 각각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0%, 47%, 51%의 성장을 달성했다. 

이는 WM, IB, 세일즈, 트레이딩 등 전 부문에서 고른 성과를 이룬 결과로 평가된다. 특히 WM 부문은 고객 자산 60조원을 돌파하며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구축했다. 맞춤형 WM상품과 디지털 자산관리 확대를 통해 연금, 중개형 ISA 등에서 고객 유입을 늘렸으며, 브로커리지 자산 증대와 리테일 채권, 해외 주식형 랩상품 공급으로 수익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IB 부문은 기업금융 중심의 안정적인 성과를 바탕으로 시장 변동성에도 업계를 선도했다. 부채자본시장(DCM) 부문에서는 대규모 대표주관 확대를 통해 업계 1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주식자본시장(ECM)에선 7건의 기업공개(IPO)와 유상증자를 성공적으로 주관했다. 또한, 동남아 지역 M&A 자문 및 인수금융 패키지 제공으로 글로벌 IB 네트워크를 강화했다.

세일즈(기관영업) 부문에선 브로커가 직접 주문하는 위탁 매매인 하이터치 점유율(High-Touch M/S)에서 1위를 달성하며 국내외 브로커리지 수익을 확대했다. 글로벌 신규 고객 유치와 크로스-보더(해외진출) 비즈니스 확장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확보했다. 트레이딩 부문에서선 채권 운용과 ELS 헤지 운용에서 선제적 대응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KB증권 관계자는 “안정적 수익 확대와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바탕으로 4분기에도 대형 딜(Deal)을 수행하며 업계 선두를 유지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윤병운 NH투자증권 대표, 박종문 삼성증권 대표, 김미섭·허선호 미래에셋증권 대표이사 부회장. 각 회사 제공.
(왼쪽부터) 윤병운 NH투자증권 대표, 박종문 삼성증권 대표, 김미섭·허선호 미래에셋증권 대표이사 부회장. 각 회사 제공.

3월 말 취임한 윤병운 NH투자증권 대표는 “도약을 위한 첫번째 준비는 내부역량의 결집”이라며 “밖으로는 고객과 시장에 집중하면서 안으로는 조직간 화합과 협업을 통해 상호 레버리지를 추구할 수 있도록 하나의 플랫폼으로 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IB출신 대표가 이끄는 NH투자증권은 이달 초 조직개편을 통해 리테일혁신추진부를 신설했다. 이를 통해 리테일 비즈니스 변화관리를 총괄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기존의 디지털전략본부를 그로스(Growth) 그룹으로 변경해 데이터 분석을 통한 고객기반 성장을 추진하며 리테일 지원본부를 리테일 어드바이저리(Retail Advisory) 본부로 변경해 전문적인 자문서비스 및 지원 업무로 확대 개편했다.

NH투자증권은 자산 30억원 이상 보유한 초부유층(UHNW)을 주요 대상으로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업계 최고 수준의 기업금융(IB) 역량을 활용해 자금 조달, 운용, M&A 자문 등 오너 고객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며, 초부유층 고객과의 프라이빗 딜 공동 참여 기회도 확대한다는 복안이다.

특히 초부유층을 위한 프리미어블루 서비스는 기존 멤버십 고객뿐 아니라 우량 개인과 기업 고객으로 대상을 넓히며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또한, 2022년 설립된 세금센터를 통해 역외 절세를 포함한 세무 상담 서비스를 강화하고, 종합자산관리 및 기업금융 컨설팅을 지원할 전문 인력도 지속적으로 충원하고 있다.

부동산 컨설팅은 상업용 부동산, 해외 자산 이전 및 이민 컨설팅으로 확대되어 글로벌 컨설팅 회사와 협력을 강화하며 초부유층 고객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키고 있다. 이와 함께, NH투자증권은 지방 점포망을 유지하며 맞춤형 외부위탁운용관리(OCIO) 플랫폼을 통해 고객에게 개인화된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 대면 서비스의 강점을 살리고 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초부유층 고객의 니즈에 부합하는 종합적인 자산관리 솔루션과 전문 네트워크를 통해 국내 시장에서의 선도적 위치를 공고히 하고, 경쟁사와 차별화된 서비스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박종문 삼성증권 대표의 경우, 8월 ‘금융위원장·증권사 CEO(최고경영자) 간담회’ 후 “밸류업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해 준비 중으로 최대한 빨리 동참할 것”이라며 “조만간 시행할 수 있도록 노력 하겠다”고 답했다. 

삼성증권은 업계 최대 규모의 고객 예탁자산을 바탕으로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할 것으로 보여진다. 삼성증권은 WM부문의 초고액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고객의 자산과 고객 수가 꾸준히 증가하며 WM 업계가 지속 성장해 자산관리 업계의 선도사 지위를 확고히 하고 있다. 특히 올해 1월에는 국내최초로 패밀리오피스를 전담하는 ‘SNI패밀리오피스센터’를 열었고, 6월에는 ‘패밀리오피스 고객 100가문’ 및 자산 30조원도 돌파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연금사업자로서 연금잔고 성장률이 다른사업자 대비 높고, 삼성증권의 다양한 퇴직연금 상품 라인업이 장점으로 부각돼 은행 등의 퇴직연금이 삼성증권으로 이동하는 연금머니무브가 일어나지 않을까 예상된다”며 “또한 IB부문에서도 구조화금융, IPO, 인수금융 등에서 대형 딜을 수임해 호실적을 꾸준히 기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증권의 IB부문 강화 전략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WM-IB간 연계영업 부분이다. WM과 IB부문을 연계시켜 기업 고객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IR 개최, IPO 등으로 시너지를 확장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삼성증권이 상장을 주관한 기업 중 이닉스 기가비스 금양그린파워 에이직랜드 등은 삼성증권의 WM과 IB부문간 연계영업을 통해 이뤘다.

올해도 리벨리온, DN솔루션즈 등 IPO 대어들의 주관사 지위를 획득해 업무를 진행 중이다. 삼성증권만의 강점인 WM 비즈니스를 바탕으로 고객의 니즈를 적극적으로 발굴해 IB부문과의 협업을 통해 고객이 삼성증권 서비스에 만족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김미섭·허선호 미래에셋증권 대표이사 부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성장가능성이 풍부한 글로벌 비즈니스와 투자, 디지털과 연금비즈니스를 오랜 기간 꾸준히 육성해왔으며, 앞으로는 규모와 내실에서 모두 초격차를 내기 위해 전략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며 “글로벌 비즈니스는 성장지역과 분야에 자원을 계속 배분하여 해외법인의 경쟁력을 높여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은 퇴직연금 시장에서 연이은 기록을 세우며 업권 내 선도적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증권업계 최초로 개인연금, DC, 개인형 퇴직연금(IRP) 적립금 모두 10조 원을 돌파하는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한 데 이어, 11월에는 업권 최초로 연금 자산 40조원을 넘어섰다. DC, IRP, 개인연금의 유잔고 고객 수도 100만 계좌를 돌파하며 시장 내 독보적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성과의 배경을 회사는 고객 맞춤형 상품과 포트폴리오 제공 역량으로 설명한다. 미래에셋증권은 ETF, 펀드, 리츠, 채권 등 다양한 상품과 함께 미래에셋 포트폴리오 구독 서비스, 인공지능(AI) 기반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해 고객의 장기 수익률을 높이고 있다. 특히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는 가입 계좌 수 2만 4000 개, 평가 금액 약 1조 7000억 원을 기록하며 직장인과 은퇴를 앞둔 세대에게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퇴직연금 실물이전 시행 이후 연금 자산 머니무브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미래에셋증권은 글로벌 자산 배분에 기반한 투자 전략으로 고객의 안정적 노후를 지원하며 연금 시장에서의 선두 지위를 확고히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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