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 기대와 달리 여신금리 현재 수준 유지될 듯
“부동산 대출 규제는 언제 좀 풀릴까요? 서민만 죽어나고 있네요. 진짜... 정부가 싫다.”
하반기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를 기원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전날 한국은행이 시장 예상을 뒤엎고 기준금리를 추가로 내렸지만, 당분간 대출금리는 내려가지 않고 예금 금리만 더 적어지는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한국은행은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종전 대비 0.25%포인트(p) 낮춘 3.00%로 결정했다. 공화당 소속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재선 성공 이후 짙어진 강달러 발 환율 이슈와 가계부채 둔화 기조가 확실하지 않아 국내외 시장에선 11월 금융위의 기준금리 동결을 전망했으나, 내수부진 탓에 10월에 이어 연속으로 통화정책 완화를 결정한 것이다.
이날 존권 골드만삭스 연구원은 “수출 둔화와 산업 생산 성장 감소가 한국의 국내 경제 둔화를 주도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종전 대비 0.25%p 낮춘 3.25%로 결정했지만, 주요 시중은행의 예대금리차는 확대됐다. 예대금리차란 가계 대출금리에서 저축성 수신금리를 뺀 값을 말한다. 은행연합회 공시를 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신규 취급 기준 정책서민금융을 뺀 가계 예대금리차는 평균 1.036%p로 전월 0.734%p에서 0.302%p 확대됐다.
시중은행 별 예대금리차는 ▲농협은행 1.20%p ▲국민은행 1.18%p ▲신한은행 1.01%p ▲하나은행 0.98%p ▲우리은행 0.81%p다. 지방은행 중 예대금리차가 가장 큰 곳은 전북은행(5.93%)으로 나타났다.
예대금리차가 벌어진 요인은 예적금 등 수신금리를 ‘기준금리가 낮아졌다’는 이유로 낮춘 반면, 대출금리는 금융 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에 가산금리를 수 차례 올렸기 때문이다.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월에만 7조1660억원, 8월에는 9조6259억원이 급증했다. 9월에도 5조6029억원이 늘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7월 7조5975억원, 8월 8조9115억원, 9월 5조9148억원 증가했다. 9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을 앞두고 대출 막차를 노린 주담대 수요가 급증한 탓이다.
지난달 5대 은행이 취급한 가계대출 평균금리는 ▲7월 연 3.86% ▲8월 3.94% ▲9월 4.14% ▲10월 4.43% 등으로 꾸준히 오르고 있다.
가계대출 항목 중 특히 주담대 금리는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27일 한국은행이 공개한 ‘금융기간 가중평균 금리’에 따르면, 지난달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전월(4.23%)보다 0.32%p 오른 연 4.55%로 나타났다.
가계대출 항목 중 주담대 금리는 3.74%에서 0.31%p 오른 4.05%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 9월(+0.44%p) 이후 최대 오름폭 기록이다. 신용대출 금리(5.86%)가 한 달 만에 0.01%p 떨어진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11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내렸기 때문에 수신금리가 낮아질 것은 기정 사실화 된 부분이지만, 여신금리는 가계대출 관리를 명목으로 당분간 현 상태를 유지하거나 오히려 더 높아질 여지가 있다. 은행 입장에선 고객에게 지불해야 하는 이율 금액(지출)이 적어지는 반면, 대출을 받은 이들에게 받아야 할 이율(수입)은 늘어나는 것이다.
증권업계에선 KB국민·신한·우리·하나 등 4대 금융지주 은행이 예대금리차로 역대 최대 실적을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순이자마진 하락에도 불구하고 대출 성장률이 상당히 높게 나타나면서 이자이익 감소 폭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4대 금융지주의 올해 순이익에 대한 시장 전망치는 총 16조917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보다 11.8%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순이익이 17조원에 육박하는 등 역대 최대 규모다.
최 연구원은 “3분기 은행들은 상당히 양호한 대출성장률을 시현할 전망”이라며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로 인해 주택 관련 대출 수요가 크게 늘어난데다 기업대출 성장률도 높은 수준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완화되는 동안 시중은행의 순이자마진(NIM)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은행의 NIM은 시장금리와 유사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향후 전 세계적인 금리 인하 분위기 속에서 국내 정책금리가 인하되고 이에 따라 시장금리가 하락할 경우 하방 압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