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가치 훼손 및 지배구조 투명성 부족 논란

연합뉴스 제공.
연합뉴스 제공.

두산그룹이 추진 중인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 간 분할합병안이 주주가치 훼손과 지배구조 투명성 부족 논란에 휩싸였다.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두산밥캣 지분의 염가 이전 시도가 전체 주주의 이익을 침해한다고 비판하며, 분할합병안에 대해 반대 의결권 행사를 공시했다.

다음달 두산에너빌리티 주주총회에서 해당 안건이 결정될 예정인 가운데, 이번 분할합병이 밸류업 프로그램의 원칙을 유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전날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두산에너빌리티의 두산밥캣 염가 이전에 반대한다며 분할합병안에 대해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를 공시했다.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측은 “두산에너빌리티가 두산로보틱스를 상대방으로 한 두산밥캣 46% 지분의 분할합병계약서 승인의 건에 반대한다”며 “상장 주식회사의 이사회는 회사의 주요 자산을 처분할 경우, 회사 및 전체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택해야 하는데 이에 반한다”고 밝혔다.

두산밥캣은 글로벌 소형건설기계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이다. 두산에너빌리티의 2023년 연결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에서 각각 약 55%와 95%를 차지하는 핵심 종속회사다. 

당초 두산은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두산밥캣을 떼어내고 포괄적 주식 교환 방식으로 밥캣을 두산로보틱스에 완전 합병하는 사업 개편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연간 영업이익이 1조 원에 달하는 두산밥캣 주식 1주를 영업이익 200억 원대에 불과한 두산로보틱스 주식 0.6주로 바꿔주는 주식 교환 비율이 투자자들의 반발을 불렀다.

8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조금이라도 (증권신고서에) 부족함이 있다면 횟수 제한을 두지 않고 지속적으로 정정 요구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실제로 두산그룹은 금감원의 정정 요구 등을 이유로 7차례 증권신고서를 수정했다.

9월 김수현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두산그룹이 로보틱스와 밥캣의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한 합병을 철회했으나 여전히 밥캣 주주들의 우려가 높다”며 “향후 밥캣과 로보틱스의 주식교환을 통한 합병을 재추진하지 않겠다는 약속과 주주가치 제고 계획에 대한 청사진 제시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후 두산은 두산밥캣을 분할해 두산로보틱스의 100% 완전자회사로 편입하는 내용이 담긴 개편안을 발표했다. 주식 교환 비율도 두산에너빌리티 1대 두산로보틱스 0.0315에서 0.0433으로 조정했다.

두산그룹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증권신고서를 이달 12일 금융감독원에 제출했는데, 22일 금융당국은 해당 합병 증권신고서의 효력을 인정했다. 해당 안건은 12월 12일 예정된 두산에너빌리티의 주주총회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두산밥캣 분할‧합병을 앞둔 두산에너빌리티의 주주총회에서 반대표를 던질 전망이다. 얼라인은 22일 기준 두산밥캣 주식 135만6973주(발행주식총수의 1.35%)를 보유한 '행동주의 펀드'로, 최근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의 권익 보호를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얼라인은 “두산에너빌리티 이사회는 두산밥캣의 지배지분 46%를 현재의 저평가된 시가에 임의로 경영권 프리미엄을 적용해 특수관계자인 두산로보틱스에게 염가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두산에너빌리티의 핵심 종속회사이자 주요자산인 두산밥캣 지분의 염가 이전 시도를 막고 소중한 주주가치가 보호될 수 있도록 주주들이 회사에서 추진중인 분할합병안에 대해 반대 의결권 행사를 행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산밥캣 홈페이지.
두산밥캣 홈페이지.

얼라인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가 보유한 두산밥캣의 1주당 가치는 7만2729원으로, 상각전영업이익 대비 기업가치(EV/EBITDA) 기준 6배 수준이다. 총액 기준으로는 3조4000억원에 불과하다. 

반면 공개 경쟁입찰 방식으로 매각할 경우, 총액은 6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동종기업인 캐터필러, 디어, 쿠보타의 평균 EV/EBITDA(기업가치/상각전영업이익) 배수는 22일 기준 약 11배다. 이를 적용하면 주당 가치는 약 13만원이다. 이에 따른 매각대금은 약 6조원이다. 

얼라인 관계자는 “특수관계자에게 임의의 가격으로 해당 지분을 이전하기 전에 공개 경쟁입찰을 추진하는 것이 회사와 전체 주주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이라며 “두산로보틱스를 비롯한 두산그룹 계열사가 해당 지분을 매수하고 싶다면, 공개 경쟁입찰에 참여해서 경쟁력 있는 매수가격을 제시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 간 포괄적 지분교환 이슈가 주주가치를 훼손하고 결국 밸류업을 위한 노력에 찬물을 끼친다는 점이다. 특히 현행 밸류업 지수에 두산밥캣 종목이 포함되어 있어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 밸류업 지수에 잔존할 가능성이 크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밸류업 지수가 시장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구성 종목 편출입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 역시 두산에너빌리티가 보유한 두산밥캣 지분 46%를 분할해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는 의안에 반대 권고 결정을 내렸다. 

ISS 측은 “에너빌리티와 로보틱스 간 자본거래에는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 이해가 상충한다”며 “이러한 이해상충은 소수주주를 희생시키면서 얻는 지배주주의 이익을 위해 로보틱스와 에너빌리티에 대한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일가의 영향력을 이용하려는 경제적 유인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두산밥캣 측은 주주가치 제고에 힘쓰겠다는 입장이다.

두산밥캣 관계자는 스트레이트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 간의 분할합병이 성사되면 스마트 머신 클러스터 안에서 모자회사 관계로서 두산밥캣의 하드웨어 역량과 두산로보틱스의 소프트웨어, 솔루션 개발 능력을 통한 시너지를 창출해 2031년 80조원으로 전망되는 산업용 자율작업 장비 시장에 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밸류업 프로그램을 포함한 주주가치 제고에 힘쓸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