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 정몽규, 기업 아닌 '축구'로 뭇매.. 국감 출석 여부 관심 최고조
노동자 사망·임금 체불·주주가치 훼손 등 사건사고 기업인 소환 예고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전경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전경

22대 정기국회 첫 국정감사가 다음달 예고된 가운데, 이번 국감에 소환될 가능성이 높은 기업인들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사건사고가 많았던 기업은 물론, 공정위 및 노동부 등으로부터 지적을 받은 기업의 총수가 다수 참석할 것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22대 국회는 다음달 7일부터 25일까지 열릴 국감에 소환할 증인·참고인 선정을 각 당 별로 오는 20일까지 취합한다. 이후 양당 간사 논의를 걸쳐 26일 전체회의에서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국회의 결정에 앞서 올해 국감에도 다수의 기업인들이 소환될 것으로 산업계는 보고 있다. 올해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한 인명사고가 많았으며, 공정거래위원회나 고용노동부 등이 기업의 부조리함 색출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가장 주목되는 인물은 정몽규 HDC그룹 회장으로, 기업 외 사안으로 국감에 출석할 전망이다. 정 회장은 대한축구협회장을 맡고 있는데, 축구대표팀의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을 둘러싼 절차 상의 논란을 빚고 있는 점이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정 협회장을 향한 비난이 거센 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가 정 회장의 국감 출석 요청을 적극 고려 중인 상황이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 겸 대한축구협회장(가장 왼쪽). 연합뉴스
정몽규 HDC그룹 회장 겸 대한축구협회장(가장 왼쪽). 연합뉴스

또한 기업을 둘러싼 각종 논란으로 그룹 총수 또는 CEO(최고경영자)들이 소환될 전망이다.

먼저 4대 그룹 총수들이 국감 증인으로 참석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매년 4대 그룹이 농어촌상생협력기금 마련에 소극적이라는 이유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 등을 증인 신청 여부를 논의해왔기 때문이다.

농어촌상생협력 기금은 본래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당시 협정으로 혜택을 본 기업이 피해를 입은 농어촌지역을 돕자는 취지로 마련된 것으로, '자발적 참여'를 전제로 하나 참여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 국회로부터 다소 질타를 받는 모습이다.

아울러 올해 가장 큰 화두가 되고 있는 '플랫폼' 산업과 관련한 기업들이 도마 위에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공정위가 최근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지배적 플랫폼을 대상으로 규제를 강화하고 있어 강도 높은 국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공정위는 지난해부터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플랫폼법) 추진을 위해 업계의 의견을 수렴해왔으며 현재 법안 공표가 얼마남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현재 플랫폼 기업들은 시장지배적 플랫폼 산정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과 위반 시 형사처벌까지 가능하다는 조항 등 규제가 과도하다는 점을 들어 법안에 반대하고 있다. 다만 양측의 입장이 강경해 협의가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논의가 길어질 전망인 가운데 국감을 통해 이들 기업의 입장을 들어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지난해 10월 26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지난해 10월 26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대표적인 플랫폼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의 총수나 CEO가 국감장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이해진 GIO(글로벌투자책임자) 또는 최수연 대표, 카카오는 정신아 신임 대표 등이다. 정신아 대표는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혐의로 구속된 김범수 의장을 대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네이버와 카카오는 국내 대표 온라인 플랫폼 기업인 만큼 각종 ICT(정보통신기술) 현안에 얽혀 있는 점도 국감에서 중요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앞서 국회입법조사처가 ‘2024 국정감사 이슈 분석’에서 제시한 주요 주제로 ▲정보보호 및 개인정보보호 관리체계 인증 제도 강화 ▲정보보호 공시제도 실효성 강화 ▲인공지능 신뢰성 확보 플랫폼 이용자 보호 방안 등이 있었는데, 이들은 네이버와 카카오 사업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올해 국감에서 네이버와 카카오는 포털 공정성과 개인정보보호 분야에 대한 질의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AI 알고리즘 공정성과 정치편향적 뉴스 서비스 등에 대한 문제를 네이버와 카카오에 끊임없이 제기하는 중이다.

국내 이커머스업체 1위인 쿠팡도 플랫폼법과 관련해 소환될 가능성이 나온다. 앞서 쿠팡은 PB(자체브랜드)상품 우대로 검색 순위 알고리즘을 조작하고 임직원을 동원해 상품 후기를 작성했다는 의혹을 받으며 공정위로부터 1600억원대의 과징금을 부여받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쿠팡이 전적으로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가운데 국감에서 진위를 따지는 질의가 이어질 수 있다. 김범석 의장의 참석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는 모습이다.

이밖에도 국회 정무위원회는 플랫폼법과 관련해 배달앱(어플리케이션)도 들여다보는 중이다. 배달앱을 통한 배달 플랫폼 수수료와 관련해 가맹점주들과 갈등을 빚고 있는 배달의민족(베민)·쿠팡이츠(쿠팡)·요기요 대표이사들이 국정감사 증인으로 불려질 수 있다.

쿠팡 로켓배송. 쿠팡 제공
쿠팡 로켓배송. 쿠팡 제공

올해 일어난 사건사고에 대한 책임 추궁도 이어질 전망이다. 먼저 쿠팡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노동자 사망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지난 8월 쿠팡 시흥2 캠프에서 일주일 간격으로 포장작업을 하던 노동자들이 심정지로 쓰러지는 일이 발생했으며, 앞서 5월과 7월에는 쿠팡 로켓배송을 위해 새벽에 일하던 택배 노동자들이 연이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들 상당수는 과로사로 추정되고 있다. 쿠팡 물류 자회사인 CLS는 최근 과로사 문제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하자 ▲택배 분류 전담직원 100% 직고용 ▲택배기사 격주 주5일 배송 ▲의무 휴무제 도입 등 계획을 밝히며 화재 진압에 나섰다. 그러나 쿠팡이 과거에도 비슷한 약속을 내걸었음에도 지키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등 불신이 큰 상황이다.

인명 사고를 낸 영풍그룹과 한화오션, 아리셀 등의 기업 대표들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국감장에 출석할 전망이다.

영풍그룹은 지난해 12월 석포제련소에서 탱크모터 교체작업 중 노동자 1명이 비소 중독으로 사망했다. 이어 올해 3월에는 냉각탑 청소작업을 하던 하청노동자 1명이 숨지고, 8월에는 열사병으로하청노동자 1명이 사망하는 등 열악한 노동 환경으로 인한 사망사고가 계속 발생했다.

이에 지난달 말 대구지법 안동지원 박영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박영민 영풍 대표이사와 배상윤 석포제련소장에 대한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구속영장을 발부한 상태다. 박 대표이사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배 소장은 화학물질관리법 위반혐의를 받는다.

이밖에 한화오션도 올해 1월 가스폭발로 협력업체 지원이 사망하고 며칠 뒤 잠수부 1명이 작업 중 익사하는 등 연초부터 사고가 났다. 이어 지난달 19일에는 온열질환이 의심되는 노동자 1명이 숨지고, 지난 9일에는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 1명이 거제사업장 내 플로팅 도크(부유식 작업장)에서 용접 작업 도중 32m 아래로 떨어져 숨졌다. 올해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발생한 노동자 사망사고는 4건이나 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학영 국회 부의장이 더불어민주당 거제시지역위원회가 한화오션 및 전국금속노동조합 대우조선노조 등을 상대로 개최한 간담회에서 "한화오션 경영진에 대한 국정감사 추진 검토를 비롯해 상임위 등 다각적인 측면에서 관련 현안을 면밀히 살피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박영우 대유위니아그룹 회장. 연합뉴스
지난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박영우 대유위니아그룹 회장. 연합뉴스

사망사고는 아니지만 노동자들과 갈등을 빚고 있는 대유위니아그룹 박영우 회장도 국감 출석인으로 언급되는 중이다. 다만 박 회장이 최근 구속 기간이 연장됨에 따라 다른 최고 경영진이 참석할 가능성이 높다.

박 회장은 노동자 738명에게 임금·퇴직금 등 398억원을 미지급한 혐의로 기소돼 수원지법에서 재판 중이다. 그러나 지난 3월 구속된 이후로 지난달 공판에서도 변제 계획안을 제출하지 않는 등 사태 해결에 미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기업들이 자사 계열사간 인수합병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문제가 되고 있는 '주주가치 훼손' 듵과 관련해서도 국감에 출석할 기업인이 있다.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 합병을 놓고 비난받고 있는 두산그룹의 박정원 회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들이다.

국회 정무위는 하반기 들어 인수합병 기업을 대상으로 ▲계열사 합병 과정·주식교환 비율·지배구조 변경 과정 및 절차의 적법성과 소액주주들의 이익 침해 여부 ▲인수합병 과정에서의 주주가치 훼손 논란 ▲합병으로 인한 독과점 기업의 생성 여부 등 세부 쟁점을 들여다 볼 것으로 알려졌는데, 여기에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두산그룹이 국감 증인으로 설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연합뉴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연합뉴스

두산그룹은 지난 7월 11일 두산에너빌리티 자회사인 두산밥캣을 인적분할해 두산로보틱스의 완전 자회사(100%)로 편입한다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했다. 현금창출력이 뛰어난 두산밥캣을 두산에너빌리티 자회사에서 두산로보틱스 자회사로 옮겨 두산 미래 핵심사업인 스마트 머신 사업의 캐시카우(현금창출원)로 활용하고 기업가치를 제고하겠다는 목표로 내건 계획이다.

그러나 금융당국과 두산밥캣 주주 사이에서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 합병 비율(1:0.63)이 소액주주들에게 불공정하다는 비판이 거세졌다. 결국 두산은 지난달 29일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의 포괄적 주식교환 계약을 해제하면서 시장의 반발을 잠재웠다.

하지만 여전히 성사될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중으로, 이번 국감에서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과 소액주주 보호 사이에서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지 등이 논의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그룹 총수들이 국감 증인으로 소환되더라도 출석 가능성은 낮을 수 있다"면서도 "올해 사건사고가 많은 만큼 이번 국감에서 어떤 기업 이슈들이 다뤄질 것인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매우 높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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