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령 사태, 채권시장에도 일시적 영향

iM증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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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치권의 불확실성이 확대된 가운데 국내 채권시장에서 저신용·장기채 스프레드가 커지고 있다.

13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전날 오후 기준 ‘BBB- 등급 회사채(무보증 3년)’ 수익률은 8.981%를 기록했다. 같은 날 ‘AA- 등급 회사채’ 수익률(3.200%)과 비교하면 578bp 차이다.

3일 저녁, 윤석열 대통령은 ‘종북좌파 척결’을 이유로 비상계엄령을 선포했으나 단 6시간 만에 해제되었다. 이에 따라 국고채 시장은 일시적으로 약세를 보였지만, 금융 당국의 유동성 공급 조치로 금세 안정세를 되찾았다. 그러나 정치적 불확실성과 기업 펀더멘탈 이슈가 결합되면서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기업과 만기가 긴 채권의 잠재적 리스크가 증가하고 있다. 

iM투자증권에 따르면 이번달 6일 기준, 여전채 AA+ 등급 신용스프레드는 10년물 기준 133.2bp에 불과했지만, A- 등급에서는 349.6bp로 약 3배 이상 격차를 기록했다. 

‘A- 등급 회사채 10년물’의 신용스프레드는 309.8bp인 반면, BBB+는 462.2bp를 기록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 이후 국내 경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강해진 상황이다. 

신용스프레드는 회사채, 여전채 등 특정 채권과 만기가 같은 국채 간 수익률 차이를 말한다. 채권 투자자들이 신용 위험을 감수하는 대가로 요구하는 추가적인 수익률로, 비교 대상 채권의 신용위험을 반영한다. 가령 신용등급이 AA-인 3년물 회사채 금리가 2.5%이고, 같은 만기기간의 국고채 금리가 2%인 경우 신용스프레드는 50bp 차이가 난다. 

김명실 iM증권 연구원은 “4분기 이후 이어진 크레딧 시장 혼조세에 정치적 불확실성이 가세했다”며 “정치적 불안이 장기간 지속될 공산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치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면 외국인의 이탈이 가속화하면서 외환시장 및 주식시장뿐 아니라 채권시장 등 자본시장 전반이 붕괴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며 “해를 넘긴다 해도 연초 멀지 않은 시점에 탄핵 등 조기퇴진 방식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도 “채권시장은 외국인 수급 주도의 변동성 속에 커브는 경기 둔화 우려가 확대됨에 따라 단기적인 플래트닝 압력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최상목 부총리 소셜미디어.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최상목 부총리 소셜미디어.

경제계에 따르면,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무디스(Moody's)·피치(Fitch)와 만났다. 

최 부총리는 “과거 노무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다"며 “한국의 모든 국가 시스템은 종전과 다름없이 정상 운영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외국인 투자자 등이 안정적인 투자·경영활동을 해나가는 데 문제가 없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S&P 측은 “최근 사태에도 국가 시스템이 잘 작동했다는 점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며 “금융당국의 신속한 시장 안정화 조치는 한국의 경제시스템이 얼마나 강건한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언급했다.

무디스 측은 “한국경제 하방리스크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없다는 점에 공감한다”며 “한국의 견고한 법치주의가 높은 국가신용등급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치는 “이번 사태가 한국의 신용등급을 위협할 수준은 아니다”라며 “정부가 이번 사태에 대해 투명하게 설명하고자 노력하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한편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이슈로 탄핵에 대한 입김이 거세졌던 10월부터 크레딧 스프레드는 전반적으로 확대됐다. 2016년 9월 말 평균 35bp를 기록하던 ‘AA- 등급 3년물 회사채’ 스프레드는 12월 12일 54bp까지 커졌다. 

김명실 연구원은 “이 시기 공교롭게도 공화당 소속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가능성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 시기와 맞물려 국고채 시장도 약세를 시현했다”며 “2016년 12월 9일 박근혜 국회 탄핵 표결일만 살펴보자면 크레딧 스프레드는 12월 8일 52.6bp에서 52.5bp로 보합권을 보였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이후 2017년 3월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 헌재 탄핵일까지 스프레드는 전반 축소되는 양상을 보였다”며 “국회 탄핵 표결일로부터 실제 탄핵일까지 스프레드가 축소되었다는 점을 보면 정치적 불안정이 주는 충격은 크레딧 시장에 제한적이었다”고 덧붙였다.

13일 정부는 비상계엄 사태 후 내놓은 첫 경기진단에서 경제심리가 위축돼 하방위험이 커질 우려가 있다고 언급했다.

기획재정부는 같은 날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2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물가 안정세가 이어지고 있으나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가계·기업 경제심리 위축 등 하방위험 증가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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