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권한대행 체제 국무위원 집단 사의 표명..판단 제고해야

조성진 기자
조성진 기자

“스스로 분열된 집은 일어설 수 없다(A house divided against itself, cannot stand).”

에이브러햄 링컨은 1858년 6월 16일, 일리노이주 스프링필드의 주 의사당(State Capitol)에서 열린 공화당 주 대회에서 상원의원 후보 수락 연설 당시, 성경 속 마태복음 12장 25절 구절을 인용해 이 말을 남겼다.

19세기 미국은 노예제를 둘러싸고 북부와 남부 간의 갈등이 극에 달해 있었다. 1857년 드레드 스콧 판결로 인해 미국 대법원은 노예제가 미국 전역에서 보호받아야 한다고 판결했으며, 이는 노예제 확산을 더욱 부추겼다. 북부 지역은 노예제 폐지를 주장했으며, 남부는 노예제를 경제와 문화의 핵심 요소로 유지하려 했다.

이러한 대립은 미국을 두 개의 분리된 국가처럼 만들었고, 링컨은 이 상태가 지속되면 국가의 통합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도리스 컨스 굿윈의 저서 '권력의 조건(Team of Rivals)'에 따르면, 링컨은 대통령에 취임하며 자신을 반대하거나 심지어 조롱했던 윌리엄 수어드, 샐몬 체이스, 에드윈 스탠턴 등을 내각에 포함시키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당시 링컨은 “내각이 내 의견에만 동의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그들이 제시하는 비판 속에서 더 나은 선택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은 정책 방향과 리더십 스타일에서 링컨과 충돌했지만, 링컨은 그들의 의견을 존중하며 갈등을 조율하고 국정 운영 방향을 하나로 묶었다. 어쩌면 당시 링컨의 과감한 선택은 자칫 남과 북으로 찢어질 수 있었던 미국을 하나의 거대한 초패권 국가로 만든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에 이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됨에 따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수행 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3명의 공석으로 인해 6인 체제로 운영돼 왔으나 이제 8인 체제가 됐다. 여야 합의 부족을 이유로 임명을 보류한 한 권한대행과는 달리 최 권한대행은 국정 혼란을 최소화하고자 12월 31일 국회 추천 몫 후보자 3인 중 2인(정계선‧조한창 후보자)을 임명하고, 1인(마은혁 후보자)에 관해선 결정을 보류했다.

그러자 정진석 비서실장, 성태윤 정책실장,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장호진 외교안보특보와 수석비서관 등 대통령실 고위 참모진들이 최 권한대행에게 일괄 사의를 밝혔다.

집단 사의 표명은 최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에 항의하는 뜻으로 풀이된다.

새해 첫 업무일 아침부터 한국은행 기자실을 방문한 이창용 총재는 “최 권한대행이 어려운 결정을 통해 외환시장과 금융시장을 안정시켰다”며 “지금 우리가 결정하는 것은 단순히 국내 시각에서만 판단할 일이 아니고, 해외에서 신용등급을 어떻게 평가할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조차 내각의 줄사퇴로 업무가 마비된다면 정치적 리스크 탓에 글로벌 신용평가 등급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국가 신용등급이 한 번 내려가면 다시 올라가기 굉장히 어렵다”며 “이는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이 튼튼하다’는 대외 메시지 전달 노력을 위협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실제 외환위기(IMF) 사태 당시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는 한국의 국가신용 등급을 (많게는) 12단계까지 떨어뜨렸고, 이를 회복하기 위해 금 모으기 운동 등 수많은 노력이 동반됐다.

최근 내각의 집단 사퇴와 같은 정치적 행위는 이러한 신뢰 회복 노력을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 국무위원들이 자신들의 이익과 안위만 따지는 게 아닌, 진정 나라의 경제를 걱정하는 이들이었다면 어떻게 그런 집단행동을 할 수 있는지 씁쓸하다.

단언컨대, 최 권한대행이 링컨처럼 분열된 힘을 하나로 묶고 싶어도 국무위원들 머릿속에 오직 본인들 생각밖에 없다면, 찬란한 성장기를 그렸던 대한민국의 경제도 빠르게 침몰할 것이다.

최 권한대행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 사태 이후 요동치는 금융시장과 경제를 안정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특히 헌법재판관을 임명한 것은 용기 있는 선택이다. 그러나 그가 이 혼란 속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치권과 내각이 국가 경제 안정화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스스로 분열된 집은 일어설 수 없다. 최 권한대행 체제의 모든 구성원이 국가 경제 안정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갈 때만이 대한민국은 이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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