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체력 부족한 상품, 자칫 외인 신뢰 잃을 수 있어
지난주 미국발 경기침체 우려 영향으로 한국 등 글로벌 주요 증시시장이 일제히 하락했다. 각국 시장은 이후 다시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유독 국내 증시는 회복 속도가 더딘 상황이다. 금융위원회는 다음달 밸류업 지수를 발표하고, 4분기 중 이와 연계한 상장지수펀드(ETF)를 출시하겠다는 계획이지만 기대효과와 더불어 역효과 가능성도 대두되는 상황이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날 대비 0.88%(23.00포인트(p)) 오른 2644.50에 마감했다.
지난달 31일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5.25∼5.50%로 동결한 가운데 미국의 7월 고용보고서에서 실업률(4.3%)이 3년 만에 가장 높게 나오는 등 고용지표가 부정적으로 나오면서 경기침체 우려가 커졌다. 이 영향으로 나스닥종합 지수는 이번달 1일과 2일(현지시간) 각각 -2.30%, -2.43%를 기록했다.
이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에 큰 타격을 줬다. 지난 5일 코스피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8.77%(234.64p) 하락한 2441.55에 거래를 마쳤다. 같은 날 일본 닛케이225 평균주가는 12.40% 급락한 3만1458.42를, 대만 증시인 자취안 지수도 8.4% 떨어진 1만9830.88을 기록했다.
이날 장마감 기준 닛케이 지수와 자취안 지수는 각각 3만6442.43과 2만2027.25를 기록했다.
앞선 5일, 각국 증권시장에서 폭락장이 연출된 이후 아흐레(9일)가 지나면서 일본 닛케이 지수와 대만 지수는 각각 15.84%(4984.01p), 11.07%(2196.37p) 오르며 두자릿수를 회복했다. 하지만 코스피는 8.31%(202.95p) 회복에 그쳤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탓에 국내시장 기초체력이 약한 게 사실”이라며 “비유를 하자면, 일교차 탓에 일본과 대만이 헛기침을 하면, 한국은 독감에 걸리는 격”이라고 말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란 국내 기업이나 투자처가 글로벌 투자자에게 저평가 받는 현상을 말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북한과의 지정학적 긴장감이 지속되고 있고,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 지배구조, 낮은 배당성향, 유동성 이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한국 증시 폭락 회복 속도가 느리다는 의견은 김병환 금융위원장도 인정한 사실이다.
그는 전날 열린 밸류업 상장기업 간담회에 자리에서 “국내 증시의 상대적으로 큰 낙폭과 더딘 회복속도에 대해 아쉬워하는 평가가 있음을 알고 있다”며 “회복력을 갖춘 증시로의 체질 개선을 위해서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확산을 통한 상장기업과 증시의 경쟁력 제고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밸류업 연계 ETF 출시를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한국시장이 직면한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 해소 없이 일단 투자 상품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대한 본질적인 해결책 없이 밸류업 ETF 도입을 추진한다는 금융위 입장은 다소 역설적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어 “모건 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도 진입 못하는 상황에서 밸류업 ETF를 만든다고 과연 얼마나 많은 외국인 자본이 붙을지 의심이 앞선다”고 덧붙였다.
MSCI는 글로벌 주식 시장을 대표하는 다양한 주가지수를 개발하고 관리한다. MSCI 지수는 전 세계 주요 증시를 선진국, 신흥국, 프론티어, 독립 시장 등으로 분류한다. 한국은 지난 1992년부터 신흥국으로 분류된 이후 선진국 편입을 시도해왔으나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MSCI 코리아 인덱스’의 객관적인 지수 현황 역시 글로벌 표준이라 할 수 있는 ‘인베스터 마켓 인덱스(MSCI ACWI IMI)’와 갈수록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앞선 5월 말 기준 MSCI 코리아 인덱스는 240.70이었으나, 7월 말 기준 235.60으로 2.12% 하락했다. 같은 기간 인베스터 마켓 인덱스는 427.30에서 441.49로 3.32% 성장했다.
7월 말 기준 MSCI 코리아 인덱스 총자산은 약 1242조원(9130억2419만 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3월치와 비교해 13조원(98억 달러) 빠진 수준이다. MSCI 총자산이 줄었다는 건 그만큼 글로벌 투자자가 빠져나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증권업계 다른 관계자는 “기초체력이 약한 자산군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TF는 각종 내·외부 이슈가 터질 때 마다 큰 변동성을 나타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낮은 수익성으로 투자자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며 “배당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이지 않은 투자로 보일 수 있다”고 제언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