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5월 한 달 삼전 2조6000억 순매도...시총 20% 못 미쳐
HBM 경쟁력 부재로 외인 외면...외국인 매도에 환율도 흔들
외국인 투자자가 삼성전자 등 코스피 주요 종목을 팔아치우며 원·달러 환율이 다시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3일 서울외환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1382.0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1300원대 중반으로 올라섰다. 지난해 12월~3월 초까지는 1300원대 초반에서 거래됐으나 최근 다시 1380원 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380원대로 올라선 건 외국인이 국내주식을 팔아치우는 상황도 적지 않게 영향을 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올해 코스피 시가총액 1등 종목 삼성전자에 대한 거래 동향을 보면, 1월 초부터 4월 30일까지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7조6140억원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기관과 개인은 각각 4조5820억원, 3조1390억원을 팔아치웠다.
외국인의 삼성전자 순매수로 코스피는 올해 3월 26일 2757.09까지 올랐다. 이는 연저점(2435.90) 대비 13.18%나 상승한 수준이다.
상반기 외국인의 삼성전자 순매수가 이어진 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밸류업 프로그램이란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현상) 해소를 목적으로 내놓은 정책이다. 기업의 자율성에 기초해 각 기업들의 상황에 맞는 선택과 집중을 유도하고 이사회가 적극 가담, 책임감을 갖도록 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그러나 5월 들어선 외국인이 삼성전자 주식을 오히려 2조5810억원 팔아치웠다. 지난달 외국인이 팔아치운 2조6000억원 가량의 삼성전자 주식은 개인과 기관이 각각 2조1120억원, 3120억원 순매수했다.
외국인들의 변심은 삼성전자가 반도체 공정 기술이 한계를 드러낸 것도 한 이유로 제기된다. 당초 국내 시장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오는 3분기부터 엔비디아와 AMD에 본격적인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할 것으로 예측했다.
HBM은 D램을 수직으로 쌓아 올린 제품이다. 일반 D램보다 한 번에 더 많은 데이터를 더 빠르게 처리해 AI 응용에 최적화된 메모리 반도체다. 주요외신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의 HBM 검증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1년 전인 지난해 6월 2일 종가 11만300원을 기록했던 SK하이닉스가 HBM 경쟁력을 내세워 3일 오전 현재 19만원을 상회하는 주가 흐름을 보이는 것이 삼성전자의 전략적 실패에 대한 평가가 내려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한때 20%를 상위하는 시가총액을 보였던 삼성전자는 3일 오전 현재 삼성전자(16.42%)와 삼성전자우(1.85%) 두 종목을 합쳐 18.27%에 머물러 과거 대비 시장 내 영향력도 줄어든 상태다.
한편 치솟는 원·달러 환율이 당장 떨어지진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국투자증권은 외국인의 코스피 순매수 둔화의 원인을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 지연과 달러 강세 영향으로 해석했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시기의 차이는 있겠지만 결국 각국의 기준금리는 인하되고 원·달러 환율 레벨도 내려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원·달러 환율은 모멘텀 부진한 가운데 달러 수요 확대와 미국 대선 변동성을 반영해 3분기와 4분기 각각 1380원, 1360원으로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2022년7월 이후 현재까지 외국인의 국내주식 순매수 규모는 4000억 달러 수준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14% 상승한 가운데 같은 기간 원화가치가 소폭 하락했다.
권 연구원은 “연내 한미 기준금리 차이가 -200bp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한미 기준금리 역전 기간 원화가치와 주가지수가 반대로 움직이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수 사이클이 사실상 끝난 것으로 해석하는 목소리도 있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은 실적이 부진한 국내 반도체 주식을 사 모아서 실적이 좋을 때 파는 패턴을 보여왔다"며 "외국인은 작년에 반도체 업종을 20조원 순매수했고 올해도 10조원가량 순매수하고 있지만 강도가 약해지고 있어서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유명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HBM 이슈로 외국인의 반도체 순매도 규모가 커졌다”며 “다가오는 주에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 정기 리밸런싱에 따른 패시브 자금과 더불어 반도체 업종에 대한 외국인 수급 개선을 기대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 주에도 국내 증시가 삼성전자발 수급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HBM 연구개발(R&D)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최근 이정배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 메모리사업부장 사장은 하반기 HBM 양산 계획과 관련해 “기대해달라”고 밝혔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