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정의정 대표, '시스템 구축 완성도' 지적

김병환 금융위원장. 연합뉴스 제공.
김병환 금융위원장. 연합뉴스 제공.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내년 3월 중 공매도를 다시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 목적은 아니라고 못을 박았다. 시장에선 “MSCI 목적이 아니라면, 특정 날짜 재개를 목표로 무리하게 추진하기 보단 불법 공매도 개선 등 투자자 신뢰를 쌓는 게 우선이라는 지적이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공매도는 내년 3월 말에 전면 재개하는 것을 목표로 법과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1월 공매도를 전면 금지했다. 불법 공매도 근절을 위해 관련 제도와 시스템 개선에 나서겠다는 의도 때문이다. 당초 6개월 동안 금지한 뒤 재개할 계획이었지만, 불법 공매도를 차단할 전산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금지조치를 연장했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11월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 영향 등으로 한국은 MSCI가 6월 발표한 ‘2024년 연례 시장 분류’에서 현행대로 신흥국(EM) 지위에 머물렀다.  

김 위원장은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이 자본시장 선진화의 궁극적 목표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다만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기업 가치를 제고하고 국내 자본시장을 한 단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정책을 추진할 것”며 “결과적으로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조건을 갖추면 좋은 결실이 있지 않을까 한다”고 밝혔다.

금융학계에서도 같은 문제를 지적한다. 최순영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앞선 6월 ‘한국 자본시장의 시장접근성 : 해외 금융기관의 시각’ 보고서를 발표했다.

최 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MSCI 등이 한국 자본시장을 신흥시장으로 분류하는 이유는 시장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며 “현재 한국에서는 어느 종목을 공매도할 수있는지 제약이 있고, 또한 어떻게 공매도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지침이 불명확해 비효율성이 발생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전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역시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열린토론’ 이후 언론 백브리핑 자리에서 “특정 목표 기간을 정해둔 건 아니지만,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해 일관된 노력을 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불법 공매도 방지 시스템을 선진화 하고, 금융투자협회에서 발표하는 연금 정보를 외국인 투자자가 적시에 제공받을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이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매도란 가격 하락을 예상해 주식이나 채권을 빌려 매도하는 것을 말한다. 현행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 제180조에 따르면, 먼저 주식을 빌리고 이후 매도하는 차입 공매도만 인정하고, 무차입 공매도는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금감원은 공매도특별조사단을 출범한 후 국내 공매도 거래 상위 글로벌 IB 14개사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전수조사 결과, 금감원은 BNP파리바와 HSBC 등 외국계 IB 9개사가 164개 종목에서 총 2112억원 규모의 불법 공매도를 한 혐의를 발견했다.

올해 4월 금융감독원 등 유관기관은 공매도 제도에 대한 개인투자자 의견 수렴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올해 4월 금융감독원 등 유관기관은 공매도 제도에 대한 개인투자자 의견 수렴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금융당국이 무차입 공매도 관련 전산시스템을 구축함에 있어 핵심은 무차입 공매도를 방지하는 데 있다. 현재 개인투자자는 주문을 수탁하는 증권사가 매도가능 잔고를 함께 관리하며 잔고 부족시 매도주문이 불가능 하다. 

특히 기관 법인은 주문을 내는 증권사와 보관기관을 별도로 두고 매도가능 잔고를 직접 관리하는 경우가 다수다. 기관 법인의 내부통제가 미흡해, 무차입 공매도가 반복해서 일어나고 있고, 자체 잔고관리 시스템이 있는 경우에도 매도 물량 누락이 반복되는 문제가 있다.

증권사는 차입공매도 여부를 확인 후 공매도 주문을 제출해야 하나, 확인절차가 차입계약 성립을 통보받는 형식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공매도 거래를 하려는 모든 기관과 법인의 무차입 공매도 방지조치를 의무화 하는 전산시스템을 마련했다. 지난달 20일에는 관련 최종 가이드라인을 확정했다. 주식별로 매도가능잔고를 실시간으로 산출하게 하고, 매도가능잔고를 초과하는 매도는 잔고 확보 전까지 상시 차단하도록 만든 게 핵심이다. 

다만 투자자 입장에선 시기가 중요한 게 아니라 시스템 구축 완성도를 높이는 게 우선이라는 지적이 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스트레이트뉴스와의 인터뷰에서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도전 등을 고려할 때) 언젠가는 공매도가 재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금융당국에서도 재개 예정 일정을 2025년 초라고 공언했고 그에 대한 반감은 없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다만 공매도 재개의 전제 조건은 불법공매도 적발시스템을 얼마나 완벽히 구축하느냐에 달렸다”며 “당국이 구축하고 있는 시스템이 일부는 불법 공매도를 차단하겠지만, 자칫 반쪽짜리 시스템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차입 공매도를 허용한 시장조성자의 경우, 거래량이 없는 종목에만 관여해야 한다”며 “삼성전자 등 거래량이 넘치는 대형 종목에도 공매도를 하는 것은 시세조종을 노리는 것으로 의심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자본시장 한 관계자 역시 “특정 시기에 공매도 재개 자체를 목표로 무리하게 추진하는 건 부실한 기초공사 위에 건물을 세우는 것과 같다”며 “보다 다양한 시장참여자들에게 충분한 숙의를 거치면서 탄탄하게 시스템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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