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본시장 현주소 지적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열린토론’ 현장 모습.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열린토론’ 현장 모습.

아머 게일 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ACGA) 사무총장은 “한국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럼이 출범 초기에는 긍정적이었으나 효과는 미지수”라고 밝혔다.

12일 국민연금공단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와 함께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열린토론’을 공동으로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게일 ACGA 사무총장은 “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의 출범은 긍정적이나, 한국 할인 현상의 근본 원인을 해결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라고 평가했다.

그는 “기업 차원에서 이사회 평가, 다양성 정책, 이사 보수, 이사 교육 등 기본적인 기업 지배구조 관행에 대한 공시가 미흡하다”며 “이러한 문제들이 한국의 시장 점수가 아시아 평균을 하회하는 원인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ACGA는 1999년 아시아 금융위기 직후 설립되었으며, 홍콩에 본부를 두고 있다. 관리 자산 규모는 총 40조 달러에 이른다. ACGA는 한국 자본시장이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남아 있다는 입장이다.

게일 사무총장은 “주주 권리를 더욱 강화하기 위한 입법적 진전은 더디게 이루어지고 있디”며 “예를 들어 의무적 인수 제안 규정과 같은 제안들은 국회에서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게일 사무총장은 한국의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핵심 권고안을 제시했다.

그는 “한국은 체계적인 기업 지배구조 로드맵을 개발하여 정책의 일관성을 확보하고 시스템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사 교육 기관의 설립이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이사들이 신탁 의무를 다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게일 사무총장은 “특히 기업 오너가 독립적이지 않은 경우, 상장 기업에서 독립적인 수석 이사를 도입해 이사회의 균형을 맞추고 기관 투자자들과의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게일 사무총장은 “한국이 기업 지배구조의 발전을 통해 글로벌 표준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여전히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올해 초 야심차게 기업 밸류 프로그램을 시작했으나 참여 기업은 현재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다. 

허욱 금융투자협회 자본시장 밸류업 태스크포스(TF) 단장은 ”현재까지 12개사가 밸류업 공시에 참여하고 있다”며 “이는 전체 상장사 2600여 개 사 중 소수에 불과하므로 더 많은 기업들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허 단장은 “밸류업 공시에 참여한 12개 기업 중 9개사의 주가가 상승했다” 며 “신한지주를 포함한 7개사는 20%에서 60%의 양호한 상승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어 “기업들이 일반 주주를 고려한 경영 전략을 추진하는 것이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허 단장은 “일본 거래소의 경우 지난해 3월부터 모든 상장사에 자본 비용과 주가를 고려한 경영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기업들도 자본 비용의 개념을 보다 명확히 인식하고, 이를 경영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기자본이익률(ROE)와 같은 수익성 지표가 자본 비용을 상회하도록 경영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사업 재편이나 자사주 소각 등 주주 환원 노력을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기업들이 자본 비용을 고려한 공시를 통해 투자자들이 보다 명확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일본 기업들은 자본 비용을 고려하지 않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이를 공시하고 있으며, 이는 투자자들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허 단장은 일관된 정책 추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도 범정부 차원에서 시장 참여자에게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하고, 기업들이 장기적인 가치 제고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통해 한국의 자본시장이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제공.
연합뉴스 제공.

한편 국민연금은 지난해 수익률로 13.59%를, 수익금으로 약 126조7000억원을 올렸다.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최근 자본시장 선진화 및 국민연금의 수익률 제고를 위한 계획을 밝히며, 주요 연기금과의 경쟁에서도 뒤처지지 않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국민연금의 기금 운용 성과는 일본, 캐나다, 네덜란드 등 주요 해외 연기금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성과가 정부의 위기 관리, 시장 친화적 정책 운영, 그리고 기금 운용의 포트폴리오 다변화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기금 수익률 개선은 국민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핵심적인 요소”라며 “정부의 연금 개혁 이무 계획에서도 수익률 1% 상향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은 투자 다변화, 운영 인력 확보, 성과 보상 체계 강화 등을 통해 기금 운용 인프라를 더욱 견고히 할 계획이다.

자본시장 선진화와 관련해서도 여러 방안을 추진 중이다. 김 이사장은 “올해 3월 기금운용본부의 국내 주식 위탁투자 지침을 개정해, 상장 기업의 가치를 제고하는 투자 방침을 명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총 154조원 규모의 주식 중 81조 원이 위탁 운용사에 의해 배당됐다”며 “이는 기업 가치 제고와 투자 실적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노력도 강조되었다. 현재 국민연금은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기업 구조개선 자문위원회 및 세 개의 분과를 운영 중이다. 김 이사장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의결권 행사 기준 검토,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 점검 등을 통해 개선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력 관련 대책과 한국거래소에서 발표 예정인 전력 지수를 활용해 국민연금 기금의 수익성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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