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MBK파트너스가 14일 공개매수를 마감한 가운데 고려아연 지분 5% 이상을 획득하면서 경영권 분쟁의 승기를 잡은 모습이다. 이들은 다음달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이사회 장악에 나설 전망이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영풍-MBK 연합이 5.34%의 고려아연 지분 공개매수에 성공하면서 총 지분이 38.44%로 증가했다. 의결권이 있는 지분 기준으로는 46.4%를 확보한 셈이다.
영풍-MBK가 제시한 공개매수가는 83만원으로,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이 제시한 공개매수가(89만원) 보다는 낮지만 영풍-MBK 측이 고려아연에 제기한 자사주 매입 가처분 신청 등으로 ‘법적 리스크’가 있음을 고려한 투자자들이 지분을 나눠 공개매수에 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영풍-MBK 측 총 지분율은 장씨 오너일가 보유 지분 33.1%에 5.43%를 더해 38.44%로 올랐다. 최 회장 측이 자사주 공개매수를 통해 남아있는 유통 주식(전체 유통주식의 20%) 15%를 모두 사들이면 영풍-MBK 연합의 의결권 기준 지분율은 46.4%가 된다. 의결권 과반에 가까운 수치다.
영풍-MBK 측은 "한국 자본시장에서 의미 있는 이정표로 남게 될 것"이라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진행하는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가 중단되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3조원이 넘는 대규모 차입방식의 자기주식 공개매수는 고려아연에 돌이킬 수 없는 손해를 발생시킬 것이며 회사 재무구조에 피해를 입히는 것뿐만 아니라 남은 주주분들께도 이러한 손해가 전이될 것"이라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기존에 진행 중이던 소송절차를 통한 구제를 포함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강구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대주주로서 기업지배구조를 올바로 세운 후 고려아연이 명실상부한 비철금속제련 부문 글로벌 리더로서 대한민국 경제, 산업의 근간이자 미래 성장 동력을 이끄는 기업,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노력을 다하고자 한다"고 했다.
다만 이날 동시에 끝난 영풍-MBK의 영풍정밀 공개매수는 실패로 그쳤다. 영풍정밀은 고려아연 지분 1.85%를 들고 있어 이번 경영권 분쟁의 캐스팅 보트로 꼽혔는데, 이날 주가가 영풍-MBK 측이 제시한 공개매수가 3만원보다 높은 3만750원에 마감됐다. 최 회장 측이 공개매수가 3만5000원을 제시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영풍-MBK 연합은 경영권을 차지하기 위해 지분 장내 매수와 우호 지분 설득 등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풍-MBK 연합이 임시 주총에서 새로운 이사진을 선임해 이사회 과반을 장악하면 고려아연 경영권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진은 13명이나, 정관에는 이사 수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이에 영풍-MBK가 임시 주총에서 기존 고려아연 이사인 장형진 영풍 고문 외 12명의 이사진을 새롭게 선임하면 13 대 12로 이사회 과반을 차지할 수 있다.
한편 고려아연 최 회장 측의 자사주 공개매수는 오는 23일 종료된다. 최 회장의 공개매수가는 89만원으로, 발행주식총수의 최대 20%(베인캐피탈 공개매수 물량 2.5% 포함)를 사들인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