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정기 임원인사 앞두고 주요 계열사 사업 보고회 한창
'보좌진' 변화 가능성.. 부회장단·경영진 교체 여부 촉각
LG에너지솔루션‧디스플레이‧생활건강 등 도마 위로
LG그룹이 이르면 이달 말 정기 임원인사를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이를 대비한 주요 계열사 집중점검에 돌입했다. 이를 통해 인사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부회장단 변화, 부진 사업 정리 등에 이목이 집중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구 회장은 LG전자를 시작으로 약 한 달간 순차적으로 주요 계열사의 사업 보고를 받는다.
LG그룹은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 두 차례 중대 회의를 진행해오고 있다. 상반기에는 미래 전략을 논의하는 전략 보고회를, 하반기에는 경영실적과 내년 사업계획을 중심으로 고객 가치 제고와 사업 경쟁력 강화 전략 등을 논의하는 사업 보고회다.
이번 하반기 사업 보고회에서는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 지정학적 리스크 등에 따른 올 한해 사업 성과를 살펴보고 이에 대한 계열사별 대응 전략을 집중 점검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사업 보고회 내용을 토대로 내년 사업계획을 확정하고 이달 말에서 다음달 초 조직 개편과 임원 인사를 실시할 전망으로, 구 회장이 어떤 결단을 내릴지 주목되고 있다.
현재 LG그룹은 예년보다 큰 위기를 겪고 있다. 그룹의 핵심 계열사였던 LG에너지솔루션이 글로벌 전기차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인해 부진한 상황인데다 석유화학 업황 불황으로 침체기인 LG화학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계열사가 많기 때문이다.
여기에 LG 오너가 내 구 회장의 여동생인 구연경 씨와 그의 남편 윤관 블루런벤처스 대표가 상속 분쟁과 탈세 혐의 등으로 그룹을 구설수에 오르게 하는 등 이미지를 훼손시키고 있어 피로도도 높아진 모습이다.
이에 다시 한 번 구회장의 결단과 특단의 조치가 내려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구 회장은 이전에도 부진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는 등 중요한 때에 큰 결정으로 그룹을 성장시켜왔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이번 인사에서 구 회장을 보좌할 부회장단의 변화에 관심이 모인다. 지난해 인사에서는 '44년 LG맨'이자 그룹 2인자로 통했던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당시 부회장이 용퇴하면서 구 회장 취임 당시 6인 체제였던 부회장단이 권봉석 ㈜LG 부회장과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2인 체제로 바뀐 바 있다.
올해는 새로운 부회장 승진자가 나타나 새로운 체계가 마련될 지 주목된다. 재계에서는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과 정철동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 등이 부회장 승진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LG그룹은 구 회장이 미래 전략기술로 삼은 'A(인공지능)·B(바이오)·C(클린테크)' 분야 혁신 기술을 조기 상용화하고 새로운 미래기술을 발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각 계열사에서 해당 분야에서 가시 성과를 거둔 인물에게 확실히 보상하는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조주완 대표(사장)는 2021년 LG전자 대표에 선임된 이후 B2B(기업간 거래)사업 포트폴리오 개편을 통해 경쟁력을 다졌다. 올해도 가전 구독 사업과 고부가 제품 확대 등 새로운 혁신 전략으로 경기 불황 속에 수익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직 글로벌 가전 수요가 저조하고 전기차 캐즘으로 전장(자동차 전자장치) 사업도 주춤하고 있지만 위기 속에서도 LG전자는 조 대표를 중심으로 올해 3분기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하는 등 그룹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신학철 LG화학 대표(부회장)는 구 회장의 외부영입 1호 인물로 꼽힌다. 석유화학 업황 부진을 뒤로하고 친황경 소재와 신약·바이오로 새 돌파구를 마련해 체질개선을 제대로 진행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를 토대로 다른 석유화학사들이 영업적자를 내며 부진의 길을 걷고 있을 때 LG화학은 올해 3분기 영업이익 4984억원을 기록하며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오는 4분기부터 영업이익이 더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부회장단 확장뿐 아니라 추가 세대교체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현재 LG그룹의 주요 계열사 대표는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 문혁수 LG이노텍 대표, 이정애 LG생활건강 사장,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 등이다. 대부분이 취임한 지 1~2년차인 가운데 사업 실적에 따라 변동이 있을지 관심이 높아진다.
업계에서는 각사 대표들의 그간 성과를 점검하고 추진 중인 신사업의 안정적 추진을 위해 대규모 물갈이 인사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한편, 구 회장의 '성과주의'에 따라 실적이 부진한 곳들은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실적은 부진하지만 정철동 사장이 LG디스플레이의 적자폭을 줄이고 있는 기술통이라는 부분에서 부회장 승진 가능성이 우세하다. LG디스플레이는 정 사장 지휘 아래 현재 광저우 LCD 사업 매각을 진행했으며 OLED 중심 사업 전환과 운영 효율화를 통해 실적 턴어라운드의 고삐를 죄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실적이 다소 부진한 가운데 현재 송구영 LG헬로비전 대표(사장)의 임기가 내년 3월에 만료되는 데 따라 구원투수로 다른 인물이 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거론된다.
업계 관계자는 "변화 정도를 단정지어 예측할 수는 없지만 LG그룹에 대해서는 다른 4대 그룹 보다 칼바람의 세기가 다소 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면서도 "다만 LG도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 개선과 분위기 변화를 위해 큰 변동폭이 나타나는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