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약세와 반도체 위기론에 외국인 ‘엑소더스’
트럼프 당선 효과 탈출러시…28일 마지막 금통위 고민
코스피가 끝 모를 추락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차기 대통령에 트럼프 후보가 당선을 확정한 이후 미국 경제 강세 기대에 따른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약세), 일본 정부의 반도체 지원과 삼성전자의 경쟁력 약화 가능성, 2차전지 변동성 확대, 지정학적 리스크 대두 등 크고 작은 악재가 뒤섞인 탓이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2417.08(-2.64%)로 마감해 2400선마저 붕괴될 위기를 맞았다.
코스피가 2400이 붕괴된 건 지난 8월 5일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가 폭락했던 ‘블랙먼데이’때 일시적으로 2386.96까지 내려간 적은 있었지만 종가 기준으로 2400을 밑돌았던 건 지난해 11월 3일이 마지막이다. 불과 4달 전인 7월 11일, 장중 2896.43을 찍었던 것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약 4달 만에 480포인트가 무너진 셈이다.
코스피 약세의 원인은 여러가지가 지적되지만 무엇보다 대장주인 삼성전자가 방향을 잃은 것이 가장 크다. 한때 코스피 시총의 4분의 1 가까이를 호령하던 삼성전자는 13일 종가 기준 보통주가 12.12%, 우선주가 1.41%로 둘을 합쳐도 13.53%에 그친다.
삼성전자의 약세 이유로는 전통적인 반도체 시장에서 중국 기업들의 추격, 새로운 시장인 파운드리 시장에서 대만 업체 TSMC와 격차가 벌어지는 점, 신수종 사업인 AI 관련 고대역폭메모리(HBM)시장 진입 고전 등이 꼽힌다.
여기에 일본 정부가 지난 11일 AI와 반도체사업에 10조엔(약 10조원) 지원 검토를 발표하면서 소니, 도요타, 키옥시아 등 일본 대표 기업 8곳으로 구성된 ‘라피더스’ 연합이라는 새로운 경쟁자가 부상할 거라는 소식에 이틀 연속 외국인의 매도세가 거셌던 것도 한 이유다.
삼성전자 분석 전문가인 현대차증권 노근창 센터장은 최근 리포트에서 “삼성전자의 부진한 수익성은 경쟁사 대비 낮은 HBM 비중과 선단 파운드리 부진이 원인”이라며, “다만 매출액 대비 Capex(시설투자)와 R&D(연구개발) 비중은 경쟁사 대비 높은 수준을 오랫동안 유지하고 있고, 최근 반도체 부진은 선택과 집중을 통한 효율성 제고 노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현 주가 수준을 조정의 마무리 단계로 보면서 “향후 체질 개선을 통해 HBM과 파운드리에서 경쟁력이 복원된다면 동사의 실적과 주가 모두 레벨업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외국인이 주도하는 삼성전자 매도세는 당장 멈출 기미가 보이질 않고 있다.
13일 하루만 해도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7348억원 순매도했고, 하루 전인 12일에도 4290억원 상당을 순매도했다. 지난 트럼프 당선인 확정 이후인 6일부터 살펴보면, 약 2조(1조9680억)원 상당을 순매도했다. 동 기간 시장 전체로 외국인이 순매도한 규모는 1조1815억원에 그치는 것을 감안할 때 삼성전자 한 종목에 대한 외국인의 매도 집중도를 가늠할 수 있다.
글로벌 주식시장과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이 트럼프 당선 확정 이후 급등세를 보이는 것과 달리 한국시장이 유독 약세를 면치 못하는 데는 수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그 대표 수출품이 반도체라는 데 있다.
이날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9위 종목 모두가 내림세를 기록한 가운데, 3위 LG에너지솔루션(3.51%), 현대차(-3.43%) 등 2차전지, 자동차 등 수출주들이 흔들리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기치로 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한 두려움을 반영했다.
여기에 그동안 금리 상승기 강세를 이어온 대표 바이오 종목인 4위 삼성바이오로직스(-3.75%), 7위 셀트리온(-0.42%) 등이 금리 하락기 약세로 전환하며 주가가 흐르고 있는 것도 코스피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한국 주식이 매력을 잃어가는 가운데 강달러 대비 상대적 약세를 이어가는 원화가치는 가뜩이나 한국 시장을 떠나고 싶은 외국인들을 자극하고 있다.
13일 오후 3시반 기준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서울 외환시장에서 전날보다 3.1원 오른 1406.6원을 기록했다. 오는 28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올해 마지막으로 열릴 예정인 가운데, 내수 진작을 위한 금리 인하 요구에도 불구하고 한은이 금리 인하 결정을 쉽게 할 수 없는 또 하나의 이유에 트럼프의 재등장이 자리하는 형국이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