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주식 신용융자 잔액 1조 원 돌파
단기 급락 매수 기회 인식...빚내 물타기 신중해야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삼성전자 주가가 14일 종가 4만9900원을 기록, 우려했던 4만전자로 내려앉았다. 인공지능(AI)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밀린 데 이어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주가가 급락세를 보이는 상황이다. 삼성전자 주가가 하락하면서, 빚을 내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이 반대매매 공포에 떨고 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식이 종가 4만9900원으로 장을 마쳤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2일 기준 코스피 신용거래 융자 규모는 10조4995억원을 기록했다. 신용거래 융자는 증권사가 개인 투자자로부터 일정한 증거금을 받고 주식거래의 결제를 위해 매매대금을 빌려주는 것이다.

특정 종목의 주가가 오를 것으로 판단한 개인 투자자가 레버리지(지렛대) 효과를 얻기 위해 증권사로부터 빚을 내 투자하는 방식이다. 주가 상승기에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반대로 하락할 때는 손실이 더 커진다.

특히 개인투자자가 증권사에 빌린 돈을 갚지 못했거나, 신용거래 후 주가가 담보 비율 아래로 떨어졌을 때는 반대매매가 이뤄진다. 

반대매매는 주식 시장에서 투자자가 빌린 신용융자나 증거금을 사용해 주식을 매수했을 때, 주가 하락 등으로 인해 계좌의 평가액이 담보 기준 이하로 떨어지면 증권사가 강제로 주식을 매도해 빌린 돈을 회수하는 것을 말한다. 

국내시장에선 주식 가격 하락 등으로 신용거래 고객의 담보 부족이 발생하면 해당일 이틀 뒤(D+2)에 부족한 금액만큼의 주식을 증권사가 강제로 처분하는 구조로 이뤄진다.

특히 최근 삼성전자 주가 급락으로 해당 종목에 대한 신용융자 잔액이 급증하는 상황이다. 12일 기준 삼성전자 신용융자 잔액은 약 1조29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넉달 전인 7월 11일과 비교해 약 4999억 원 증가한 수준이다.

삼성전자 신용융자 잔액은 증가했지만 주가는 꾸준히 하락세를 기록 중이다. 삼성전자 주가는 7월 11일 8만7600원이었으나 이번달 12일 5만3000원을 기록했다. 넉달만에 무려 39.50% 떨어진 것이다.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 5만600원을 기록하며 악화된 모습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반대매매가 진행되는 건 주가 급락으로 매도 대금이 빌려준 자금보다 적어진다는 것을 의미함으로 증권사 입장에선 일부 미수금이 발생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하락장에서 대규모로 반대매매가 진행되면, 매도 물량이 시장에 쏟아지면서 주가 하락이 가속화될 수 있다”며 “게다가 반대매매는 투자자 입장에서 강제 청산으로 손실이 고정되는 효과가 있으므로, 불만이 커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5일 치러진 미국 대선 결과도 삼성전자 주가에 나쁜 신호를 보내고 있다. 공화당 소속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선거 당선인은 “삼성전자에 10센트도 줄 필요가 없고 관세를 높이면 공장을 알아서 지을 것”이라며 유세운동을 했다.

문제는 삼성전자 실적 성장을 기대할 만한 뚜렷한 요인이 없는 상황에서 주가 저점으로 인식한 개인투자자의 빚투(빚내서 투자) 현상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블랙먼데이 사태가 있던 8월에도 삼성전자를 비롯해 국내 주요 종목 전반의 주가가 빠졌는데 당시에도 반등을 기대한 빚투가 급증했고, 신용융자 반대매매가 화두가 된 바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블랙먼데이 사태가 있었던 8월 6일 하루에만 1593억원의 신용융자 반대매매가 나온 것으로 집계됐다. 

증권가에선 삼성전자 주가가 다시 반등하기 위해 반도체 사업에 있어 확실한 모멘텀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주가 회복을 위해서는 D램(RAM) 코어 경쟁력 회복”이라며 “삼성전자는 1a(4세대), 1b(5세대), 1c(6세대) 나노미터(nm) 제품 첫 개발을 경쟁사에 빼앗겼고 이에 따라 응용 제품인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 양산도 크게 뒤처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차기 제품인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와 이에 적용될 1cnm 공정 개발에 총력을 다해 기술 경쟁력과 시장 참여자들의 신뢰 회복을 동시에 이뤄 나가는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매출이 최고 연간 5~10%는 증가해야 매력적인 주식으로 생각되지만, 삼성전자가 HBM 개발에 성공한다고 해도 거의 불가능하다”며 “현재 회사 실적 부진은 단순히 HBM 실패 때문만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물론 매출을 증대시키는 또 다른 길이 있을 수 있지만, 그런 신호가 보이기 전까진 삼성전자가 주도주 역할을 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며 “반도체 슈퍼사이클도 성장률 측면에서는 각도가 점차 기울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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